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진바] 스위치
시마 카즈미에게 있어 형사의 모습이란,
* 원작과는 일절 관계가 없는 2차창작입니다(211103에 포스타입에서 작성한 글을 약간 손봐서 옮김)
* 본편 엔딩 이후 그리 멀지 않은 시점을 다루고 있습니다(역병은 적절한 스루)
* 공식에서 나오지 않은 설정 외에는 전부 개인 뇌피셜입니다.
* 시마 쨩 캐해석 하고 있다보니 튀어나온 조각글&메모리얼 북 읽기 전이라 과거 써뒀던 캐해석 조각은 지워두기로 합니다.
** 시계열을 철저하게 말아먹었으므로, ‘이부키 아이에게 있어 형사란 가마고오리 씨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마 카즈미에게 있어 형사란 진바 씨나 키쿄 씨의 모습을 하는 게 아닐까’라는 발상만이 남은 것으로 알아주십사….
코코노에가 기수에서 빠지고서 401에 생겼던 결원은 금방 채워졌다. 진바의 회복속도가 나이에 비해 경이적이라고는 하나, 한창 현장을 뛰던 정도는 못 될 것이고 근속 36년을 채워가는 그는 좋은 사수이기도 한 덕이었다. 어쩌면 코코노에가 파트너를 자랑한 이야기가 알음알음 퍼졌을지도 몰랐고.
가을 인사이동으로 온 것은 파출소 순경 1년을 채우고 막 형사가 된 새내기였다. 지난 반 년 동안 4기수의 브레이크 없는 좌충우돌은 부서를 막론하고 경찰청 전역을 떠돌아서일까, 새내기 형사는 긴장을 한 티가 너무 났다. 안면근육도 뻣뻣하게 굳고, 어깨며 팔을 쉽게 두지도 못하고. 이정도면 진바 씨한테서 안면배치 전수 받지 않아도 될 정도 아니냐고 404가 속닥이자, 그걸 뭘로 착각한 건지 신참은 숫제 우동면처럼 얼굴이 허옇게 떴다.
“어이구, 이놈들아!”
진바가 자리에 앉은 채로 목발을 휘둘러 두 사람의 허벅지를 턱하니 치고서야 이야기가 진행됐다.
어찌저찌 오해는 풀었어도 새내기는 쉽사리 힘을 빼지 못했고, 결국 타 부서 인사며 건물 안내는 이부키 몫이 되었다. 깔끔하게 정해진 건 아니었다. 처음에 시마가 자원했다가 선배님은 조금 무섭다는 말에(이부키는 옆에서 배 찢어져라 웃다가 등짝을 얻어맞았다) 쓴잔을 마셨고, 자기가 사수니까 가겠다고 한 진바를 404가 뜯어말렸다. 자꾸 그러면 아내분한테 말할 겁니다. 진바 씨, 큐쨩한테 영상통화 걸어줘? 아까까지 의기소침해졌던 시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통화버튼을 누를 준비 만반에, 그 옆에는 이부키가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핸드폰을 흔들었다. 어휴, 너희는 이런 때나 손발이 맞지! 그 말에 404는 꼭 닮은 얼굴로 씨익 웃어보였다. 그러니 어쩌겠나. 붙임성 좋은 남자, 이부키 아이가 출동해야지.
1기수와 4기수는 여전히 다른 건물을 쓰고 있고, 그 외에 신세를 지기 쉬운 타 부서까지 둘러보고 올 테니 이부키와 신참은 못 해도 한 시간은 넘게 돌아오지 않을 거였다. 402와 403은 아직 절찬리에 당직을 서는 중이고. 덕택에 분주소에는 과거의 사수와 과거의 신참 두 사람만 남아있다.
알고 지낸 시간이 길다보니 침묵이 특별하지도 않아 진바는 자연스럽게 신입에게 가르쳐줄 자료를 만들었다. 코코노에가 이것저것 알려주고 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장에서 전수되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매뉴얼이나 문서화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잘 통하는 모양이다. 후에 제가 은퇴하거나 하면 이게 4기수의 매뉴얼로 남을 지 또 누가 아나.
“그리고 보니까 말이죠, 진바 씨.”
“응?”
돌연, 시마가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어정쩡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는 사이다보니 진바의 머릿속에는 순간적으로 최근 4기수가 초동수사를 돌았던 굵직한 건이나 타 부서 사람들에게 들었던, 어쩌면 저희 쪽에도 계속수사 요청이 들어올 수도 있는 건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이어진 말은,
“제 첫 사수가 진바 씨여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예상을 열 번은 뛰어넘었다. 뭐, 사람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 바뀌기도 한댔다. 중년에 접어들 무렵에는 호르몬 변화인가도 있어서 감상적이게 될 수도 있다고 했고. 진바는 가볍게 말을 받았다.
“별 일이네. 시마 네가 옛날이야기를 다 꺼내고? 나이를 먹긴 했구만?”
“그야 저도 내일모레면 사십, 아니, 이게 아니라―!”
돌아온 반응은 썩 가볍지가 않아, 진마는 의자를 빙글 돌려 눈을 마주쳤다. 솜털도 안 빠졌던 시절부터 꽉 다물린 조개 같던 녀석이 여기까지 말을 하려고 든다면 전력으로 들어주는 게 선배이고 사수의 일 아니겠나. 사수와 신입이었던 관계가 아주 오래 전이라고 해도 그에게 있어 시마 카즈미는 언제나 아픈 손가락이었으니까. 본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서도.
눈만 보고서도 척하면 척인 건 시간이 쌓인 증거다. 시마가 느슨하게 말을 풀어 놓는다. 차라리 회식 자리에서 얼큰하게 술기운이 올라와 주절거리는 것처럼.
“한번 죽을 뻔 하니까, 역시 말을 해야겠다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그랬어요. 왜, 이부키 녀석 툭하면 자기는 가마 씨 같은 형사가 되고 싶었다고 말하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문득 궁금해지는 거예요. 나는 뭐하러 형사를 했었나―, 하고요. 쿠즈미 건에서 REC 그놈하고 말하다가 저, 생각보다 형사 포기하고 싶었구나 했―아, 이거, 이부키 그 녀석한테는 비밀이니까요! ...여튼 그, 왜, 진바 씨는 알잖아요. 저, 남들보다 감정도 옅고 정의 구현 이런 데에 뜻 없는 녀석인 거. 지금까진 그냥 제, 별 거 아닌 지적 호기심과 만족감 때문인가도 했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코사카 건도 있었고 덕택에 좌천도 거하게 당했는데도 저는 형사를 그만두지 않았죠. 그랬더니 말이죠,
“이부키 그 녀석이 묻더라고요. ‘그럼 시마쨩이 생각하는 형사는 누군데?’라고. 그랬더니 딱 진바 씨하고 키쿄 씨가 떠오르는 거예요.”
아, 나는 당신들이 좇는 그 정의를 멋지다고 생각했구나―. 정의를 추구하면, 그러면 나도 정말 좋은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그래서요.
“내가 형사를 그만두면 진바 씨나 키쿄 씨가 좇는 정의마저 져버리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 했나봐요. 그래서 그렇게 필사적이었고, 진바 씨 그렇게 됐을 땐 거의 자포자기해버려서.”
그래서 이부키 같은 좋은 녀석이 형사로 남아있으면 되는 거 아냐? 하면서 막무가내 스탠드 플레이를 해버리고 말았는데요. 아, 주절주절 말이 많았다. 진짜 중년 접어들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는다더니 이런 건가? 이야기는 끝. 녹음 같은 거 안 했죠? 했으면 이토마키 씨한테 완전삭제 부탁할 거니까요.
한참동안 말을 늘어놓던 시마의 목소리가 팍 뒤집혔다. 가볍게 농을 치며 털어내려는 낌새에 꼭 잠복하듯이 한참을 가만히 있던 진바는 씨익 웃으면서 곱슬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아직 쥐방울만한 게 근속 36년의 형사를 얕보지 말라, 이거야―시마 너는 쿠즈미 같은 놈하고는 달라.”
덜컥, 아까의 신입처럼 시마가 뻣뻣하게 굳었다. 말도 안 되는 걸 본 표정에 진마가 큰 소리로 껄껄 웃었다.
“웬일로 속내를 여나 보니까 털다가 마네, 인석아. 내가 널 몇 년을 봐왔다고 생각하냐.”
한참 입을 뻐끔거리던 시마가 결국 의자를 90도 돌렸다. 손부채질을 하는 걸 보니 이제야 부끄러움이 몰려오는 모양이다.
“날 속이려면 이십 년은 빠르다, 이 녀석아!”
이부키와 신참이 들이닥쳐 이 난장판을 목격하기 앞으로 오 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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