엘로이 아카데미

봉오리에서 흐드러지게 꽃이 피면

폰의 진화

커뮤 모음 by 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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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서는 언제나 신중해야한다. 특히 몸도 작고 연약한 포켓몬은 더더욱. 처음보는 인간을 믿을 수 있을리가 없다. 전투도 즐기지 않는 자신은 진화하지 못하더라도 신중하게 전투를 피하며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것이 행복이라 생각했다.

그래.. 장미 마냥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인간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붙잡기 전 까지는 말이다.

"드디어 풀타입을 찾았네요! 호수에 가려면 풀타입 아이도 한명은 데려가는게 좋겠죠. 에나비 잠깐 들어올까요!"

그 날은 실수였다. 원래는 인간의 앞에 몸을 나타나게 할 생각따윈 없었지만 의도치 않게 마주친 인간은 첫만남부터 범상치 않다는건 알 수 있었다.

"퀸까지 쓰러지게 할 순 없죠! 로토무! 잡는거에요! 남은 16개의 몬스터볼로! 어떻게든!!"

처음 같이 다니던 카르본을 쓰러트리곤, 에나비도 아슬아슬하게 만들어줬지만 인간은 포기하기는 커녕 처음 쓰러트린 카르본처럼 이글거리는 눈으로 똑같은 볼을 몇번이나 던졌다. 한번, 두번 , 다섯번, 여덟번, 열번! 정말 내가 잡힐 때 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직감에 결국 잡혔지만, 순순히 말을 들을 생각은 아니고 어느정도 살피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자신은 그리 강하지도 싸움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으니까.

***

[분명 그러려고 했었는데...]

이상한 인간. 그러니까 내 주인인 아멜리아는 참 특이한 인간이었다. 모든 일이 즐겁다는 듯 방긋방긋 웃으며 우리들을 사랑하는것을 주저하지 않는 인간. 최강을 노린다는 말을 몇번이나 하며 우리를 다독이면서 딱히 급해보이지도 않고 다른 내가 잡히기 전에는 잘 모르겠지만, 나 때는 풀타입이 하나 정도 있으면 좋다고 하면서 잡았으면서 이 후로 잡은 포켓몬들은 각자 제멋대로인게 타입에 크게 집착하는 것 도 아닌것 같았다.

[...]

아멜리아와 함께 지내는 시간은 야생에서 지낼 떄 와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편안했다. 제 때 나오는 밥, 애정어린 보살핌, 전투라면 무조건 피해서 몰랐지만 진화하지 않아도 이정도의 힘을 낼 수 있다는걸 깨달았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인간들이 떠드는 정보들을 받아적으며 공부하는 것 또 한 즐거웠고.

아주 잠깐 걸리는게 있었다면 그 날의 표정. 시끄러운 폭탄과 비명, 지옥이나 다름 없는 풍경에서 아멜리아의 명령에 따라 한계까지 마비가루를 흩뿌리며 잡으려던 그 때 인간들은 아무도 보지 못했겠지만 아주 찰나의 순간. 그 지옥도에 맞지 않는 마치 학교에서 배틀을 할 때 처럼, 흥미로운 것을 보았을 때 지었었던 그 표정을 지었던걸 자신은 봤었다. 아니, 나이트 그 놈도 봤을지도? 녀석은 처음만날 때 부터 맹목적이다 못해 아멜리아가 원하는 기사에 그렇게나 집착하고 있는 중증이니 표정정도야 신경안쓸터였다.

그 끔찍한 상황에서도 즐길 수 있는 인간을 자신은 믿을 수 있는가, 여태까지 아멜리아게서 받은 애정과 사랑과 친절은 전부 거짓인가? 까지 생각하기엔 그 이후 살펴보거나 여태까지 자신이 지켜봤던 기억을 찬찬히 살펴볼 수 록 자신의 주인인 아멜리아는 그런 것들을 딱히 숨기려 한 적 도 없었다. 배틀이 점점 더 격렬해져서 파편이 자신을 향해 튀었을 때 도 아멜리아는 즐거워했고, 함께 다니면서 위험한 곳을 보면 잔뜩 흥분된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너덜너덜해지는 것 조차 신경쓰지 않고 자극을 향해 뛰어가는 인간이 자신의 주인이었으니까.

그렇게나 자극을 즐기며 좋아하면서도 일말의 선과 이성은 견고하고 계산이 빨랐기에 너무 위험하거나 무리다 싶으면 아쉬움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로 물러나는 그 이상한 집단이 나타나기 전 까지는 안전하고 큰 일이 없었고, 굳이 보일 필요가 없다 생각했을 뿐이지 자신의 주인은 참 진솔한 인간이었다. 본인이 인지하고 있든 인지하지 못했든 최강이라는 목표를 잡은 것 도 그 길이 가장 험난하고 위험해서가 아닐까?

"폰, 저한테 하고 싶은 말 있나요?"

룩을 집사라 했던가? 그 인간이 훔쳐가 버리고 그 집단에서 나이트도 한번 패배한데다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와 달리 엉망진창이 되었을 때도 아멜리아는 우리에게는 절대 화를 내지 않는 인간이었다. 퀸 녀석이 다른 학생이라는 인간을 강하게 공격할 때 가 아니라면 인간에게 대하는 태도는 달라지더라도 우리에게는 언제나 똑같이 서늘한 손으로 우리를 쓰다듬고 애정을 가득 주는 주인.

게다가 어처피 험한길을 걷기로 결정했다면 그 스릴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 즐길 수 있다는건 그것마저 최고인 장점이 되는 것 아닌가?

예전에는 책을 읽거나 밖을 돌아다녔으면서 이젠 쉬는시간에도 공책에 계속 무언가를 쓰던 아멜리아는 계속 지켜보고 있던 내 시선을 느꼈는지 잠깐 펜을 내려놓고는 자신을 안아들었다. 이 정도의 서늘함이 좋았다. 이기는 날도 패배하던 날도 아무런 상관없이 우릴 보는 그 푸른 눈동자에는 다른 감정보다는 우리만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으면 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바깥으로 흘러넘칠 수 있다면 이미 아멜리아는 우리 모두가 그 사랑에 잠겨버린채 숨이 막힐만한 그런 사랑을 주고 있었지만 그 이상의 그런 애정을.

"안그러더니 룩도 없고 나이트도 쉬고 있으니까 이젠 폰이 어리광을 부리는건가요?"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행동이 전부 좋아서 그렇기에 깨달아버렸다. 사실 내 주인인 아멜리아가 정말 그런 집단의 인간처럼 최악의 인간이었다해 그것이 우리들에게. 특히 나이트와 나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내 주인인 아멜리아가 우리를 계속해서 사랑한다면 행복 할 것이고 그 길이 고통과 위험으로 가득한 가시밭길이라해도 상관없구나.

[그토록 신중하려 했지만 마주친 그 순간부터 나도 나이트와 똑같은 중증이 될 운명이었나봐. 뭐, 이제와선 다 상관없지만.]

환한 빛이 몸 속에서 터져나왔다. 봉오리로 있던 기간이 길고 길었던 만큼 탐스러운 꽃이 피어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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