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적법한 여행 1
IDW1 메가트론x옵티머스 프라임이 종전 후 신혼여행 가는 이야기
걍 뻘썰풀다가 연성해보고 싶어서요… 자투리 시간에 짧게 이어갈 생각입니다
지구에서의 파란만장한 전쟁과 타이탄 전쟁을 거쳐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휴전하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했다는 AU를 기반으로 합니다
BGM: Cosmic by Red Velvet
메가트론이 옵티머스 프라임의 콘적스 엔듀라가 되기까지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누군가와 미래를 약속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백만 년을 살아가는 사이버트로니안은 콘적스 엔듀라를 신중히 선택하므로 서로의 영원한 배우자가 되기 전에 여러 경험을 해보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마땅했다. 형식적인 절차를 죄 생략하더라도 몇 사이클만에 서로의 콘적스 엔듀라가 될 수는 없었다. 사백만년의 내전의 역사를 감안하면 메가트론이 옵티머스 프라임을 콘적스 엔듀라고 맞이하는 데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반면 옵티머스 프라임은 깔끔하게 구애의 시간만 가늠했다. 정확히 백 번의 스텔라 사이클. 바꿔 말하자면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종전한 지 이백 번의 스텔라 사이클이 지났다는 소리였다.
종전 이전에도 옵티머스 프라임은 바빴지만 전쟁이 끝나자 쪽잠을 자야할 정도로 바빠졌다. 옵티머스는 지구에서 오토봇 총사령관직을 내던지고 제2의 삶을 찾아 방황하는 듯싶더니, 모두와 함께 사이버트론으로 돌아온 후부터는 주변의 오만가지 요청을 묵살하지 못하고 해결사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걸 보다 못해 패악부리는 척 옵티머스를 도와주고, 가끔 저녁 식사도 같이 하고, 숙소까지 바래다주고, 함께 돌아가는 길목의 조명은 은은하니 분위기가 끝내줬고……. 옵티머스는 지금도 어쩌다 그와 미래를 약속하게 되었는지 아리송해 했지만, 맹세코 모든 일은 우연히 발생했다. 그들이 처음으로 수줍게 손잡았던 숙소 현관은 어두컴컴하고 기름때가 잔뜩 끼어서 로맨틱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옵티머스는 며칠 뒤 같은 장소에서 전투용 마스크를 해제하고 메가트론을 무방비하게 보았다. 험악한 전장을 넘나든 프라임답지 않게 단정하고 준수한 얼굴에는 메가트론을 향한 신뢰와 애정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렇군, 키스하라는 거군. 메가트론은 그의 스파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직후 이성이 되돌아와 키스해도 되냐고 뒤늦게 묻긴 했지만, 아무튼. 옵티머스는 싫다고 하지 않았다.
다음부터 메가트론은 행동하기 전에 상대에게 먼저 의사를 물었다. 입술만 살짝 부딪히는 접촉에서 가장 야한 행위까지 전부. 옵티머스는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 한 번쯤은 튕기거나 본인이 먼저 물어볼 법도 했는데, 먼 훗날 캐물으니 애타게 대답을 기다리는 메가트론이 보기에 즐거웠다고 고백했다. 참 귀엽게 논다 싶어 흐뭇했으니 꾸물대지 않고 구애를 시작한 건 현명한 판단이었다.
전직 오토봇 총사령관과 디셉티콘의 대제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일부 선량하고 둘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옛 동료들이 구애하는 것을 기꺼이 도왔다. 문제는 구애의 시간을 무사히 마치고 콘적스 엔듀라가 되었음을 선언한 직후에 발생했다.
메가트론은 사이버트론의 적법한 노동법과 사이버트로니안이 지켜온 관례에 따라 갓 콘적스 엔듀라가 된 커플에게 보장된 휴가를 요구했다. 신혼여행을 가겠다는 거였다.
“아, 그런 법이 있긴 있었죠…….”
종전 후 사이버트론은 대대적인 투표를 거쳐 새로운 내각을 선출했다. 투표 전에는 옛 오토봇과 옛 디셉티콘 진영이 서로에게 날을 세워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옵티머스의 눈물겨운 야근과 데이트 시간을 뺏겨 화가 난 메가트론의 윽박지름을 거름삼아 각자 적당히 납득할만한 내각이 완성되었다. 메가트론은 스타스크림이 사이버트론의 대표로 선출된 것을 여전히 못마땅해 했지만, 그렇다고 재투표를 주장할 수는 없었다(그러면 옵티머스가 또 야근에 시달리게 된다).
아이아콘을 대표하는 시민이 된 범블비는 메가트론의 적법한 요구를 떨떠름하게 받아들였다. 메가트론은 몰랐지만, 범블비는 상임고문들이 모이기 전에 옵티머스에게 귀띔을 받아 신혼 휴가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아는 것과 별개로 첫째, 메가트론이 맡겨놓은 걸 당당히 달라는 것처럼 휴가를 강탈하려는 태도가 썩 내키지 않았고, 둘째, 옵티머스는 분명 절반의 데카 사이클을 얘기했는데 메가트론은 꽉 채운 데카 사이클을 불렀다. 혹시 신혼여행 가지 말라고 할까봐 협상하려는 건가? 범블비는 수백만 년의 우여곡절 끝에 맺어진 커플이 둘만의 시간을 가지겠다는데 반대할 개쓰레기는 내각에 없다고 믿었다.
“안돼요.”
아, 스타스크림이 있었지. 범블비가 이마를 탁 쳤다.
“친애하는 스타스크림.”
“사이버트론의 대표라고 부르십쇼.”
“그럼, 친애하는 사이버트론의 대표님. 사이버트론의 판례와 관습에 따르면 콘적스 엔듀라가 된 이들은 원하는 만큼의 휴가를 갈 수 있을 텐데 왜 안 된다는 건지 고견을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정중히 되묻는 메가트론은 무서웠다. 하지만 범블비는 옆에서 데이터패드를 뒤적거리고 있는 옵티머스가 더 신경 쓰였다. 옵티머스 프라임은 이미 휴가를 가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범블비에게 사적으로 언질을 준 것도 그렇고,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옛 수뇌부가 모여 논의하는 자리에 휴가를 안건으로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프라임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범블비는 치안정감 급으로 내각을 보좌하는 프라울과 시선을 마주쳤다가 치안총감으로 임명된 사운드웨이브를 흘끔거렸다. 사운드웨이브는 평소와 같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는 뜻이었다.
‘새로 대표를 뽑지 않아도 되겠군.’
행성 전체가 표를 행사하게끔 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재력이 필요했다. 자원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론에 다다른 범블비는 메가트론과 왈왈 짖기 시작하는 스타스크림을 바라보았다. 메가트론의 말투는 정중했으나 깔보는 투가 역력했고, 스타스크림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른 지 오래였다. 슬슬 누군가 나서서 그만 짖으라고 중재해야 했는데 프라울이 끼어들지 말라고 자꾸 눈치를 주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옵티머스가 만지작거리던 데이터패드를 내려놓으며 개싸움에 끼어들었다.
“스타스크림.”
“사이버트론의 대표라니까요?”
옵티머스는 스타스크림의 지적에 반응하지 않았다. 옆에 앉은 메가트론이 벌떡 일어나려는 걸 말리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내각이 바빠 가능한 한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지는 잘 알겠네만 메가트론과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사이버트론이 망할 것 같지는 않아.”
“그렇다고 데카 사이클씩이나…….”
“절반의 데카 사이클이면 괜찮겠지. 그에 더해 몇 가지 조치를 취하고 가겠네.”
“조치라뇨?”
“긴급 시에 연락할 수 있는 통신 채널을 개설해놨네. 프라울에게 맡길 테니 아주 위급한 상황일 때 연락하게.”
옵티머스가 팔의 저장 공간을 열어 손바닥만 한 통신기를 꺼내 건네자, 프라울이 떫은 얼굴로 통신기를 갈무리했다. 말인 즉 아주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연락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거였다. 그래도 이만하면 옵티머스는 최선을 다 했다. 팔짱을 낀 채 인상을 구기고 있는 그의 콘적스 엔듀라는 통신기를 놓고 가는 것조차 반대했던 게 틀림없었다.
“아, 그리고. 선물도 사 오겠네.”
“필요 없거든요?”
매섭게 쏘아붙인 스타스크림이 답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할 일은 많은데 놀 생각이 만만인 작자들이 넘쳐나는군. 좋아요, 알겠습니다. 절반의 데카 사이클 그 이상은 안 돼요. 이렇게 말하기는 싫지만 다들 자존심만 강해가지고 곱게 말하면 들어 처먹지를 않아요. 당신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범블비는 자존심이 강하다고 한들 너만 할까, 라고 딴죽 걸고 싶었지만 현명하게 입을 다물었다.
“날 그렇게 높이 쳐주고 있었다니 놀랍군.”
“당신은 프라임이잖아요. 오토봇 출신이건 디셉티콘이었건 누구나 당신 앞에서는 고분고분해지죠.”
허공에서 한 손을 휘휘 저은 스타스크림이 화제를 돌렸다.
“사운드웨이브, 다음 안건은 뭐지?”
사운드웨이브가 기다렸다는 듯 테이블 중앙에 홀로그램을 띄웠다. 범블비는 개인 채널을 사용하지 않고 굳이 메가트론에게 귓속말로 속닥거리는 옵티머스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음 안건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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