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도서관

[논컾]세상의 종말로부터

1차 자캐 서연 : ㅇㅈ님 무료 리퀘스트 샘플

집에 틀어박혀 노트북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은 지 12일째. 강제로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부여받은 건 기껍지 않았으나,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긴 했다. 서연은 인터넷이 끊긴 노트북의 워드 프로그램 창을 한참을 노려보았다. 화면 속에는 숫자와 짧은 글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밑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숫자. 그것은 그녀가 쓴 일지의 흔적이었다. 오늘로 12일 차에 접어든 생존 일지였다. 그렇다. 지금은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 과거에 흔히들 만화나 영화 소재로 쓰이곤 했던 아포칼립스가 도래한 곳이, 바로 서연이 숨 쉬고 있는 이 세계였다.

‘심지어 평범한 종말도 아니란 말이지.’

좀비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 그들이 활보하고 다니는 바깥은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못 되었다. 이런 상황이 닥치고 보니 한국이 총기 합법화 국가가 아닌 것이 못내 아쉬웠다. 좀비를 상대하려면 총보다 더 편한 것이 없을 텐데. 특히 자신 같이 무언가를 휘두를 힘이 부족한 여고생들한테는 말이다.

쿵─ 쿵─… 쿵─

“하아... 또 시작이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불규칙한 간격으로 울려 퍼졌다. 당연히 문을 열 생각은 없지만 문밖에서 노크하고 있을 멍청한 좀비를 생각하니 조금 오싹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저러다 말겠지. 집에 식량도 좀 남아 있는 상태이고, 아직은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게다가 집에 무기라고 할 만한 건... 식칼밖에 없고. 심지어 식칼은 검이 아니기 때문에, 좀비와 맞붙게 된다면 근접전으로 싸워야 할 확률이 높았다.

쿵… 쿵쿵…

“진짜 시끄러워 죽겠네. 아니 내가 안에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아서 저렇게 박아대는 건지 알 수가 없─”

콰앙─!

“──!!”

설마... 문이 부서졌나? 거실에 나가 확인해봐야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서연은 마른침을 삼키며 숨을 죽였다. 사위가 고요했다. 더 이상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문이 부서져 안으로 좀비가 들어왔는지, 아니면 그냥 제풀에 지쳐서 그냥 가버렸는지 확인해야 했다. 서연은 침대 위로 흘끗 시선을 주었다. 이불 위에 가지런히 놓인 것은 전기 파리채였다.

[일반 글 커미션]

오월의 도서관 - 하련의 시집 타입

- 키워드 : 좀비 / 아포칼립스 / 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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