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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시마 논컾? 시마 카즈미가 물리적인 충격으로 기억을 잃습니다.
이부키 아이는 어느 지점에서 '정지' 했다.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느껴야할 것은 불편함이어야 했으나 그조차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그는 말 그대로 멈춰있었다. 어디에? 라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했다. 자신의 감정이었다. 그는 운동선수들이 가끔 느낀다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감각을 느꼈다. 이부키 아이는 본인의 감정을 정의내릴 수 없었다. 아니,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이부키 아이는 화가 났다. 그러나 표출할 대상을 찾지 못해 정지했다. 왜? 자신은 왜 화가 났지? 누구에게? 의아한 낯으로 저를 바라보는 파트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던 이부키는 더욱이 의아해지고 만다. 시마에게?
그는 지난날에 농담처럼 흘러갔던 날들을 기억한다. 지금의 미묘한 거리감까지의 노력이 쌓이며 우리를 만들어가기 위한 농담과 문답을 섞어내렸던 나날들 속에서. 이부키 아이는 한 기억을 꺼내들었다. 정확히는 스쳐가는 것을 잡아 챘다는 것에 가까웠지.
"있지 시마아, 시마~."
"...."
"시마시마시마시마시마"
"왜."
"역시 궁금하지 않아~? 있지, 같이 생각해 줘?"
"그러니까 뭘.."
"시마가 왜 나만 잊었을까아...에 대해서?"
빠드득, 하고 무언가 생을 마감하기 직전의 소리가 들렸다. 다행인 것은 그것이 무생물이라는 점이다. 시마는 천천히 숨을 뱉었다. 심호흡. 이유는 간단했다. 방금으로 이 질문이 우물정자로 10번을 채웠기 때문이다. 진짜 성가셔 죽겠네. 딱 그런 표정이었다. 이부키 아이는 눈치가 없는 편이 아니었고 그럼에도 실실 웃었다. 저렇게 귀찮아하면서도 결국에는 대답을 해주고 마는 사람이었으니까.
"중요하지 않아서 잊었나보지."
"엑, 그럴리가 없잖아?! 나 파트너라고?!
"네네, 어련하시겠습니까."
"상처야아... 그런 거 말고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줘~.."
쯧, 하고 혀 차는 소리가 들려오면 이부키는 방금 혀 찼지?! 혀 찼지!!! 라며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아무렴, 시마 카즈미는 아무렇지 않다는 양 가볍게 무시했다. 기억을 잃었으나 이렇게 돌아오는 일상들이 이부키는 퍽 기꺼웠다. 성가시다는 것이 얼굴에 드러나는 걸 숨기지 않으면서도 말로는... 말, 말...로도 가끔은 하지만? 응. 그럼에도! 시마 카즈미라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상냥했다. 매정하고 상냥하고 또 ...엄, 대체로? 매정했지. 매정해. 그래도 무언가를 물어보면 진지하게 생각해준다. 질문에는 대답을 준다. 그게 얼마나 어이없는 것이어도 그냥 던진 말이어도 그는 언제나 제게 답을 돌려주었다. 짧은 고민을 끝낸 시마 카즈미는 그렇게 말했다.
"평범하게 둘 중 하나겠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았거나. 라고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요컨데 코사카라고 하는 인간이 나와 관련이 있는 모양인데, 그게 그렇게까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인가? 정보량이 제로에 가까운 지금 시마 카즈미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한정되어 있었다. 묻거나, 묻어두거나. 이 기억은 찾아 마땅한가? 그는 막말로도 본능적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사고는 언제나 이성을 거치고 그것이 무엇이든 의심하며 직감을 믿지 않는다. 그러니, 분명⋯ 제가 선택해야 할 것은 정해져 있다. 그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말을 이었다. 이곳의 신호가 길어 다행이었다.
"하고싶은 말이 있어보이는데."
"⋯."
"이부키."
"⋯."
"말해."
간과했다면, 그에겐 아직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시마 카즈미는 대답 없이 정지한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색이 바뀐 신호등 앞에 부드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핸들을 돌리고 차창의 풍경이 바뀌며 이부키 아이가 머릿속을 스스로 정리하는 것을 그는 침묵으로 도왔다. 이윽고 두 번째, 신호가 걸렸을 때 즈음 그가 입을 열었다.
"있지, 시마. 저번에 얘기했던 거 기억해?"
"또 뭔데."
"왜 기억을 잃었는가, 에 대한 이유 말이야."
다시금 입을 연 이부키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어딘가 화가 나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화가 나 있었다. 그것은 둘 다 알 수 있었고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또한 두 명 다 이해하지 못했다. 이부키는 화를 억눌렀다. 헐렁한 바지자락을 손아귀 안에서 구겨가며 쥔 주먹이 그 증거였다. 화내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의 시마 카즈미에게는. 아니, 아직 화를 낼 수 없었다. 머릿속이 뭉개뭉개 실타래가 얽힌 것 처럼 복잡했다.
"당연히 물리적인 충격으로―"
"그거 말고."
"그거 말고 또 뭐가⋯"
화를 내고 싶으면 낸다. 그는 말뿐이더라도 특별히 복잡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어찌보면 가장 본능적인 사람이었다. 태생적으로 이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감정의 바이어스. 네가 말한 대로야, 시마. 그러니 이것은 어쩌면 너를 흉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작' 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미약하고도 따라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한, 그저 '기다려' 상태의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 뿐인. 좋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이 일그러진 얼굴, 목 아래로 삼켰으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 시마는 한 쪽 눈썹을 휙 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그거야 시마. 조금 더 생각해. 그게 네 역할이잖아. 우리가 나눠가진 것이잖아.
" ⋯중요했거나, 중요하지 않았거나? 그걸 말하는 거야?"
이윽고 정답이 나오면, 이부키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다시금 주먹을 말아쥐었다.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은 것들이 한가득이다. 시마는 바보야? 솔직히 그건 잊으면 안됐던 거잖아. 코사카에 대해서는, 너는 그걸 잊었으면 ..안됐던 거 아냐? 정리되지 못한 마음과 말들이 출렁이며 태생적으로 높지 않은 담을 불쑥, 넘으려 한다. 하지만 이부키는 넘쳐오는 물을 삼켰다. 주먹 쥔 손에 핏줄이 붉어지고 새하얘질 때까지. 아직, 화내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마를 믿고 싶었다. 무엇에 대해서? 그것에 대한 답조차 찾지 못한 채로.
"...시마의 대답은 지금도 같아?"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이라 핀잔을 주고 싶었지만 시마 카즈미는 한 번 열었던 입을 다시금 닫았다. 섣불리 대답하면 안되겠군. 좋게 말해도 그는 현재 확연히 불안해보였다. 안절부절, 어쩌면 화가 나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참고있는 것 같지만, 숨길 수 없이 잠겨버린 목이 위협적으로 울린다. 진짜 야생의 들개가 아닌가? 마치 으르렁거리며 상대를 위협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양아치.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이어간 시마 카즈미는 '시마.' 그리 부르는 그의 재촉에 다시금 입을 연다.
"그야 당연하지."
"..."
"중요했거나, 중요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인 게 분명하잖아."
아, 이제 한계야. 당장이라도 소리칠 준비가 되어있었다. 마치 그리 말하듯이 사납게 일그러진 얼굴을 한 이부키의 앞으로 시마는 먼저 선수를 친다. 눈이 맞고 리드줄이 당겨진다. 명백한 '기다려' 였다. 아직, 제 말이 끝나지 않았으니 들으라는 싸인. 이부키는 입을 벌린 채 다시금 정지했다. 1초, 그걸로 충분했다.
"뭐, 그래도 아마 중요한 쪽이겠지. 카테고리를 분실했다면, 분명 그런 거일테니까."
"....카테고리?"
"코코노에가 말한대로라면 너는 4기수가 아니라 다른 카테고리 안에 있었다는 말이잖아."
"......잘 모르겠지만 응."
"그러니까, 카테고리를 세분화시켰다는 건..."
리드 줄을 잡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이 야생의 들개로도 납득할 수 있는 말을 해주어야한다는 말이다. 어줍잖은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놈에게 이성적으로 설명을 해 납득시킨다는 것은 언제나 피곤한 일임이 분명했음에도 시마 카즈미는 기꺼이 이를 행했다. 이 행동 자체를 익숙하게 여기는 자신이 존재하니까.
"이부키, 너. 스마트폰 갤러리에 무슨 사진들이 주로 있지?"
"..갤러리?"
그로 인해 튀어나온 것은 퍽 엉뚱한 말이다. 이부키는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양 볼맨소리를 내었지만 시마는 템포를 늦추지 않은 채 시선을 돌리고 페달을 밟았다. 마치 잔잔한 문답을 이어가듯이, 질문을 회피하진 않았다. 이것은 명백히 그가 제게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시마 카즈미는 왜인지 모르겠으나 그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잔재인가? 웃기지도 않은 일이지.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말을 잇는다. 운전중이었으니까.
"그래. 찍은 사진들 말이야. 현장 사진이라거나, 일상에서 찍은 사진이라거나. 그런 것들이 존재할 거 아냐."
이부키는 할 말이 없었다. 시마가 말한 것들이 제 갤러리 폴더 안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 말을 꺼내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그는 기다렸다. 시마가 뜬금없는 화두를 던질 때는 언제나 저를 위한 것들이었으므로. 그것은 기억을 잃기 전에도, 잃은 후에도 같았다. 말아쥐었던 주먹에 조금 힘이 풀린다.
"너는 그것들을 어떻게 보관하고 있지?"
"⋯그야, 현장 사진은 중요하니까 따로 폴더ㄹ..."
아, 하고 바보같은 소리를 낸다. 무언가 깨달은 듯이. 시선조차 주지 않았던 시마는 그에 픽, 웃는 소리를 냈다.
"그래, 이유가 없으면 세분화 시키지 않아. 굳이 폴더를 만들 필요가 없지."
"..확실히."
조금씩 납득해가는 모양이군. 시마는 이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으니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이부키 아이는 멍청하지 않았다. 그저 생각을 조금 덜 할 뿐이지. 그게 멍청한 거 아니냐고? 뭐, 그렇다면 정정하지. 멍청하긴 해도 완전히 바보는 아니었다. 애초에, 사진이라는 건 간직하고 싶지 않다면 찍지도 않는다. 적어도 시마 카즈미는 그러했다.
"중요하지도 않은데 굳이 폴더를 만들어서 기억할 필요가 있나? 이미 4기수라는 폴더가 존재하는데. 거기에 넣어놓으면 될 걸"
"..."
" '굳이' 너를 세분화시켜서 카테고리를 만들었거나"
"..저기, 굳이에 너무 힘 들어가지 않았어?"
"네 반응을 보건데 그 코사카라는 사람 또한 거기 들어가 있었다면... 중요한 쪽이 맞겠지. 다만 문제는..."
"..문제?"
그래, 중요해서 세분화 시킨 카테고리라는 것에는 시마 카즈미 또한 의심하지 않았다. 이부키가 먼저이든 코사카라는 사람이 먼저이든간에 시마 카즈미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매정하기에 *자기평가였으나* 신경쓰고 싶지도 않은 것들을 하나하나 세분화 시키고 정리해둘만큼 섬세하진 못하다. 중요하지 않았다면 정리조차 하지 않고 버렸겠지. 남자는 제 성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세간의 의미로 말이지. 다만 여기서 문제는⋯.
"정말 중요해서 세분화시킨 카테고리를 잊어버린 건지⋯."
부드럽게 핸들이 돌아가고 갓길에 차를 세운다. 교대 시간이었다. 차는 이미 브레이크를 밟은지 오래였다. 시마 카즈미는 핸들에 잠시 팔과 상체를 기댄 채로 제 파트너를 돌아보았다. 아마 듣고싶지 않은 말이겠지.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분명 예전에 자신이라면 말하지 않았을 터였다.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 괜한 불안감만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말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단 한 순간도 제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이 이상한 놈에게 옮아버린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카테고리라 버린 건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말이야."
"⋯."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지. 살면서 기억하기 싫은 일 정도야 얼마든지 있고 만약 그게 스트레스와 직결되어 있다면 뇌가 기억을 버렸을 수도 있다. 즉, 기억하기 싫은 카테고리였을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이 있어."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지만 말이야. 간과할 수 없다는 거지. 그리 덧붙인다. 시마 카즈미는 그것이 퍽, 변명같다고 느꼈다. 이상하지. 자신은 현재 코사카도 이부키 아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는데. 왜 저는 이렇게까지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 같은지. 담백한 시선이 맞물린다. 다른 한 쪽은 이제 타오르지 않는 눈으로 저를 바라본다. 꽤나 진정되었나보군. 아직 멀었지만. 시마 카즈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시마는."
"...시마는, 어느쪽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기억이 있던 나한테 내가 물어보고싶거든"
"아니, 지금의 시마한테도 듣고싶어."
"..어느쪽일것같아? 기억하기 싫었던 쪽? 아니면.. 중요했던 쪽?"
"⋯."
이번엔 시마 카즈미 쪽에서 침묵을 지킨다. 시마는 고민했다. 이것은, 제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인가? 이부키 또한 생각했다. 아니, 생각했다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는 자신이 하나의 떼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듣고싶었다. 시선은 여전히 시마에게 꽂혀있었고 단 한 순간도 그에게서 움직인 적이 없었다. 만약 제 3자가 이곳에 있었다면 대단한 집중력이라 말해도 좋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이부키 아이의 신경은 온통 그에게 쏠려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부키 아이는 '믿고 싶었다.' 시마 카즈미를. 그리고 그가 봐왔던 시마를, 너라면 분명.. 잊고싶지 않았을 거라고.
"...글쎄다, 지금의 내가 짐작하기로는.."
틱,틱,틱⋯. 이부키는 시마의 손목에 걸려있는 시계 초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적 속 들려오는 것이 그것 뿐이었는지. 아니면 그와 관련된 것들이라 들려온 것인지. 단 하나의 소리도 놓치기 싫다는 양, 온 신경을 곤두세워 몸이 아우성을 치는 기분이었다. 제발, 시마. 그것은 가장 이기적인 감이었다.
"..아마, ⋯역시. 중요한 쪽 아니려나?"
"이유는?"
이유까지 대야하는거냐.. 시마 카즈미 잠깐 어이없다는 티를 여실히 내었다. 솔직히 곤란했다. 지금의 제가 내릴 수 있는 것은 짐작일 뿐이고 증거조차 불충분하다. 그러나 답은 쉽게 나왔다. 저 또한 뱉어놓고 잠깐 멍청한 얼굴을 지었을 정도로. 랄까 저 눈은 역시 성가시다. 마주보면 피할 수 없게 돼.
"...그야, 파트너잖아. 중요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
"....."
"그리고 난 널 정말 세상에서 제일 열받는 바보라고 생각하지만."
"...."
"그렇다고 평생 꼴보기 싫어서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다고 생각한 적은 없거든."
퍽 불만스러운 표정이구만. 시마는 상황에 맞지 않게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는다. 그리고는 안전밸트를 풀었다. 이제 정말 출발할 시간이었기에. 농땡이에도 정도가 있지.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일을 게을리 할 수는 없었다. 시마 카즈미에게 중요한 것은 제 기억같은 게 아니었다. 말마따라, 그것이 저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아니었는지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만약 중요한 것이었다면 그 또한 후회하는 것은 미래, 자신의 몫이다. 하나 그것을 두려워하기엔 나는⋯
"넌 좋은 경찰이야. 이부키."
나와는 다르게. 그런 말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고. 이부키는 막연히 생각했다. 그것이 불만스러웠다. 대답의 끝이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으나 그럼에도 설명할 수 없었던, 발끝에서부터 턱밑까지 뭉개뭉개 보글보글 웅성웅성 거칠게 쌓여있던 것들은 어느정도 흩어졌다. 이부키 또한 안전밸트를 풀었다. 여전히 입술은 대빨 나온 채였지만 말이야.
"대답이 됐어?"
".....응, 조금."
"조금이냐."
"기억이 돌아오면 다시 물어볼거니까."
"성가시네 진짜⋯."
그런 것들을 두려워하며 멈춰있을 거라면.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그것이 시마 카즈미가 내린 경찰로서 해야할 것들이다. 공과 사를 침범하지 마라. 개인 사정의 잣대를 들이밀어선 안된다. 시마 카즈미는 차창을 보며 느리게 눈을 끔벅였다. 되찾고난 자신은 무슨 생각을 할까. 막연한 것들에 대하여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무엇을 잃고, 무엇을 찾으려 드는지. 정말 중요해서 잃어버린 것인지 기억하기 싫어서 버린 것인지. 시마 카즈미는 막연히, 자신을 믿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나와 같은 생각이었으나 출처를 찾을 수 없었다. 아, 기어이 두려움과 마주한다. 아마 저는 무력하게 그와 마주하겠지. 막연히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제 입으로 직접 물어야할 것이라고. 그것이 가장 미래의 제가 덜 후회하는 길일 거라고. 더 두려운 것은, 전부를 들었음에도 아무런 감상이 들지 않을지 모르는 자신에게 있다.
"이부키."
"왜애."
"그래서, 코사카가 누구야?"
그럼에도 나는 묻는다. 그에게 정체는 가장 안온한 감옥이자 지옥이었으므로. 하나 이는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과는 달랐다. 그저, 단 하나의 변덕. 감화, 또는.. 이기심. 나는 노력했다 라는. 시도했다라는 안도감. 도망치는 것 보다, 정면으로 부딪혀 부서지는 편이 나았다. 이 또한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모르는 것이었다. 젠장, 머리아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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