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404+UDI lab.

[MIU404/전력] 노을

위클리 전력 / 하무키쿄하무 & 이부시마이부

* 원작과는 일절 관계없는 2차창작입니다(포스타입에서 2021.11.07에 작성한 글을 그대로 옮겼음)

#UNNATURAL_MIU404_WEEKLY 전력 키워드 중 하나였던 "노을"을 썼습니다

* MIU404(왓챠 기준) 마지막화 이후 + 역병이 물러간(!) 세계선을 따릅니다. 시간 축은 제로 이후 꽤 지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본편에 등장하지 않는 내용은 전부 팬피셜이며, 실존하는 장소를 차용하였으나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키쿄&하무, 이부키&시마 각 조합에 대해서 미약하게 CP. 진짜 새끼손톱 정도...

* 이부키와 하무 쨩, 둘이 좋은 친구였으면 좋겠어요- 하는 사람.


유타카는 한창 무럭무럭 자라나는 그 나이대 애들답게(그게 아니면 든든하게 먹을 때는 무조건 고기를 외치는 키쿄의 영향이거나) 시시때때로 바베큐를 하자고 졸라댔다. 보통은 마당에서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어디서 뭘 들은 건지 캠핑장에 나가서 구워먹자고 하는 거다. 물어보니 반 친구들이 가족끼리 여름방학에 캠핑장에서 고기 구워먹은 걸 자랑했댔다. 그게 언제 일이냐고 물으니 씨익 웃으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랜다. 못해도 삼 년은 지난 과거다. 세상에, 이렇게 속 깊은 우리 아들 부탁인데 내가 왜 못 들어줘. 젖살이 다 빠져 슬금슬금 제 아버지의 옆선이 살아나는 얼굴이 씨익 웃는 앞에서 키쿄는 굳게 다짐했다. 키쿄 유즈루가 더 이상 기수의 대장이 아니고 출퇴근이 일정한 편인 경찰서장이 되었고, 하노 무기 또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으니 꺼낸 외아들의 소망이다. 아주 멀리는 못 나가도 관할 지역 근교라면 가능할 거다.

물론 속이야 씁쓸했다. 어디 모자란 거 없게 키우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도 이렇게 된다. 애들은 애들답게, 하무 쨩과 서로 고개 끄덕여가며 열의를 불태운 육아방침이었는데도. 나이답게 칭얼거리는 일은 있어도 아주 못 이룰 말은 입에 담지 않았던 거다. 그러나 후회는 후회이고, 지금 할 일은 삼 년 만에 세상 빛을 본 키쿄 유타카의 소원을 아주 옴팡지게 이루는 거다. 과거에 머물기만 해서는 나아갈 수 없다. 키쿄는 곧장 개인 핸드폰을 꺼내 연락을 돌렸다.

그렇게 모인 면면은 익숙한 마당 바베큐 멤버다. 가족행사의 확장판. 원래 4기수 출범 전에는 고기 준비며 굽는 것에 뒤처리까지 전부 키쿄와 하노가 도맡았으나, 한 번 힘 깨나 쓰는 도우미 둘을 들여보자 그 안락함을 포기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파워하라는 아니다(키쿄 본인은 가끔 고민하고 있으나). 저 둘은 진짜로 자진해서 도우러 왔었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조금씩 달라졌다. 시마 왈, 유타카 나이 정도되면 이제 먹는 양이 농담이 아니니까 키쿄 씨와 하무 씨로는 절대 감당이 안 될 거라 했고(5형제의 차남이 말 한 거니 절대 틀리지 않는다고 보증도 쾅쾅 박았다), 이부키는 그냥 신났다. 자기도 밖에서 캠핑하면서 고기 먹어본 적이 없다고 방방 뛰는 모습이 전화 너머로도 선했다. 본인들이 기사 겸 짐꾼 겸 고기굽기 담당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두 사람은 귀한 이틀의 비번을 키쿄 가 확장판 버전 캠핑에 쓰기로 했다.

도쿄도 네리마구에 위치한 히카리가오카 공원 BBQ장에 들어올 때까지 유타카는 차안에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발을 굴러댔다. 초입에 있던 연못에 동동 떠있던 오리만 가지고도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는지. 거기까지 생각한 시마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유타카는 딱 자기 나이 같으니 됐다. 문제는 자기도 캠핑장 처음이라며 같이 방방 떠 있는, 이제 마흔을 앞둔 파트너지. 뭐, 비번이고 행복하면 됐지만.

"와아! 완전 넓어!"

"캐치볼하는 사람들도 있네! 유타 쨩, 아이 쨩하고 캐치볼 할래?"

"이부키, 너는 이쪽. 우린 할 거 많다. 가족끼리 놀게 둬."

"에, 나도 놀고 싶은데-. 하무 쨩, 여기."

시마는 언제 꺼내둔 건지 글러브와 야구공을 흔들고 있던 이부키의 뒷덜미를 잡아다 질질 끌었다. 입으로는 우는소리를 하며 투정을 부렸지만 자기들이 불린 이유는 확실하게 알아서 그런가 이부키는 글러브와 볼을 얌전히 하노에게 맡기고는 척척 텐트를 세워나갔다. 자연스럽게 역할이 정해져서 시마는 트렁크에서 바베큐 용 숯이며를 꺼내 고기 구울 준비를 시작했고.

...애들의 체력은 무한정함이 분명했다. 텐트를 세우고, 짐을 대강 풀고, 고기를 굽고 있으니 캐치볼 쉬는 시간마다 유타카는 양 뺨이 빵빵해지게 고기를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키쿄나 하노에게 또 놀자고 덤볐다. 원래 보통의 체력을 가진 하노는 물론이요, 과거 3기수를 뛴 전력이 있고 기수대 대장이던 시절에도 야근이며 밤샘을 커피 마시듯 해왔던 키쿄도 놀러온 아이의 텐션에는 이기지 못했다. 특단의 조치다, 하면서 시마가 "이부키, 가."하며 고 싸인을 내준 것으로 만사 해결되나도 싶었지만 정말로, 그건 완벽한 오판이었다.

지금도 갓 스물 넘어온 신입 형사들에게 체력으로 지지 않는 이부키도 자기 한계를 넘어서 자가발전하는 어린이에게는 못 당하는 모양이었다. 숫제 혀까지 빼물고 헐떡이는 꼴을 두고보지 못한 시마가 손짓으로 파트너를 불렀다.

"이부키, 교체해. 네가 굽고 있어."

"헉, 헉-. 시마, 유타 쨩 완전, 완전 그거야, 그-."

"발전기?"

"응, 그거! 먹은 게 바로 에너지로 바뀌나봐! 어떻게 그래."

쥐여준 이온음료 1.5L 페트병을 통째로 꿀꺽꿀꺽 마시는 모양새는 평상시 도주하는 범인을 잡은 직후와 똑같아서, 아무래도 체력이 문제가 아니라 속에 뭐 든 채로 뛰어다닌 게 안 됐던 모양이다. 그럼, 뭐 먹자마자 뛰면 속 꼬이지. 소화기관이 나이먹는 건 무척이나 정직하다. 그건 단련하고 운동해서 될 게 아니니까. 시마는 숯불 옆에서 이번엔 시마랑 캐치볼이라며 만세를 부르는 유타카를 흘끔 보고서 결심했다. 짤막한 쉬는 시간마다 고기 먹지 않기. 뭘 먹어도 절대 음료수만이다. 시마가 다짐하는 사이에 유타카가 양 뺨이 발갛게 상기된 채로 소리쳤다.

"엄마, 나 엄마랑 하무 쨩이랑 시마하고 넷이서 캐치볼!"

"유타, 그건 글러브 하나 모자랄 걸?"

"그럼 가위바위보로 정해!"

"그렇다는데, 하무 쨩?"

"후훗, 그러면-,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는 세 번이나 비겼다가 키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 동안에 시마는 유타카가 지금 몇 시간 째 뛰어놀고 있는지를, 그 사이에 사라진 고기가 몇 근이나 됐는지를 생각하고 부르르 떨었다. 정말로 음료수만 먹고 버틸 수 있나?

어쨌거나 머슴으로 부려지는 두 사람이 생고생을 해준 덕분에 키쿄도 하노도 딱 적당한 강도의 운동만 하고 끝났다. 이제 노는 건 끝. 고기 먹을래. 땀으로 흠뻑 젖은 유타카는 시마와 샤워하고 다녀온 후에 그렇게 선언하고 실컷 먹어댔다. 뭐, 애초에 이 자리의 모두가 잘 먹는 사람들이긴 했다. 낮에도 깔짝깔짝 줄던 고기는 이제 시마와 이부키 두 사람이 매달려 구워야 먹는 속도가 맞았다.

한참 빠른 속도로 달려가던 바베큐는 노을이 질 즈음에야 끝이 났다. 어둑하게 불그스름한 숯불 사이사이에는 호일에 감싼 감자며 고구마, 통생선까지 박혀있지만 여하튼 고기는 끝이었다. 배부르다. 전투적으로 고기를 굽고 먹던 다섯은 이제서야 찬찬히 주변을 둘러본다. 한때는 공군비행장이었던 곳답게 너르게 탁 트인 곳에서 보는 노을은 절경이었다. 유타카는 졸린 눈을 했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 사진을 찍었고, 다 같이도 사진 찍자며 결국 저녁 산책을 나왔던 인근 주민에게 카메라를 맡겨 단체사진도 찍었다.

그러다가,

"아, 그래-. 웬일로 조용하다 싶었지. 하무 쨩, 유타, 전화 좀 받고 올게."

"막내? 얘가 갑자기 왜? 이부키, 나도 잠깐 좀."

키쿄는 니시무사시노 서에서 연락이 들어왔고 시마는 아무래도 막내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놀러온 자리에 공적인 일을 개입하고 싶지 않아하는 키쿄는 계속 빠른 걸음으로 텐트에서 떨어지고 있고, 시마는 그냥 습관대로 최대한 인적 없는 데에서 전화를 받으려고 멀어져있다. 결국 돌아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거다. 딱 저 노을이 다 타서 재가 될 정도만큼. 가뜩이나 낮부터 잔뜩 뛰어놀았던 유타카는 친구들한테 자랑할 사진까지 찍고선 자기 침낭에 파고들어 잠들었으니 남겨진 건 하노와 이부키다.

둘이 남겨진 공간은 의외로 적막했다. 시마가 봤으면 잠깐 눈을 비비고 다시 봤을지도 모를 정도로. 이부키가 남기는 LIME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옆에서 봤었을 키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사실을 두 사람도 알고 있다. 결국 마주친 눈에 웃음이 까르륵 터졌다. 먼저 입을 연 건, 늘 그랬듯이 이부키다.

"있지, 하무 쨩. 이제 충분히 행복해?"

"그럼요. 내 불운을 그날 우물 속에 다 놓고 나왔다고 믿을 정도로."

"그럼그럼. 하무 쨩은 행복해져야지. 아, 맞아. 전에 대장이 말했던 거는 어떻게 대답했어? 노후는 둘이서 같이 보내자는 그 말, 드디어 답장했다며! 아이 쨩한테도 알려줘, 응?"

하노는 대답 대신에 갑자기 핸드폰 갤러리를 켰다. 노랗게 내려앉은 화면에 쓰여 있는 건, 놀랍게도 집 등기였다. 적당한 교외의, 마당 딸린 이층 짜리 단독주택. 이게 갑자기 뭐야.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말을 잃어버린 이부키와는 대조적으로 하노는 눈가를 접어웃으며 빙그레 웃었다.

"나는 역시 말보단 분명한 게 좋아서, 집문서로 대신했어요. 여기에 공동명의 해주지 않겠냐고."

"우와, 진짜-. 나 지금 등골부터 쫙 떨렸어. 행동력마인 하무 쨩이네-."

"경계선을 조금 비꼈던 적이 있는 우리들한테는 역시 이런 저력이 어울리지 않겠어요?"

동질감, 동료애. 닮은 데가 있는 사람들끼리는 때때로 섬광처럼 관통되는 것이 있다. 어쩌면 그런 상처 있는 사람끼리 한 지붕 아래에 지내는 동지였을 뻔한 사이는 미온적인 차선대신 위태로운 최선을 골라 이뤄낸 이 현실에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감동으로 눈시울을 적신다. 이부키는 이번에야말로 장난기 가득하던 표정을 지우고 양 손 아래에 촉촉해지는 눈가를 감췄다.

지금의 파트너들은 언제나 적법한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 선의 경계, 저 까만 곳으로 완전히 굴러떨어지는 스위치가 가까웠던 저희와는 다르게. 때문에 과거를 돌아보는 저희는 곧잘 말한다. 그때 키쿄 씨가 아니었더라면, 가마 씨가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여기 없다고. 물론 그들은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하무 쨩은 그렇게 갇혀있을 사람이 아니었어. 이부키 너는 좋은 녀석이야. 최종적으로 스위치를 누르고 전력질주를 택한 건 너희들이라고 말해주는 소중한 파트너가 얼마나 애틋한지를 가장 비슷하게 느끼는 동지는 이제 인생의 가장 단단한 반석이 되어줄 행복을 쟁취했다.

"있지, 나는 하무 쨩이 행복해지는 걸 보고 있으면 말야? 아, 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단 말이지. 근데 대장이나 하무 쨩처럼 그렇게 용감하게는 못 하겠어. 진짜."

"왜 못 해요. 이부키 씨는 가끔 이런 데에서 소심하더라구요."

"가족이 된다는 건, 그, 좀? 역시 무게가 다르다고 해야할까-. 대장은 하무 쨩하고 꽤 오래 같이 살아봤잖아? 게다가 대장이 먼저 프로포즈 꺼냈고. 하무 쨩 쪽은 실패 확률 0의 느낌?"

"하하, 그건 완전 자각 없긴 했지만요―그렇다고 하네요, 시마 씨."

"엑."

"그으러셨습니까, 이부키 순사부장님?"

보드레하게 풀려있는 하노의 말이 또박또박하게 파트너의 이름을 불렀을 때, 이부키는 이번에야말로 벼락에 맞은 듯이 튀어올랐다. 대체 언제? 내가 왜 발소리를 못 들었지? 그것보다 어디부터 들은 거야? 온갖 혼란으로 범벅이 된 표정 앞에서 시마는 인상을 팍 썼다.

"머뭇거려서 손해봤어. 하무 씨, 협력 감사합니다."

"뭘요.―아, 키쿄 씨. 어서와요. 뭐래요?"

"별 거 아녔어. 그냥 오늘 관내에 발생한 굵직했던 사건 구두보고. 나중에 서류로 받긴 할 건데 알고는 있어야 할 내용이라. 그런데, 뭐야? 두 사람 표정이 왜 그래?"

전화를 끊고 바지런히 돌아온 키쿄는 저를 웃음으로 맞이한 하노의 곁에서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404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미친듯이 묵비권을 외치는 이부키와 그 앞에서 짝다리를 짚고 매서운 얼굴로 올려다보며 쏘아대는 시마라니. 어째 평소랑 반대인데. 그건 그렇고, 시마도 꽤 양키같이 위협할 줄 아는구나. 뭐, 성인 어른들끼리고 알아서 하겠지. 키쿄는 딱 거기까지 생각을 접고 아이스박스를 가리키며 하노에게 물었다.

"하무 쨩, 맥주 한 잔 할래? 오늘 맑아서 별이 잘 보일거래."

"좋아요. 유타 쨩은 잠들어서, 우리가 찍어서 보여주죠."

노을은 다 저물었다. 경계선을 하나 넘어 새로운 하늘이 펼쳐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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