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404+UDI lab.

[MIU404/이부시마이부] 한정판 운동화, 데일리 운동화

“나는 이상형하고는 사귀지 않는 사람인데.”

17회 디페스타(220115)에 가필수정해 책으로 나왔습니다. 웹재록 샘플 겸해서 투비로그에서 이쪽으로 원문 그대로 옮겨둡니다(가필수정이 제일 많이 들어간 글)

* 미코토 센세는 절대로 시마의 이상형 존에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 의미에서 질투하는 이부키(!)

* CP는 이부시마, 시마이부 중 어느 쪽으로 읽어주셔도 무방합니다

* 저 미코토 센세도 진짜 사랑하거든요... UDI 랩 사람들도 언젠가 꼭 쓴다...쓰고만다...이렇게 가볍게만 쓰고싶지는 않았는데!!!

* 자료 좀 찾다보니, 1화에 이부키가 신고 있던 파랑-주황 러닝화 그게 이미...한정판 운동화였던 모양입니다ㅎ.


“이번 검시를 맡은 UDI 랩의 미스미 미코토입니다.”

시신의 사법해부를 위해 들린 UDI 랩에서 마주한 법의학자는 처음부터 한결같은 태도로, 과하게 다정하지도 냉정하지도 않은 태도로 검시부터 해설까지를 끝마쳤다. 약 5시간의 검시와 그 후 이어진 한 시간 정도의 해설이 끝나고서 시마와 미스미는 서로의 명함을 교환했고, 404는 최종 검시 검정서를 들고 니시무사시노서에 돌아갔다.

차 안은 조용했다. 404호의 대화는 대체로 이부키가 물꼬를 트는 편이었으나 오늘의 그는 지나치게 지쳐버려 조수석에 반쯤 늘어진 탓이다. 좌회전을 하며 흘끗 본 파트너가 제 옷만큼이나 희게 질려있어 시마는 안타까움 반 기특함 반으로 입을 열었다. 공과 사는 구별한다지만 애인이 저만큼 정신도 몸도 갈아가면서 버틴 것은 짠하지 않나.

“이부키, 수고했어.”

“시이마, 나 질문 하나만.”

“뭔데.”

후각이 예민한 녀석이라 정 아니면 밖에 있어도 좋다고 했는데도 굳이 부득불 옆에 꾹 눌러앉아 있었고, 자기가 못 알아먹을 검시결과를 듣는 중에도 말 끊거나 탈선시키는 일 없이 얌전히 있었던 무척이나 기꺼운 파트너에게 향한 말은 부드러웠다. 그렇지만,

“아까 미코쨩 선생님, 시마의 이상형?”

“하?”

“대-답-해-.”

뭔가 터무니없는 질문에 단전부터 거친 발음이 샜다. 벌써 알고 지낸 지 1년도 넘었고, 그 1년이 무척이나 진득했던지라 이부키는 겨우 그 정도로는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 점은 시마 역시 잘 알았다. 어차피 대답 못 할 것도 아니긴 했다. 다만 태클 걸 곳이 한두 군데여야지.

“미스미 미코토. 사람 이름을 멋대로 말하면 안 되잖아.”

“큐룻큐릇한 사람이니까 별명 정도는 괜찮아.”

“아니, 안 괜찮습니다만.”

“그래서! 시마! 대답은! 세이!”

얘는 뭐가 이리 심통이 난 거야, 라고 시마는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운전을 하느라 정면만 바라보고 있는 파트너의 옆모습을 이부키는 꽁한 채로 바라보았다. 미스미 미코토. 사실은 이부키도 제대로 기억하는 이름이다. 왜냐면 코사카 군의 검시를 했던 의사가 바로 그 사람이니까. 시마와 관련된 일은 무엇 하나 빼먹지 않고 잘 외우고 있다. 그게 사고사였다는 걸 땅땅 못 박아줘서 키쿄 대장이 시마를 4기수로 부르는 데에 문제 없다는 자료로 썼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까 그는 처음부터 이부키 안에서 얼굴을 보지 않았어도 좋은 사람이라는 카테고리에 있는 인물이라는 거다.

오늘 직접 만나보니 훨씬 더 큐릇한 미인이었고 그런 점에서의 호감도는 쑥쑥 올라갔지만. 이부키는 미스미 선생님의 일하는 모습이며 그 태도를 지켜보던 시마의 눈동자 안에 동경과 일말의 애정 비슷한 것이 들어차는 것을 보며 스스로에게 넌더리를 냈다. 질투는 꼴사나워.

시마가 키쿄 대장에게 처음 품었던 감정의 색과 온도는 아마 저것과 유사했을 거다. 지금 대장을 보는 시선은 색이 많이 옅어져 안온한 베이지 색처럼 되었지만, 한 때는 분명히 존재했던 애정을 부정하지는 않았으니까. 시마가 잠깐 좌회전을 하면서 눈을 마주쳤다가 곧 담담하게 답했다.

“너한테는 거짓말도 못 하니. ...뭐, 이상형이냐고 물으면, 그렇지.”

“…….”

알고는 있지만 직접 들으니 쇼크였다. 시마쨩하고 사귀는 건 난데, 그치만 이상형이란 건 원래 위시리스트 같은 거고. 아, 질투는 꼴사나울 텐데. 지금은 시마가 운전대를 잡아서 절대 다행이다. 제 표정이 얼마나 볼썽사나울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차 안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신호는 빨강. 문득 시마가 그를 불렀다.

“이부키.”

“...왜.”

“나는 이상형하고는 사귀지 않는 사람인데.”

“뭐야, 그게. 보통 이상형하고 꺄꺄우후후 하고 싶어 하잖아.”

반사적으로 돌려준 말 다음에는 희미하게 웃는 소리가 났다. 표정은 상상이 갔지만, 이부키는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이상형하고 내 평생 파트너가 다르다는 뜻. 이부키 너는 엄청나게 비싼, 최고로 맘에 들어서 산 한정판 운동화를 갈아먹으면서 뛰어다닐 수 있어?”

시마의 말에 머릿속에서 돈과 기회가 없어 사지 못한 위시리스트가 촤라락 스쳐지나갔다. 그 반짝이는 위시리스트에 반사적으로 고개가 도리질 쳐졌다. 저게 나한테 진짜로 있다면, 정말 정말 정말 아껴서 신겠지? 날이 궂거나 땅이 거친 곳에선 신지 않을 거고. 아, 그렇지만, 거기까지 생각하던 이부키가 문득 답했다.

“그치만 내가 그걸 신고 있고, 범인이 눈앞에서 도망치면 당연히 뛸 거야. 뛰어야지.”

이번에는 시마 쪽에서 짧게 탄성이 났다. 훨씬 안온한, 오히려 사적인 자리에서나 듣던 목소리 톤이다. 어쩐지 지금은 눈이 마주칠 것 같아 고개를 돌렸고 과연 제 감대로 시마는 저를 똑바로, 뭔가 눈부신 것을 보는 마냥 쳐다보고 있었다. 돌연 사랑이 흘러 넘쳐서, 큐룻한 그런 표정으로.

“네가 좋은 녀석이란 걸 간과했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못 하거든. 아마 그 신발은 평생 랙에만 걸려있지 신지도 못 할 거야. 그러니까 질투는 마시죠, 이부키 순사부장님.”

애인은, 내 평생의 파트너는 품 안에만 고이고이 간직하는 그런 한정판 운동화 같은 게 아니라 조금 볼품없어 보일지언정 매일매일을 함께하는 네 데일리 운동화 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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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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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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