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시시하고 이상한 사람이야.

논컾/[어둠]크롬, [빛]나인, [어둠]솔피

로오히 2차 by 로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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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말투 설정 날조 있음.


“이것 봐! 루미에가 혹한의 조각을 줬어!”

나인은 자랑스럽게 컵 안에 든 빙수를 솔피에게 보여주었다. 투명한 유리잔에는 새파랗게 언 얼음 조각들과 갖가지 과일들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루미에와 주방의 마리 부인의 합작인 듯 했다.

“이번엔 그 괴식 요리사가 안 나서서 다행이네.”

솔피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나인은 다른 기사들에게도 자랑하러 나섰다. 누나가 저럴 땐 괜히 부러움을 감추기 위한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나인은 아발론에 와서 어른들의 부드럽고 다정한 관심을 받았다. 자신의 과장적이고 특이한 말투를 받아 주는 사람도 있었고, 적극적으로 챙겨주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귀찮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비슷한 또래처럼 보여선 엄한 어른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도 나인은 적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실험실에서의 생활을 비춰 보건데, 그건 아마도 대부분의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피로가 원인일 터였다.

“이것봐, 멋지….”

나인은 불쑥 빙수를 내밀며 말하다가 누군가와 부딪쳤다. 식사를 하던 크롬의 제복의 등에 컵이 부딪쳐 깨지고 말았다. 나인은 헙 하고 입을 막으며 그를 보았다. 가만히 얼어붙은 것처럼 미동도 안하는 그의 뒷모습이 더 무서웠다.

“저, 저….”

“괜찮으십니까?”

등 뒤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인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아 끌었다.

“저는 괜찮으니 진정하시고 유리를 밟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깊게 가라앉은 금색의 눈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나인은 차분한 눈과 목소리에 긴장이 탁 풀렸다.

“화가 난 줄 알았어요….”

실험실에서 연구원한테 겁 먹을때 하던 말버릇이 나왔다. 나약하고 무력한 아이의 말투. 크롬의 입꼬리는 약하게 휘었다.

“아닙니다. 제가 갑자기 일어나면 더 당황하실거 같아서 그랬습니다. 전 몸이 커서 괜히 위협적이라고 폐하께서도 그러셨지요.”

크롬이 말하는 사이 컵을 치우러 달려온 기사들도 어느새 두 사람을 보았다. 그들의 시선에 크롬은 헛기침을 하더니 나인의 팔을 놓아 주었다.

“실례했습니다, 나인 경.”

크롬은 등에 묻은 얼음조각을 치울 새도 없이 허둥지둥 사라졌다. 나인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따라 나섰다.

“같이 가!”

급히 사라지는 두 사람을 보며 솔피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시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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