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TFE] 데이트라니, 저게 어딜 봐서 데이트야!

어스스파크, 브범

* 은혼 패러디(내 뫄뫄의 시간을 1시간이나 낭비하게 만들다니)

한적한 도로 위. 자동차 문외한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들 만큼 매끄러운 스포츠카가 갓길에 주차되어 있다. 자동차 내부에 탑재된 디지털 시계가 깜빡이며 현 시각을 알렸다. 저녁 8시. 어른들을 위한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때였다. 커다란 엔진 소리가 한차례 한적한 도로 위의 공기를 진동시켰다. 이렇게나 큰 소리면 누구든 시선을 돌리게 된다. 스포츠카의 백미러가 까딱 움직였다. 또다른 스포츠카가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브레이크다운이 바짝 다가왔다.

"많이 기다렸어?"

"늦었어."

약속 시간은 저녁 7시였다. 약속 시간에 맞춰 나온 범블비는 1시간 동안 그를 기다렸다. 늦으면 늦는다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약속 시간은 8시였다는 것처럼 구는 브레이크다운이었다.

혹시 네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떠나지도 못하고 계속 기다렸어, 라고 솔직히 말하자니 자존심이 상했다. 따라서 범블비는 약간의 거짓말을 지어냈다.

"뭐, 됐어. 나도 10분 전에 왔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네. 여기 오는 길에 고스트를 만나서 그 바보들을 따돌리느라..."

아, 그깟 자존심이 무어라고! 브레이크다운은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가 늦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잠시 뒤 그들은 약속했던 대로 경주장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먼 곳에서 여러 쌍의 시선이 자기들을 주시하는 지도 모르는 채로.

"어처구니가 없군. 범블비를 1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다니."

먼발치에서 모든 걸 지켜보던 옵티머스였다. 단단히 화가 난 그는 평소 애용하던 전투 도끼 대신 다른 무기를 꺼내들었다. 아무리 먼 곳에 있는 적이라도 단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총이었다.

차가운 총구가 타겟을 겨눴다.

"그 죄는 죽음으로 묻겠다. 메가트론, 지원을 부탁하네!"

연락을 받고 달려온 아니, 날아온 메가트론은 돌아가는 모든 상황이 그저 황당하기만 했다. 일단 그는 제지부터 걸었다.

"잠깐, 잠깐만, 옵티머스! 어처구니가 없군. 비상이라길래 만사 제치고 왔더만 고작 한다는 게 범블비의 데이트 훼방 놓기인가?"

"데이트라니, 저게 어딜 봐서 데이트야!"

자네가 부정한다고 그게 데이트가 아니게 되나. 그냥 인정하게. 이 말이 넥케이블과 인테이크가 연결된 부분까지 올라왔으나 간신히 삼켰다. 꺼냈다간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거 같았다.

안그래도 골이 아픈데 두통의 원인이 또하나 추가되는 소리가 들렸다.

"우와! 옵티머스에, 메가트론에, 엘리타 원까지! 다들 여기 모여서 뭐하시는 중이세요?"

어디서 나타났는지 트위치가 포르르 날아와 그들 주위를 빙빙 날아다녔다.

태어난 지 1년도 못 채운 아이에게 못난 걸 보여줄 수 없다. 메가트론은 1초라도 빨리 현 상황을 깨끗이 정리하고 싶었다. 만약 그가 디셉티콘 수장이었다면 폭력과 위협을 동원하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별 일 아니다, 작은새야. 난 여기서 빠지겠어. 젊은이들만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언제 방해한다 말했나? 난 저 놈을 없애주길 바란다네."

"제발 냉각수 마시고 속 차려, 이 메크야."

메가트론은 옵티머스의 등짝을 깡깡 치고 싶었다. 진심을 담아.

"그래, 나도 범블비의 마음을 존중하고 싶어. 범블비는 내게 있어 그냥 부하가 아냐.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친구나 마찬가지지. 자네처럼."

비록 과거에 대립하긴 했어도 메가트론 역시 범블비를 오랫동안 지켜본 메크였다. 같은 배를 탄 지금, 범블비 역시 그의 동료였다. 메가트론도 빠릿빠릿하면서 붙임성 있게 구는 범블비가 마음에 들었다.

살짝 흔들리려는 찰나, 이어진 옵티머스의 말이 메가트론의 정신줄을 꽉 붙잡았다.

"그런 친구를 위해서라도 기꺼이 브레이크다운을 없애야..."

젠장, 하마터면 말려들 뻔 했다. 이놈이 전직 사서란 걸 이럴 때마다 실감한다.

"자네가 무슨 유니크론이야?"

"모름지기 리더라면 비정한 유니크론도 자비로운 프라이머스도 될 수 있어야 하는 법이지."

"프라임이 그런 말을 하다니. 여기가 사이버트론이라면 듣고 다들 나자빠지겠어."

"뭐 어떤가. 여긴 지구인데."

순순히 뜻을 굽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메가트론은 엘리타에게 도움을 청했다.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군. 엘리타, 자네도 옆에서 한 마디 해 줘."

"누가 엘리타지? 킬러 트레이닝 13이라고 불러."

언제 꺼냈는지 엘리타는 옵티머스 옆에서 총을 겨누고 있었다.

믿고 있었던 엘리타마저. 이쯤되니 메가트론은 의심이 들었다. 두 메크가 짜고 자길 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다. 지금이라도 '사실 장난이야!'라고 해준다면 껄껄 웃으며 넘어가주고 싶었다.

"트... 뭐? 13은 또 뭔가?"

"불길함의 상징이지. 최근 슬럼프인지 새로 짠 훈련 코스를 13번째 못 깨고 있어. 나도 도울게, 옵티머스. 저런 한량에게 범블비가 홀라당 넘어가는 걸 두고 볼 수 없지. 저런 녀석과 어울리느니 나랑 같이 훈련하는 게 백 번 나을 거야."

"아니, 그건 좀."

엘리타 원의 트레이닝은 효율성이 높은 만큼 혹독했다. 어찌나 고난이도인지 천하의 옵티머스도 버거워할 정도였다.

"옵티머스, 너도 괜찮으면 같이 하지?"

"아니, 그건 좀."

아아, 왜 여기 없는 훈련장 입구가 보일까. 엘리타 손에 이끌려 훈련장에 들어가는 자신의 미래의 보이려는 순간, 타겟이 사정권 밖으로 벗어났다는 메시지가 떴다.

"스포츠카 아니랄까봐 달리기 한번 잽싸군. 벌써 사정권 밖이라니. 가세, 엘리타!"

"가보자고!"

"젠장, 둘 다 멈...! "

메가트론이 말릴 틈도 없이 두 메크는 순식간에 모습을 바꿔 스포츠카들을 추적했다.

몇 초 간의 정적이 흘렀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메가트론은 수십 가지의 미래를 엿본 듯한 착각을 받았다. 혼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연륜이 쌓여 좋은 점은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재빨리 제정신을 수습하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레인저 말토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어. 작은 새야, 우리끼리라도..."

"누가 작은 새죠?"

쎄하다. 그의 직감이 레드 라이트를 연타했다. 트위치는 그가 이해하기 힘든 몇 가지 포즈를 잡더니 드론으로 모습을 바꿨다. 그러고는 옵티머스 뒤를 쫓아갔다.

"난 킬러 동박새 13! 재밌어 보이니 저도 따라갈래요!"

트위치까지 사라졌다. 그 말인 즉슨 그가 이성줄을 붙잡을 마지막 이유가 사라졌다는 의미였다. 디셉티콘 수장이었을 적, 인테이크에 붙어 살던 험한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왜 다들 내 말을 안들어 쳐먹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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