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phagy

✎ 하드 스포일러 有

✎ 모티프: 「オートファジー」 https://youtu.be/iBFa98VMh2A

통시적인 관점에서, 세상은 아주 불합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게 설계되어 왔다. 이는 틀림없는 진실이며 순리이므로 한낱 인간이 이 구조를 탈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한 차례 맛본 재앙으로 우리는 뼈저리게 깨달았어야만 한다. 하늘 아래 인류의 존속을 원하는 자는 오로지 나, 너, 그뿐임을.

이 얼마나 부조리한 일인가! 세탁을 마친 어머니 대지에 발 붙이고 섰음에도 오늘내일하는 버러지 같은 목숨들……. 인류는 줄곧 시기를 누려 왔다. 투기 어린 운명의 변덕으로 우리는 또 한 번 절명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제법 평온해 보이는가. 우리는 하늘을 보고도 고작 기상氣象만을 읽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나긴 멸절의 역사는 시대를 관통해 온 인간의 무능함이 제일의 원인임을 아는 자, 몇이나 있을 텐가.

아아, 그래. 그대는 별다른 부정不正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끝이 다가올 이 땅 위에 남아도 괜찮을 것이다. 생각의 변주가 부족한 인간은 어차피 운명에 순응하는 것만이 천명임을 짐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어리석은 그대를, 그대들을 짐은 탓하지 않는다. 시절은 그대들의 소망대로 흘러가리라. 안온하며, 그저 평화롭게.

다만 고독할 뿐이다. 허나 이는 곧 나아가는 자의 숙명. 하늘 아래 인류의 존속을 원하는 자가 오직 짐 하나뿐임에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거대한 힘, 그 강대함 앞에 놓인 짐의 올바른 신념을 보아라. 몇 번씩이나 삶의 굴곡을 맛보고 얻은 노력의 표상, 맥없이 스러지는 역할에 순응하지 않음으로써 얻어 낸 천하를. 짐에게는 대의가 있었다.

짐의 세상에는 장성한 그대들이 살아남아 짐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짐이 바라볼 미래에 그대들이 함께한다. 엄선하여 불필요한 요소를 걸러 낸 사회는 정제되어 생기가 넘칠 것이다. 활기찬 희망이 그대들 인생 전반에 넘쳐 흐를 것이다. 여태껏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던 호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대들은 두고두고 짐에게 감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짐의 세상에 도태란 있을 수 없다. 죽음의 숨결이 한 톨도 닿지 못할 것이다. 짐이 선사할 새로운 인생이야말로 실존하는 감동, 그대들은 살아간다는 행위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때에 가서야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진정 나비 같은 삶이 아닐 수 없다, 짐의 일생은……. 가장 쓸모없는 사멸을 짐이 막아 주겠다. 짐의 권능으로 인간을 초超하여 저승에서 그대들을 몇 번이고 건져 오리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한 사람, 두 사람, 열 사람 몫을 앞서고 나아가 나의 자아는 누구의 것보다 강건하다. 이제 그대는 흩어지고 떨어져 나간 짐의 혼을 먹고 살게 될 것이다. 그대들의 삶은 건재할 것이다.

그리하여 되살아났는가. 짐의 질서를, 원칙을, 짐을 따르라. 그대 인생이 덧없이 흘러, 흘러 갈 일이 없도록 짐이 친히 재활용해 주도록 하마. 짐에게 은혜를 입었는가. 이 발광하는 은총을 받았는가. 신이 무념한 만큼 짐은 유념하겠다. 인간인 짐이, 이몸만이 인류의 구원을 감당 가능한 단 한 사람이므로. 현존하는 가장 효용이 큰 인간이 있다면 바로 짐이다. 그는 나 이외의 그 누구도 될 수가 없다. 짐이라는 최고의 자원을 부디, 마음껏 사용하기를. 휘두르기를. 짐이 있기에 그대들이 존재하며, 이 견딜 수 없는 업業이 그대들 한평생을 배부르게 하리라.

그러므로 살아남고 싶은 자,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제껏 누군가에게 삶을 재단당한 적이 있었나? 자신의 가치를 진정 고뇌하고 연구해 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삶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는 놀라운 진실을 받아들일 배짱은 가지고 있는 건가? 강인해져라. 인간이여, 그대는 강하다. 그대들은 생각보다도 훨씬 강하다. 허나 더욱 확고한 강함 앞에 응집된 무력……, 이것으로 우리는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그래. 우리에겐 내일이 존재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내일도 살아 있을 것이다.

Autophagy

자가소화작용/자식작용
조절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기능하지 않는 세포 구성성분을 자연적으로 분해하는 파괴 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