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404

익숙한, 비참함?

왜 그런 게 너에게 느껴지는지 나는 알 수 없어서.

적막 속에 돌을 던질 수 있는가. 당신은 그럴 용기가 있는가. 침묵을 깨고 서두를 뗄 수 있는가? 미움받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 타인에게 거부당할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누군가는 돌을 던지는 자에게 말할 것이다. 그것은 오만이다.

타인에게 간섭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고 그러한 것들이 용서받을 수 있는 시기가 있는 법이라고. 그래, 치기어린 어린시절. 모른다라는 이유로 잔잔한 수면 위에 돌을 던질 수 있는 나이. 그리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나이. 모두가 파문을 일으키는 것을 이유 없이는 그래선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을 던지는 것은 잘못된 일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모든 질문은 단순하게 귀결될 때가 있다. 그저 궁금하니까, 그리고 알고 싶으니까. 타인에게 ‘질문을 한다‘ 라는 행위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질문과 대답. 지극히 간단한 문답, 그리고 행위, 대화.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 이해하기보다 납득하는 것이 편하니까. 이해를 포기하고 납득한다. 아, 너는 그렇구나. 상대방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를 프라이버시라고 부르며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킨다고도 말한다.

그 또한 틀리지 않았다. 평범하게, 사람들은 이해하기를 포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를 포기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망설임 없이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한다. 망설임 없이 타인을 신뢰하고 싶어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런 존재가 여전히. 시마 카즈미는 그 중 한 명이, 이부키 아이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마가 이상하다.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것 같지만. 나만은 눈치챘다. 라고, 이부키 아이는 자신했다. 그야 시마를 항상 보고있는 것은 자신이니까. 무엇이 이상하냐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지만 감이 그랬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평범한 척을 했다. 하지만 증거가 없었다. 이부키는 나름대로 형사다운 것이 무엇인지 그를 통해 뼈져리게 느낀 전적이 있으니. 섣불리 물어본다 해도 네 알 바 아니라느니. 개인 사정이라느니 하여간 같가지 이유로 상대도 안 해줄 것이 뻔했다.

치사빤스마인.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 그리고 저번에 이미 한 번 넌지시 반쯤 말해달라는 양 물어봤지만 철저하게 거부당했다. 진짜 치사빤스마인이다. 가까워졌나 싶으면 거리를 두고 조금 먼가? 싶으면 가까이에 있다.

이부키는 이 거리감이 묘하게 어색했다.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돗단배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누가? 자신이? 뭐 본인도 맞지만 그것보다는.. 제 옆에 서 있는 파트너가. 이상하리만치 흔들리는 것 같아서. 하지만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는 매일 평범하게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날은 운 좋게 빨리 범인을 잡거나 아니면 잡을 단서를 넘겨주거나 하는 것을 반복한다. 그리고 9시가 되면 종료~. 뭐, 물론 중점 밀행은 매일 하는 게 아니지만.

“있지 시마.”

언제나 대화의 시작은 대부분 자신이었다. 익숙해진 것인지 원래부터 그런 성격인 것인지. 어찌되도 좋을 이유들이지만 말을 붙여오면 시마는 항상 대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듣고있다는 제스쳐 정도는 취해줬다. 운전을 하고 있을 땐 말로, 운전을 하고 있지 않을 땐 보고 있던 파일철을 두드리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부키는 신경쓰지 않은 채로 입을 연다.

“역시 무슨 일 있지?”

탁, 하고 무릎 위로 파일을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이봐이봐, 이부키 형사님 방금은 좀 날카로운 질문이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도로에 맞춰 부드럽게 핸들을 꺾는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라곤 안 하는구나. 딱 걸렸다고 시마쨩~. ”

제 놀림에도 시마는 눈 하나 끔벅하지 않은 채로 가만히 시선을 고정했다. 이부키는 곁눈으로 보이는 시마의 시선에 흐응? 하고 대답해주면서도 시선을 창에서 떼진 않았다. 그야 운전중이니까. 안전제일! 뭐, 늦은 시간이라 사람은 없지만 말이야~.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라, 이것봐. 역시 이상해. 방금은 부정할 타이밍이었는데 말이지. 이부키 아이는 위화감을 눈치챈다. 평소의 시마 카즈미와 지금의 시마 카즈미의 다른 점. 너무 익숙해서 눈치채지 못했던 것.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게 이런 거였나?

위화감의 정체는 적막과 고요, 그리고 비참함이었다.


시마 카즈미는 비참함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를 꽤나 익숙해했다. 잠깐, 잠깐! 일단 패스. 이부키는 먼저 든 생각들을 뒤로 미뤄두었다. 시마 카즈미가 적막하고 고요하다. 뭐, 본디 시끄러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건 이부키, 즉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막하고 고요하다? 글쎄, 그런 사람은 또 아니었다.

말을 걸면 잘 말했다. 잘 떠들었고 웃기도 자주 웃었다. 불퉁한 표정이 디폴트라고는 해도 이부키 아이가 본 시마 카즈미는 꽤 자주 웃었다. 물론 그만큼 질린 표정도 많이 지어주긴 했지만 뭐 그건 예외로 치고. 시마는 때때로 고요하고 적막했지만 요즘엔 달랐다. 때때로 웃고 떠들었으며 대부분 적막했다.

왜지? 어라, 왜 이제서야 눈치챘지? 이부키 아이는 자신에 대한 의문도 함께 들었다. 하지만 일단 미뤄뒀다.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시마는 왜 비참하지? 비참할만한 일이 있었나? 가장 먼저 드는 생각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역시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그야 이부키 아이는 시마 카즈미가 본인과 있을 때 그런 감정을 느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으야, 시마가 뭔가···.”

“뭔가?”

이상한걸. 언어로 뱉은 것은 상황에 맞게 정제된 단어라기엔 미숙했고 두리뭉술한 감에 의존한 무언가에 가까웠다. 하지만 전달되기엔 충분했을 것이다. 상대는 그 시마 카즈미니까. 시마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잡아채 생각하고 이해해준다. 보통은 그랬다. 평범하게 우리는 그런 식으로 소통을 이어왔다.

딱 하나, 시마 카즈미가

“네 착각이겠지.”

부러 무시할 때를 제외하면.

….

“아닐걸~, 지금 아이쨩의 감이

완전 100%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말하지만, 이런 쪽에서

네 감은 신뢰할 수 없어.”

“왜?!”

“넌 사람에 대한 것엔 바이어스

많이 섞이는 편이니까.”

“아니! 그래도 이번엔 100%야.”

“그럼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봐.”

“엑 그거 내가 해야 해?!”

“그럼 내가 설명하냐?”

….

“시마는 치사 빤스 마인이야.

그냥 좀 말해주면 덧나?”

“말해주고 자시고 말할 게 없어.”

“흐응~, 알겠다.

뭔가 엄청 쪽팔리는 일이라

말 못하는 거지?”

“….”

“정곡이야? 역시~? 화장실에서 넘어졌다던가?”

“하아….”

아, 또. 비참해했어. 대체 뭐지? 시마는 말을 말자는 듯 손을 휘저은 채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생각해보면 요즘의 시마는 확실히 평소답진 않았다. 왜 지금까지 몰랐지? 싶을 정도로. 시마는 제 이야기를 잘 들어줬고 저를 무시하지 않았으며 요즘 특히 더…. 자주, 눈이 마주치고 언제는 기분이 좋아보였다가, 또 언제는 예민해 보였다가, …언제부터인가, 고요해졌어. 대체 언제부터?


“흐응~, 알겠다.

뭔가 엄청 쪽팔리는 일이라 말 못하는 거지?”

“….”

쪽팔리는 일. 이라고…. 하, 헛웃음이 튀어나올 뻔 한 것을 참느라 혼났다. 울렁거리는 것들이 올라오다 말았다. 누가 얘보고 감 좋다고 했냐? 자기자신이셨지 참. 한 순간에 저를 좋아하는 것이 쪽팔리는 일이 되었다는 걸 본인은 알고 있을까? 모르니까 뱉었겠지. 그 부분이 더 비참했다. 그러니까, 단 한 번도 어떠한 생각으로도 그쪽으로는 생각이 안 간다, 라는 것 아닌가.

또 제 과한 망상이겠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밀어올리고 마는 것은 이딴 생각들 뿐이다. 멍청이보다 더한 멍청이가 된 기분. 술렁거리던 파문은 곧 고요해진다. 시간은 그런 능력이 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상대는 세상 제일가는 바보니까. -거기까진 아니었다.-

“정곡이야? 역시~? 화장실에서 넘어졌다던가?”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까진 알아챘어도 그 이유가 자신을 좋아해서. 라는 건 모르는 걸 보면 어지간히 내가 잘 숨겼다는 건가? 글쎄, 모르지. 남이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다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역시, 무엇을 이유로 대었던 간에….

“하아….”

아직도 이러고 있다는 게 좀 비참하다. 생각보다 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그와 반대로 체념은 빨라서 참 너답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이가 없고 조금은 열받고 차라리 한 대만 치면 시원해질까 싶다가도 또 그건 아니란 생각이 들면 제 스스로가 놀라울 정도로 차분해지는 것이다. 오로지 추측뿐인 감정들을 여전히 간직한 채로. 반은 체념한 채로. 무엇을 체념했느냐고?

너를 좋아하지 않게 되는 것을 체념했다. 언젠가 그리 되겠지. 언젠가, 나는. 감정이라는 것의 유효기간은 약 한 달 정도라고 하니까. 이미 지나버린 한 달이 있었으니 나도 언젠가는, 너를…. 좋아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게 지금이 아닐 뿐. 그러니 시마 카즈미는 체념하기로 했다. 약간의 피곤함을 담아서 뻑뻑한 눈을 문지르고 나면

그렇게, 다시금 수면은 고요해진다.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게 비참할 일까지 되나? 아마 거기까진 안 가지? 이부키 아이는 시마가 들었다면 뭔 생각을 하고 있냐며 뒷통수라도 후려맞을 상상을 그만뒀다. 그렇다면 뭘까. 시마 카즈미를 비참하게 만들만한 것이라는 건. 이부키 아이는 기억을 되짚어본다. 제가 아는 시마는 어지간한 일에는 비참함을 느낄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즉 막혔다! 아니야, 아니야… 분명 되짚어보면 뭔가 하나는 걸릴 거야.

그런 생각은 자리를 바뀌는 와중에도 계속됐다. 핸들은 시마의 손에 잡히고 늘어지게 기대는 것은 이부키 쪽이 되었다. 익숙해..? 익숙해…. 왜 익숙하지? 시마가 느끼는 비참함이 시마에게만 익숙하진 않았다. 저 또한 한 번쯤 겪어본 느낌이었다. 그에 언제냐면…. 아, 아는데… 진짜 아는데. …언제였지?

“아!”

“뭐야.”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하?”

그래, 그때. 그러니까…약 3주 전인가.. 2주 전인가? 범인한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았을 때쯤. 그때도 이와 비슷한 시마를 봤던 것 같다. …그땐 정확히 몰랐었는데. 그야 시마가 얼굴을 안 보여줬으니까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때와 매우 흡사했다. …어라, 혹시 범인은 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아니아니 말도 안 되지…. 내가 뭘 했다고?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그야 이부키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시마를 대했고 평소와 같이 범인을 잡았다. …내가 다치는 것이 시마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일인가? 그런 류의 생각을 하기엔 이부키는 생각 이상으로 단순했고 과거를 기억하되 크게 되돌아보지 않는 남자였다. 즉, 이런 류의 생각은 이부키 아이의 안에 없었다! 지금 드는 생각은, 그저….

…나 말 안 들어서 혼난건가? 아니 그치만 그건 어쩔 수 없었잖아? 라는 류의 생각 뿐이었다. 범인을 잡을 때 다치지 않게 잡는다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냐구~. 뭐 물론 이거에 대해서 시마도….

…시마도 알고 있으니까. 그때 그렇게 말한 거겠지? 확실히 그때의 시마는 솔직하기도 했고…. 제발, 조심해. 라면서 걱정도 해주지 않았던가? 물론 그때 분위기가 좀… 좀……. 아, 진짜 뭐야?!?! 시마는 뭐가 문제야?! 시마는 왜이렇게 복잡해?! 그냥 전부 따져 물어버릴까?!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다. 술이라도 막 어? 쨔안~ 하고 마시면서 다 털어놓는 그런 시스템 시마에겐 없나?! 없겠지~. 시마는 복잡복잡치사빤스마인이니까!

“…뭐하냐.”

“생각중!”

“생각도 하고 다 컸네….”

“시마쨩, 가끔 짜증나.”

“우연이네. 나도 네가 가끔 짜증나.”

“헤에~?! 대체 어느 부분에서?!”

“글쎄, 알고 싶어?”

“응!! 알고싶지 않네요!”

뭐야, 대체. 나는 나름 시마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툴툴 거리며 다리를 꼬자 픽, 하는 웃음소리가 옆에서 새어나온다. 진짜 뭐냐구. 실컷 놀려놓고 자기만 웃고. 뭐가 웃긴거야? 이해가 안 가. 시마는 너무 복잡해. 거지줄처럼 촘촘해서 어디 한 군데 망가질 것 같으면 다시 만드려고 들어. 이거 뭐라하더라? 단어가 있었는데. 하여튼 고쳐고쳐마인!!

그렇게 차 안은 침묵이 감돈다. 누구 하나 입을 먼저 떼지 않은 탓이다. 그에 따라 이쪽의 입이 댑빨 입이 나오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지. 이대로 말 없이 일 끝나면 삐져야지. 그런 유치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반대편에서 말소리가 울린다.

“농담.”

“진작 그렇게 말할 것이지~. 근데 난 농담 아냐.”

“걱정마, 나도 반만 농담이니까.”

키득키득, 하하. 작위적인 웃음소리가 차 안을 울리고. 진짜 이럴 거야 시마쨩? 누가 먼저 짜증난다고 했지? 그런 말들이 오가면 결국엔 또 손해만 보는 쪽은 제 자신이었다. 누구냐고? 아 당연히 나지…. 시마는 말을 너무 잘해..!! 짜증나. 하여튼간에. 한 번을 져주질 않는다. 응, 나도 시마쨩 몰라. 몰라몰라. 시마가 이상하든 말든…!

…내버려둘 수 있을리가. 파트너잖아.


남자는 고요히 핸들을 돌렸다. 옆에서 뭐가 그렇게 심통이 난 것인지 아주 난리 부르스다. 자기 혼자 투덜거렸다가, 다리를 꼬았다가 풀었다가 아 솔직히 진짜 정신사나워 죽겠는데 거슬리진 않아서 신기할 따름이라고 해야하나. 어떻게 정신 사나움과 거슬리는 것이 동시에 존재하지 않을 수가 있지? 여러모로 이상한 걸 해내는 놈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픽,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체념에 마지막 단계는 미쳐간다던데. 그렇다면 나는 지금 미쳐있는 걸지도 모르지. 아니, 사실 오래전에 미치고 팔짝 뛰었으니 어찌보면 미치고 난 다음이 체념인 것이 아닌가? 순서가 반대다. 어지간히 꼬여있다는 의미일지도, 그 밖의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제일 무서운 건, 이제는 이런 감정이 더 당연시 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이런 식의 적응은 참…. 달갑진 않은데.

그렇다보니 먼저 입을 떼는 것은 나다. 따지자면 횟수가 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무시하고 지나갈 법한 예를 들자면 “먹이를 주지 마세요.” 팻말이 달려있는 곳에 먹이를 주고 있는 꼴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이렇게 표현하다니 제정신인가? 누군가는 그리 말하겠지만. 아, 그래. 어쩌라고? 제정신이 아닌데.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너한테 말할 리 없으니까 꿈 깨.”

“…그니까 대체 왜?”

“글쎄, 뭐라고 할까….”

그냥 감춰버리면 되는데. 아무말도 안 하면 되는데. 영원히 꽁꽁 숨겨서 저 아래로, 밑으로 수장시켜버리면 되는 것을. 알고싶어하니까. 기어코 파고들 걸 아니까. 어쩌면 조금은 알아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그리 소망하듯이. 하지만, 여전히 체념한 것에는 딱히 변한 것이 없어서.

시마 카즈미는 단 한 번도 이부키 아이가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일말의 기대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조차 느껴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고백할 생각이 없다. 말로 뱉지 않으면 고백이 아닌 줄 아는 유치한 짓거리를. 유치한 놈의 방식에 따라서…. 성가시다는 이유로. 아주 조금은, …나도 사람이라.

“힌트를 주지, 이부키 형사님.”

“괜찮겠어~? 아이쨩의 수사 능력은 발군이라고?”

“하늘이 두쪽나도 너에게만은 말하지 않아.”

“…뭐야 그게. 그럼 큐쨩이 물어보면?”

“글쎄, 내키면 말할지도.”

“그럼 진바 씨에게는?!”

“그쪽도 내키면, 말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역시 딱히 말하고싶진 않네.”

“그럼 대장님한테는!?”

“어디까지 가는거야. 하여튼 다른 사람한테는 말할 수 있어도 너한텐 말 안 해.”

“파트너인데?!”

“파트너니까.”

“…이해가 안 가.”

“그걸로 됐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그 스탠스 하나로 충분한 답이 되어주니까. 너는 그렇게 계속, 나에게…. 한결같이 굴어주면 된다. 그렇게만 한다면 나는 언젠가 너를 완전히 포기할 수 있을 거고 그렇게만 된다면 이 거슬리고 불순한 마음도 정리가 되어서. 아무렇지 않게 너를 대할 테니까. 너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충분해.

그걸로 됐어.


“아니아니아니 대체 뭐가 그걸로 됐다는 건지 ——— 모르겠다니까?!”

“시끄러워요 이부키 씨. 여긴 가게입니다. 대관이 아니라고요.”

“들어줘. 큐쨩 선배가 말하고 있잖앗!”

“애초에 파헤치지 말라고 선을 그어놓은 걸 왜 파헤치려고 하시는 건데요?”

“그야 내가 파트너니까?”

“월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뭔가 달라.”

“대체 뭐가 다른 건지 하나도 설명해주시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코코노에는 오늘도…. 라고 말해야할지 아니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붙잡혔다. 누구에게? 분주소에서 기르는 들개에게. 기르는데 들개라고 하기엔 말이 안 맞지 않느냐고? 아니, 애초에 인간이시다. 근데 이제 가끔 이렇게…. 야생에서 온 것 처럼 굴 뿐이지. 뭣보다 단 하나도 알아먹을 수 있는 말이 없다. 같은 일본어를 쓰고 있는데 왜지. 하여튼 저번의 분이기부터 이런 느낌이었어….

이제는 꽤나 옛날 일이 된 것들을 회상하며 한숨을 쉰다. 그래서, 뭔가요? 약간의 애잔함을 담아. 이 사람이 저에게 들어달라고 오는 일은 대부분 파트너인 시마씨에 관한 일이었으므로. 애초에 그렇게까지 마찰이 자주 일어날 사람이 아닌데. 대체 이 사람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하면 이렇게까지 저를 많이 찾아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마가.”

“네.”

“시마가 비참해할만한 일은 뭘까…?”

“………복수하시게요?”

…잠깐의 정적. 이내 어이없다는 양 말이 튀어나온다.

“…하아?”

“아, 아니군요.. 다행입니다.”

“큐쨩 취했어? 사이다에 술 들어간 거야?”

“이부키 씨가 항상 말의 순서를 이상하게 하시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쭈~, 기어오르기까지. 많이 컸어.”

“..그래서요? 왜 시마씨의 비참해 할 만한 일을 생각하시는데요?”

“시마가 비참해 해.”

“………시마 씨가요?”

“상상이 잘 안 가지?!”

“뭐 그렇긴 하지만…. 시마 씨도 사람이니까 가끔 비참해 할 일 정도는 있으시겠죠.”

“그건 그렇긴 하지만——!”

“또 뭔가 말하신 건 없으시고요?”

“…하늘이 두 쪽나고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나한텐 말하지 않겠대.”

“완전히 거부당하셨네요.”

“내말이이이…. 왜 거부하는거지?! 큐쨩 같이 알아봐줘….”

“…됐습니다.”

“시마쨩 흉내 금지..!”

이게… 내 선배? 거의 징징거림으로 바뀐 말투에 테이블에 엎어져 투덜거리고 있는 사람을 보며 코코노에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확실히…. 얘기만 들어보자면 시마 씨가 수상하긴 하지만. 하지만 보통 이렇게까지 파고들던가? 코사카 사건 때도 그랬지. 이 사람은 항상…, 항상. 당연하다는 듯이 뛰어드니까. 어느 시점으로 보자면 신기했다. 타인이 비참해하던 말던, 거부당하고 나서도 뛰어들 수 있다는 건 무슨 배짱과 용기를 기반으로 두어야 할 수 있는 짓인지. 하지만….

“시마 씨가 이유 없이 그러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래서 더 신경쓰이는 거잖아…. 큐쨩 머리 나빠.”

“………시마씨가 더 하신 말은요.”

“큐쨩한테도, 진바씨한테도, 대장님도 물어보면 말할 수 있지만 나한테는 절대 알려주지 않을 거래.”

“…”

“그 표정 그만해줄래?! 제일 슬픈 건 나거든?! 지금 나 비참해?! 비참하다고?”

“역시 뭔가 잘못하신 거 아닌가요..?”

“잘못한 건…!! ………딱히 없어.

“지금 엄청 공백 있었는데요.”

“하여튼간에…. 들어봐 큐쨩. 보통 응? 파트너한테 먼저 말하는 게 보통아냐?”

“뭐… 그것도 상황 따라 다르겠죠.”

“근데 시마는 파트너니까 말하지 않겠다는 거야. 이해 안 가지 않아?!”

“………그럼 이부키 씨에 대한 게 아닌가요?”

“어?”

“이부키 씨에 대한 거니까, 이부키 씨한테만은 말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왜?!

“…저야 모르죠.”


이부키는 계산을 하고 밖을 나왔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나랑 관련된 일이라 말할 수 없다? …아, 그치만 역시 모르겠어! 나한테만은 말하고 싶지 않은 거라는 게 대체 뭐지? 그때처럼 도와달라고 물어봐도 그때와는 다른 상황이니 본인은 도와줄 수 없다며 명백히 선을 그어버린 코코노에의 탓에 이부키는 다시 홀로 알아가야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나한테만은 말할 수 없는 것…. 나에 관련된 거? 이부키 아이와 관련된… 시마 카즈미의….

반대로 시마가 나한테 잘못한 게 있다던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애초에 그가 잘못한 것이 있긴 하던가? 뭐 없진 않지. 항상…. 까진 아니어도 가끔… 그야 시마도 사람인걸. 하지만 걸리는 게 없다. 최근의 시마는 꽤나… 아니 매우…? 까진 아니지만 하여튼 다정했기에. 시마는 상냥한 사람이었다. 무뚝뚝하지만 항상 주변 사람을 챙기고 가끔은 좀 형같기도 하고? 언제는 또 동생같기도 하고.

삐죽, 어김없이 입술이 찬 바람을 마중나온다. 대체 뭐가 문제야? 시마는. 너무 복잡하게 살아. 말해버리면 시원해질텐데. 하지만 분명 말하기 싫으니까…. 어라, 말하기 싫다라고는 말하지 않지 않았어? 이부키는 우뚝 멈춰섰다. 말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 말하기 싫다라고는 안 했다. 시마는 힌트를 준다고 했다. 말하고 싶지 않은 거라면 힌트도 안 주면 되는데. 내가 떼를 써서? 으음, 딱히 그게 통할 사람은 아니란 말이지. 이부키는 생각보다 시마를 잘 알았다. 붙어있던 시간이 있었으니 당연하지. 시마가 이부키를 보는 것 처럼 이부키도 똑같이, 시마를 봐왔다.

통화음이 간다.

세 번도 채 울리지 않고 시마는 받을 것이다.

기본적인 통화음이 울린다.

뚜르르르….

뚜르르르르….

뚜르르… 달칵—,

「여보세요.」

“시마쨩~, 지금 어디?”

「집. 무슨 일이야?」

“딱히~, 그치만 좀 대화나 할까 싶어서?”

「친구냐.」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말상대 정도는 되어줄 수 있잖아?”

풀썩, 하고 푹신한 무언가에 앉거나 눕는 소리가 났다. 이부키는 핸드폰을 한 번 흘긋, 보다가 다시금 돌아온다. 보이지 않을 것이 분명함에도 소리에 따라 시선이 가는 것은 하나의 버릇과도 같았다. 느리게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시마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왜 전화했는데?」

“있지 시마. 생각해봤거든?”

「어.」

“그치만 전~혀 모르겠어.”

「대화가 아니라 항복선언 같은데.」

“뭐 비슷해. 그치만~, 뭐랄까….”

이걸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까. 이부키 아이는 답지 않게 차분해진다. 물들기 쉽다는 것은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쉽게 흥분하고 생각보다 쉽게 울며 쉽게 손이 나가는 편이었다. 나쁘다고 말한다면 나쁜 버릇들. 또한 상대방에 따라 물드는 것도 있다.

“이건 수사가 아니잖아. 그렇지?”

이건 수사가 아니다. 수사일 수 없다. 수사여서는 안된다. 공권력의 중요함은 네가 알려줬잖아. 이부키 아이가 행하고 있는 것은 수사가 아니다. 수사면 큰일나지. 암. 이부키 아이가 던진 것은 그저 질문이다. 따지자면 이건 하나의 놀이다. 스무고개, 그와 비슷한 문답, 질문, 해답. 큐쨩의 말이 맞아. 지독한 월권이다. 그러나 던지는 것을 멈추진 않았다. 이부키 아이는 시마 카즈미를 이해하고 싶었다. 이부키 아이는 현재, 차분하다 못해 조금은 비참했다. 이유 모를 비참함이었다. 그래서….

“그래도 역시 시마가 비참해하는 건 싫달까.”

「….」

“있지, 시마. 왜 나한테는 말해줄 수 없어?”

「…….」

“말하기 싫은 게 아니라, 말해줄 수 없는 거지?”

정적이 이어진다.

적막하고, 고요하다.

“파트너라서.”

그리고 비참하다.

나는 궁금했다.

왜, 너에게서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지.

왜, 너는 비참함에 익숙해야 했는지.

“파트너가 아니게 되면, 말해줄 수 있어?”

나는, 궁금해.

그리고 싫어.

시마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그럼 나 기다릴 수 있는데.”

시마가 비참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시마를 좋아하니까.”


시마 카즈미는 침묵을 유지했다. 나른한 감각이었다. 아, 이렇게도 느낄 수 있구나. 한 바퀴를 돌고 두 바퀴를 돌아서 몇 바퀴 정도 더 돌고 나면 이런 느낌까지 얻는구나. 남자는 속으로 자조했다. 어디까지고 어디까지고 수면 위로 던져지는 돌들은 이제 질문의 형태조차 띄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하나의 애정이었으며, 그가 갈구하는 것과는 다른 류의 애정이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다정했다. 그리고 비참했다. 상냥했다. 그래서… 그래서……. 그냥, 듣고 있는 것 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언제까지 길어질지 모를 짝사랑에 대하여. 시마 카즈미는 이미 여러가지를 포기했으므로. 또한, 지금으로 인해 답을 들었으므로.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덩어리는 하나의 시한폭탄이다. 타인에게 제 감정의 덩어리를 그대로 던져주는 것은,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 제가 받은 것은 하나의 폭탄이었다. 그의 고백은 담백했고. 의미가 달랐다. 고백이라고조차 할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다. 언제나 그의 말을 잡아채 알아채는 것은 시마 카즈미 본인이었으므로.

“언젠가 말해줄게.”

「언젠가야?」

언젠가, 너는 기다리겠다고 했으니까. 기다릴 수 있다고 했으니까. 우리가 파트너가 아니게 된다면 언젠가. 시마 카즈미는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원히,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래, 언젠가. 확신은 못해.”

「치사해~. 시마는 치사빤스마인이야.」

“그게 옳거든.”

친구도, 지인도 아닌 우리의 관계에는

「나랑 관련된 거잖아?」

“그래.”

너를 빼놓고서는 말할 수 없는 이 비참함을.

「그러니까 시마는 말하게 될 거야.」

너를 빼놓고서는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그야 시마도 날 좋아하니까.」

이 웃기지도 않는 감정들을.

언젠가, 그래.

“슬슬 자고 싶은데.”

「또 말 돌린다~, 시마는 부끄럼쟁이라니까.」

사랑했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네 말대로 올지도 모르지.

「내일 봐, 시마.」

“그래, 내일 봐.”

언젠가, 이 익숙한 비참함에 무뎌지는 날이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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