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대장군은 무엇이오?

논컾/[물]크롬, [빛]요한, [어둠]미하일

로오히 2차 by 로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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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의 군사 편제는 그렇게 되는 것이군요.”

 

크롬은 수첩에 열심히 필기하던 손을 멈췄다.

 

아발론의 기사로 새로운 시작을 할 기회를 얻은 크롬은 모든 인수인계의 과정에 적극적이었다.

한때 플로렌스의 기사 체계에서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었던 일은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크롬은 자신에게 설명하는 모든 기사들에게 후배의 태도를 보였다. 비록 그들이 저보다 나이도, 기사 경력도 짧을지라도 말이었다.

 

요한은 설명을 마치고 조금 긴장했던 어깨의 힘을 뺐다. 자신이 다듬고 훈련시켜 온 병사들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좀 더 잘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설명 끝에 보인 크롬의 찡그린 그 얼굴이 어떤 평가를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크롬은 자신이 필기한 수첩을 한참 보다가 미간을 찌푸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크롬의 질문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하셔도 됩니다’ 하고 유려하게 받아칠 수도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상대를 공격할 거 같은 무서운 표정에 잠시나마 압도되어 버렸다.

 

“아발론의 군사 편제와 플로렌스의 군사 편제를 똑같이 병치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아발론의 대장군은 요한 경으로 알면 되는 것입니까?”

 

뜻밖의 질문에 설명을 하던 요한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대장군?

대장군의 칭호를 붙이는 것에 대해 여태까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애당초 크롬이 질문하는 대장군의 정의조차 알 수 없었다.

 

‘로드를 위해서 아발론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다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비교적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로드의 성정상 누가 대장이니 하는 것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로드 외에 가장 대장인 사람? 어쩌면 행정관 루인 마이어가 이에 가장 합당한 사람일지도 몰랐다. 군사에 관한 부분에서 총 책임자라면 아마 요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한은 이게 대장군이라고 할 만한 것인가? 하고 확답을 내릴 수 없었다.

 

“대장군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 거지?”

 

요한의 인수인계 과정을 지켜보던 미하일은 팔짱을 끼면서 질문했다. 엘펜하임 또한 플로렌스의 체계와 상이하니 그런 질문은 의미 없다고 일축하려다가 요한이 해결하게 두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미하일의 질문에 크롬은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전장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병사들을 정비하며, 가장 먼저 앞서서 적을 치는 선봉장을 물어본 겁니다.”

 

크롬이 내린 대장군의 정의는 그러했던 모양이었다.

 

“전장의 파악은 미하일 경이, 전략은 로드께서, 정비는 제가 하고 선봉장은 프람 경인 편입니다.”

 

요한은 점점 자신의 대답에 오해가 없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자신의 이상한 답변으로 크롬이 아발론에 합류한 것을 후회하거나 자신의 로드를 저평가할까 두려워졌다.

 

‘내가 괜한 말을 한 게 아닌지.’

 

요한의 걱정 깊은 얼굴에 미하일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나서려 할 때였다.

 

“…좋은 기사단입니다.”

 

크롬의 나직한 목소리에 두 사람은 제 귀를 의심했다.

 

“저도 함께 할 동료가 더 많았더라면, …아닙니다.”

 

크롬은 헛기침을 하고는 두 사람에게 정중한 인사를 했다. 순간 떠오른 복잡하고 부드러운 속살 같은 감정이 다시 단단하고 고집스러운 인상 사이로 숨어버렸다.

 

“요한 경,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의 다짐같은 말에 요한과 미하일은 서로 보다가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아발론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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