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그건 그냥 가짜였어.

논컾/[불]크롬, [불]샬롯

로오히 2차 by 로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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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격에 이런 품질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요.”

 

상인이 연신 손을 비비면서 장신의 기사에게 아첨을 떤다. 곧 그의 눈썹 밑으로 짙어지는 그림자에 상인은 흠칫하면서 눈치를 보았다.

 

“마음에 안 드시나 봅니다.”

“아니오. 마음에 들 것이오.”

 

기묘한 그의 대답에 상인은 눈썹을 꿈틀거린다. 그저 눈매가 사나워서 눈빛만으로 살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 남자는 생각보다 어리숙할지도 모른다고 상인의 촉이 말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이걸로 하실 건가요?”

“좋소.”

 

상인은 웃음을 참으면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칭찬했다. 그 기사가 고른 것은 매입한 지 1년이 되어도 팔리지 않아 곤란했던 모조 사파이어 목걸이었다. 상인도 뒤늦게 사파이어가 가짜인 것을 알았던 터라 어떻게든 팔아넘기고 싶었다.

 

그 상황에 나타난 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기사는 가격을 높게 불러도 눈 깜짝 하지도 않은 걸 보면 기사 봉급이 세거나 좋은 집 도련님인 모양이었다.

 

“크롬 경, 저라면 그 목걸이 그 돈 주고는 안 사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침한 목소리에 상인은 움찔해서 고개를 돌렸다. 베이지색의 보닛을 쓴 작은 숙녀가 이쪽을 보며 샐쭉하게 웃고 있었다.

 

“샬롯 경.”

“이런 거 사기인 거 아시죠?”

 

상인은 그녀의 눈빛에 등골이 서늘해져 목걸이를 홱 빼앗아 가판을 정리했다. 사기라는 단어를 말하는 순간 번쩍하는 남자의 눈빛이 무서웠다.

 

“제발 살려 주세요!”

 

 

“그 사람, 잡아서 성에 넘기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소? 다른 피해자도 생길 수 있으니 바로 잡아서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소.”

 

크롬은 로드에게서 받은 사파이어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그런 게 필요하면 진작 말하지 그랬냐며 아는 장인을 통해 받은 고급 마석 목걸이었다. 봉급 외에 더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한사코 거절했지만, 역시 아발론의 군주는 조금 이상했다.

 

“그 사람은 반성하지 않을 거에요. 재수 없었다고 생각할 거에요.”

 

상념을 뚫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크롬의 연두색 눈은 작은 기사의 붉은 눈과 마주쳤다. 세상을 불사를 듯 이글거리는 붉은 눈은 분노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크롬 경은 정의를 믿으세요?”

 

샬롯의 질문에 크롬은 그가 원하는 대답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크롬은 이럴 때 샬롯이 귀족같은 화법을 쓴다고 생각했다. 그레이스 공작의 조카로 잠입한 시절 배운 화법인지도 모른다.

 

크롬은 당시 변방에서 아버지를 통해 그 고상하고 기품 있는 아가씨에 대한 편지를 받았다. 그레이스 공작의 조카라며 선이라도 보라는 편지였다.

 

차일피일 미루고 버티다가 억지로 수도에 왔을 땐 그 아가씨의 실종으로 시끌시끌했다. 사교계의 샛별이 졌다고 울상을 짓는 귀부인들과 청년들의 모습은 정말 볼만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아가씨였던 모양이다.

 

크롬은 당시 아버지의 성화를 못 이겨 돌아온 길이 헛수고란 것을 알았지만 아버지가 이걸로 포기하겠거니 하고 안심했다.

 

어쨌든, 크롬은 샬롯이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

 

정의를 믿냐고?

 

정의가 없으면 자신의 노력과 수련은 의미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힘없이는 이루지 못할 정의를 이루기 위해…

 

“저라면 그 상인이 그 목걸이를 떠올릴 때마다 다시는 속여 파는 짓은 시도도 못 하게 만들 거에요.”

 

그 루비 같은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보잘 것 없는 벌레들에게도 이빨이 있다는 걸 알고 다시는 시도도 못 하게요.”

 

강해야만 정의롭다면 그건 이상하잖아요?

 

그 눈빛은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크롬은 이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또 알 수 없었다.

 

“공작의 조카라고 속이던 제가 하는 말이라 우습지 않나요?”

 

샬롯은 어깨를 으쓱였다. 눈 속에 이글거리던 불꽃을 언제 그랬냐는 듯 갈무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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