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달린다

기차는 달린다 3

언내MIU. 크로스오버 수사물.

** 포스타입에 있던 글을 일단 고스란히 들고 옴(21.11.22~)

* 언내추럴 UDI 랩과 현구 4기수의 크로스오버 수사물, 을 목표로.

* 배경은 MIU404 엔딩 후 약 2년 뒤. 편의 상 역병이 물러난 세계를 가정합니다.

* 공식 및 메모리얼 북 등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은 전부 개인의 상상이며, 원작과 무관합니다.

* 일본 경찰 행정법 관련은 세계법제정보센터에서 확인한 '일본 범죄수사규범'을 기반으로 하였으나,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논CP라고는 생각하는데, 제가 smibsm를 먹다보니 그런 낌새가 있을지도- 싶습니다.

UDI사람들 어조 쓰는 게 너무 어렵다,,,


사망추정시각은 닷새 전, 그러나 목격정보가 나흘 전에 있다. 상충하는 정보가 완전히 입력되자마자 쿠베가 빽 비명을 질렀다.

“뭐, 뭐예요, 그게. 좀비?”

“그딴 게 있겠냐! 그 목격정보가 가짜겠지. 내가 판단한 사망추정시각은, 적어도 이번 건에 관해서는 절대 틀리지 않아.”

“그건 그래요. 시체가 포르말린으로 방부처리 되었다거나하는 흔적도 없었고, 쇼지도 나카도 씨도 사카모토 씨도 전부 납득하고 동의해서 추정한 시각입니다. 저희가 틀렸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정신 차리라며 제일 먼저 일갈한 건 나카도였다. 법의학자로서의 프라이드를 공격받았다고 여겼는지 가뜩이나 험악한 인상을 우그러뜨려 을렀고, 이걸 위협으로 받은 이부키가 그 앞에 나서며 으르렁거렸다.

미스미는 그 기싸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견을 냈다. 또박또박한 어조에는 본인들이 낸 결과에 대해 한 치의 의심이 없었다. 그 뒤로 쇼지와 사카모토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맹목이 아니라 경험과 데이터로 내놓은 믿음이다. 베테랑 형사들에게서도 곧잘 보이는 눈이었으므로 시마는 의심의 방향을 보다 합리적인 쪽으로 꺾었다.

“알았습니다. 목격정보를 위조하는 게 확실히 쉽죠. 코코노에.”

“네, 시마 씨. 수사본부 쪽에는 제가 이야기할게요.”

“우선은 피해자 A의 신상파악과 쿠구노에 대한 목격정보 탐문이겠군. UDI 선생님들도 한동안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

합동수사본부의 장은 경시총감 혹은 도부현 경찰본부장이 임명하게 되어있다. 두 번째 시신이 도쿄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코코노에는 도쿄, 아마도 지요다 구의 담당 서장이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고 사건 관련된 현경 소속인 저는 보좌역 혹은 높아야 부본부장을 맡으리라고 예측했다. 크게 틀린 그림은 아니었다. 돌아가는 길에 시마도 제 생각에 긍정했었고. 제 마음대로 지휘봉을 휘두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현장을 뛰는 형사들보다는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리. 그만큼 넌 우리와 다른 걸 할 수 있어. 그게 언젠가 우리 병정을 도울 거야. 4기수에서 받았던 가장 마지막 스위치를 다시 한 번 속으로 새긴 코코노에는 단단히 기합을 넣었다. 본부장이 어떤 사람이더라도 현장을 뛰는 그들을 위한 길을 만들 수 있게 하자고.

그래서 합동수사본부장이라고 걸어 들어온 사람을 보았을 때, 코코노에는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아니, 그것보단 웃음이 퍼지는 게 더 빨랐다.

“코코노에 요히토 경시, 오랜만입니다.”

“...! 네, 키쿄 서장. 아니, 합동수사본부장님.”

정복을 갖춰 입은 키쿄가 웃어보였다.


합동수사본부 발족식은 그 다음 날 오전 10시 경시청 대형 세미나 룸에서 진행됐다. 보도진은 없이 경찰관계자만 자리한 앞에서 키쿄는 과거 4기수 창설 당시처럼 담담하고 당당하게 발족을 선언하고 수사방침을 발표했다.

사건 간의 연관성과 잔혹성을 인정받아 합동수사가 결정났지만 피해가 어디까지 연쇄될 지는 아직 모른다. 다음 피해자가 생길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언론에 공개했다가는 쓸데없는 공포심을 키울 수 있으니 우선은 비공개 수사를 방향으로 잡았다. 다만 언제라도 공개수사로 노선을 틀 수 있도록 본부에서는 수사진척이 취합, 업데이트될 때마다 발표대본을 작성하여 세 번째 피해자가 나오는 즉시 공표하기로 했다. 대신에 시신의 특징적인 절단부와 노끈에 대한 정보는 절대 유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잔혹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댈 예정이니, 탐문 중에 경찰 관계자 외에는 해당 건에 대해 입조심을 부탁한다는 말로 키쿄 합동수사본부장의 모두발언이 종료됐다.

“그러면 다음은 이바라키 현의 신원미상 A의 케이스에 대해 이바라키 부현경 코코노에 경시가, 쿠구노의 케이스는 지요다구 서장 요시무라 경부가 보고해줄 겁니다.”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단상을 벗어나는 키쿄와 어깨가 뻣뻣하게 굳은 코코노에가 교차하듯이 자리를 바꾸어 섰다. 쟤 저러다가 혀 씹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긴장했던 표정은 첫 마디를 떼는 순간 비장한 얼굴로 바뀌어 이 자리에 서 있는 이들 중에서 단연 최연소라는 사실을 잊게 했다. 내심 그를 걱정했던 404는 역시 우리 막내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진바 역시 장성한 자식을 보듯이 괜히 뿌듯하게 웃었다.

“짜식, 번듯하구만. 형사의 이로하도 모르던 도련님이 말야, 어?”

“큐쨩이 진바 씨 엄청 좋아하니까 말이죠~. 이번에 우리랑 같이 일할 수 있다고 엄청 신나했고?”

“원래 착실하던 녀석이잖아요, 큐쨩은. 게다가 진바 씨가 사수였고.”

“저도 형사과 와서 첫 사수가 반장님이셔서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몰라요.”

이미 아는 내용을 다시 듣고 있다고 집중력이 바닥나있던 이부키가 곧장 반갑게 말을 받았고, 시마가 목소리 낮추라며 손짓을 하고서 조용조용하게 대답했다. 거기에 웬일로 401의 막내까지 냉큼 말을 얹었다. 감정표현이 풍부하다 못해 때때로 과장되기까지 한 진바는 진하게 감동받은 표정으로 과거 제 신입이나 다름없었던 아픈 손가락과 성실하고 똘똘한 현 파트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여기가 분주소라면 절대로 사람을 통조림으로 만들어버릴 허그가 날아들었겠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신입은 제가 말해놓고 아차하며 그걸 걱정하는 듯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시마는 안다. 저 사람은 괜히 멋으로 근속 40년에 접어드는 베테랑 형사가 아니니까. 감정표현에 자유로우면서도 결단코 거기에 휘둘리지 않는 뚝심을 가진 이가 저희 4기수 반장 진바 코헤이다. 그런 점에서는 저나 이부키 역시 멀었다. 물론 이부키는 좋은 녀석이니만큼 연차가 쌓이면 저런 느낌의 ‘엄청 그레이트’한 형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가 쫒았던 등은 영원히 과거에만 머물게 되었지만, 이렇게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으로 푯말이 남기도 한다. 무엇보다 롤모델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하나인 편이 위험할 거다. 인간은 ‘유일’에 갇히면 얼마든지 극단적이게 될 수 있으니까.

시마가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는 사이, 두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UDI의 보고가 시작되었다. 단상에 오른 이는 미스미 미코토. 하기사 잠깐 본 것만으로도 나카도 씨는 저런 자리는 무조건 거절할 사람으로 보였으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다갈색 눈동자가 어딘가를 바라보았다가, 곧 입을 연다.

“UDI의 미스미 미코토입니다.”

“시마, 저쪽에 UDI 선생님들 있어. 아까 미코토 선생님한테 파이팅하더라. 뭐였지, 6 같은 이름 가진 애하고 단발 펌 잘 어울리던 선생님.”

“쿠베 로쿠로, 하고 쇼지 선생님?”

“응응, 그 이름이었다! 아, 그 괴수 선생님도 있었어. 사무실 다 비워도 OK인걸까?”

“둘 다 조용. 이쪽은 처음 듣는 내용이라고.”

“넵.”

“죄송합니다.”

잡담이 아무래도 길어질 것 같아 보였는지 진바가 짧게 주의를 줬다. 두 사람 역시 빠르게 사과한 후 프로젝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UDI 선생님들은 저희와 헤어진 이후에 밤을 새서 자료를 다시 만든 모양이었다. 불확실한 점을 전부 수사해달라고 부탁하듯이 도표나 그래프 곳곳에 붙어있는 주석은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제일 공을 들인 곳은 쿠구노의 사망추정시각이었다. 유력한 사망추정시각은 단색으로, 그 주변부는 그라데이션으로 옅어져가면서 50%의 확률까지 표기한 타임라인에는 쿠구노에 대한 목격증언이 최대 모순으로 기재되어있다.

“목격 증언의 건에 맞춰지지는 않습니다만, 저희 UDI가 추산한 사망추정은 정확하다고 자부합니다. 그렇지만 그건 오로지 지금 가진 정보를 기반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수사 중 새로운 사실이 발견된다면 새로운 가설이 나올 수도 있으니, 부디 사소한 것이라도 보고해주세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UDI에서도 전력으로 돕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반드시 진실을 찾아주시리라 믿어요. 부탁드립니다.”

미스미가 갑자기 허리를 숙여 부탁을 하자, 장내가 잠시 동안 웅성거렸다가 잠잠해졌다. 이렇게까지 열렬한 부탁을 받고 의욕이 생기지 않는 형사는 없을 테다. 모여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확실히 달아올랐다. 그걸 느낀 진바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꽤 하잖아, 저 아가씨. 형사했어도 괜찮은 재목인데?”

“저도 좀, 음, 놀랐어요. 경찰학교 처음 들어가서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401이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중, 이부키는 단상 쪽을 흘끗거리곤 어깨를 으쓱였다.

“대장하고 큐쨩은 놀란 것 같지 않던데.”

“뭐, 미스미 씨하고 키쿄 서장님은 잘 맞을 것 같으니까. 그러는 너도 별로 놀라지도 않고, 감동받은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응? 아니. 뭐라고 해야할까―, 이렇게 될 것 같았달까? 여기에 UDI 선생님들 거의 다 있는 거 봤을 때부터?”

거기까지 말한 이부키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어쩌면 같이 다닐지도 몰라. 응, 꼭 그렇게 될 거야. 내 감은 들어맞아. 그 말에 시마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것도 파트너 표 예언이라면, 민간인을 데리고 다닐 것도 각오하고 있어야 했다.

 

미스미가 고개를 숙인 순간, 쇼지는 낮게 탄성을 울렸고 나카도는 작게 욕을 읊조렸다. 쟤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와 저걸 정말 해버리네, 는 차이가 꽤 크니까.

“역시 미코토.”

“젠장, 왜 이렇게까지 해야….”

“그거야 나카도 씨도 수사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이번 건은 직성이 안 풀린다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저런 곳에는 안 갈 거라고 하니까 미코토 씨가 대신 간 거고요.”

나카도의 불평은 곧장 쿠베가 쿠사리를 먹였다. 이게 머리 좀 굵어졌다고 슬금슬금 기어오른다는 눈으로 나카도가 째려보았지만 랩 막내는 스윽 시선을 피하고 딴청을 부렸다. 어차피 소장님이 허락한 폭거였다. 울며 겨자 먹기 식이긴 했어도, 일단은.

형사들이 떠나기가 무섭게 자신에게 향하는 쌍쌍의 눈동자를 마주한 카마쿠라 소장은 천장을 한번, 창밖을 한번 쳐다보고서는 여전히 제게 고정된 시선들을 훑어보고선 머리를 막 헤집어가며 소리 질렀다.

“아아, 정말이지! 알겠습니다! 어차피 안 된다고 해봤자 여러분이 나 몰래 사고나 치지 않겠어요?! 내가 연락해둘 테니 4기수 여러분과 함께 하세요! 그래도 UDI에 피해가 갈 행동은 절대 안 됩니다! 여기 직원이 아니라 대상이 되어서 돌아오지도 말고요!! 그리고 특히 나카도 씨, 형사님들한테 시비 걸지 마세요!”

마지막에 덧붙인 말에 나카도가 내가 무슨 동네북이냐고 투덜거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암만 소장님이 허가했다고 하더라도 UDI 랩을 아주 비워둘 수는 없으므로 사카모토가 남기로 했다. 거기까지 열성적으로 현장을 돌 마음도 없고, 필요하면 장비 챙겨서 달려갈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엄지를 세웠다. 뭐, 오피스 한가득 빵빵하게 무민 OST를 틀고 싶다는 속셈도 있는 듯 했지만.

소장이 연락을 넣은 이는 니시무사시노 서의 서장 키쿄 유즈루였다. 다음날 아침 합동본부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안내된 서장실에서 키쿄는 UDI를 환대했다. 사실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이기도 했다. 2~3년 전에 취임한 이래 니시무사시노 서의 부검 의뢰가 꽤 늘어난 덕이었다. 그 덕에 모리 형사네와 더더욱 자주 보게 되었는데, 굳이 사고를 사건으로 밝혀낸다고 투덜거리는 것치고는 새 서장을 퍽 기꺼워하는 기색을 보였더랬다.

그 이유는 금방 알게 됐다. 갑자기 니시무사시노 서로의 출장요구가 들어온 날이었다. 관할서도 담당 구역 기수도 모두 바쁜데 서장이 되어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으니 모 사건의 부검 결과를 듣고 싶다는 요지의 전화였다. 어떻게 안 되겠느냐고 부탁하는 그 말을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겠나.

그정도로 열성적임과 동시에 일처리에 군더더기가 없는 서장은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본론부터 꺼내들었다.

“소장님께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현장에 동석하고 싶으시다고요?”

“네. 저희가 무언가를 놓쳤다면 그 답은 현장에 있을 테니까요.”

“원래 일반인을 수사에 동석시키는 일이 없다는 건 잘 아실 것이고. 소장님 말로는 여러분이 불법 수사 전력이 꽤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그 말에 UDI 전원이 눈만 굴려 서로를 쳐다보았다. 경찰을 안 끼고 움직인 적이 없다고는 말 못한다. 게다가 못해도 6년을 혼자 수색하던 사람도 있지 않은가. 무어라 말을 하려던 나카도 역시 눈앞의 사람이 경찰이라는 걸 새삼 자각하고는 한 일자로 입을 다물었다. 안전제일주의자인 저희네 소장이 어쩌다가 저기까지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흐름대로면 거절이 분명하지 않나? 그건 안 된다고 생각한 쿠베가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일단 빌어보자는 심정으로 고개를 숙이려는 그 순간에,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코코노에였다.

“본부장님, 말씀하신 건 처리해서 가져왔습니다. 이걸로 하나 빚지신 거예요?”

“빚이라니, 결과로 바로 내줄 건데 뭐. 그리고 그 빚이라면 여기 이분들께 달아야지. 시마는 네가 자기 부류라고 하던데 말버릇만 닮아서 오면 어떡해. 아직 멀었네.”

아까까지의 기백은 오간데 없고 잘 아는 사이 특유의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실내를 덮었다. 숨통이 풀리기가 무섭게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쇼지가 코코노에의 손에 들린 종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무례하게 굴려는 건 아닌데요. 질문 하나! 그래서 그거 뭔가요?”

“담당 검시의의 현장조사 동석에 관해서 경시청에서 UDI로 요청한 협조공문입니다. 저희 쪽에는 뭐든 담당하는 부서가 있어서.”

코코노에가 그의 질문에 성실한 목소리로 답하며 들고 있던 A4지를 돌려 모두에게 보여줬다. 레이저 복사기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따끈따끈한 공문에는 형사국장과 UDI 소장의 인이 찍혀있었다. UDI 식구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지자 키쿄가 한참 누그러진 어조로 설명을 덧붙였다.

“원래라면 당연히 거절해야하는 건이지만, 아무래도 이번 사건에 한해서는 형사 외의 시각이 현장검증에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소장님이 솔직히 털어놔주신 덕도 있어요. 이해도 일치했고요. 제 옛 부하들이 꽤 우수하긴 한데 워낙 사고뭉치라 일반인을 달고 있으면 몸 좀 사릴까 해서 말이죠.

그러니 협조는 해주시되 절대 본인의 안위를 우선해주세요. 우리 경찰은 여러분 같은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니까요. 진실을 밝히겠다고 누군가를 희생할 수는 없어요. 경찰이라도 그런데, 민간인이면 더더욱 안 되잖아요.”

“404 선배님들하고 가시는 분들은, 그 바보 둘 좀 잘 부탁드립니다. 급발진하면 한 대 때려도 좋으니까요. 제가 허락했다고 하세요.”

키쿄의 말 뒤로는 코코노에가 정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신원미상 A에 대해서는 현재 치과기록을 수배 중이라는 말을 끝으로 미스미가 단상을 내려왔다.

마이크는 다시 키쿄에게로 넘어갔다. 화면이 바뀌고 합동수사본부의 조직계통도가 발표되었고, 역할도 착착 분배되었다. 수사1과와 4기수가 현장조사 및 탐문을 주로 맡고, 쌍동회 관련으로 쿠구노를 쫒았던 조대가 그의 공적인 대인관계를 쫓기로 했다. UDI와의 공조 이야기도 여기서 언급이 되었다. 탐문 중에 새로운 현장을 신고받을 경우, 법의학자와 함께 바로 초동수사에 들어간다는 골자의 내용이었다. 외부 세력의 개입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 편인 경찰집단인데도 반발은 없었다. 역시 미스미의 호소는 꽤 잘 먹힌 듯 했다. 제 아무리 공문으로 불만을 틀어막아도 이렇게 그 누구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경우는 없으니까.

“발족식 겸 회의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소리 없는 경례가 키쿄의 말 뒤에 따라붙었다.

 

거기 남아있으라는 키쿄의 눈짓에 4기수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형사들은 자기 할 일을 하러 다들 빠져나간 후였고, 지요다 구 서장과 코코노에는 아직 단상 위에서 뭔가를 상의하고 있다. 단화의 따각거리는 발걸음과 함께 키쿄가 왔고 진바가 손을 들어 반갑게 인사했다.

“여, 키쿄. 기합 단단히 들어갔는데?”

“그럼. 위에서는 또 삐끗하면 잡아먹으려고 안달이겠지만, 순순히 당해줄 생각도 없고.”

“형사국장은 그럴 생각으로 임명한 게 아니겠지만 다른 녀석들은 또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지. 그러면 내 친구를 위해 손이 발이 되도록 열심히 뛰어볼까. 하하핫!”

“4기수를 믿고 UDI 공조를 요청했으니까. 진바 반장, 부탁합니다.”

“그래, 맡겨주십쇼, 본부장님. 그쪽은 내 전 파트너 좀 챙겨주고.”

“당연하지. 본인도 의욕 넘쳐.”

알고 지낸 세월이 긴 두 사람이 편안한 어조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에 이부키가 저만치서 갈 길을 잃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UDI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아, 하는 짧은 탄성에 파트너의 시선을 따라간 시마가 목례를 하기도 전에 4기수의 대형견은 그 긴 팔을 아낌없이 흔들어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앗, 선생님들, 여기! 이쪽!”

“거기까지 목청 안 높여도 되거든?!”

“아니, 뭐, 반갑잖아? 설마 시마쨩은 안 반가운 거?”

“그 문제가 아니고! 어휴!―죄송합니다, 얘가 좀 이렇긴 한데 괜찮은 놈이니까요.”

아직 장내에 남아있던 시선들이 단숨에 꽂혔다가,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 유명한 4기수의 404인 것을 보고 다시금 제 할일을 하러 흩어졌다. 그 모양새를 가만히 보던 쇼지가 미스미의 옆구리를 쿡 찌르고 소곤거렸다.

“우리 정말 괜찮을까?”

“으음―. 적어도 나카도 씨보단 낫겠지.”

“미코토 씨, 다 들려요….”

미스미가 고개를 갸웃하며 공공연한 비밀을 입에 담았고 쿠베 혼자서 어쩔 줄 몰라 눈을 데록데록 굴렸다. 그러던 중에 덜컥 이부키와 눈이 마주친 그가 딸꾹질을 했다. 찰나에 웃음기가 지워졌던 얼굴이 워낙에 사나웠던 탓이었다.

“히끅!”

“앗, 놀랐어? 미안! 나 인상 사납다고 자주 들어서, 여기 물.”

잠깐 표정관리 못한 건데 그게 이렇게 되네~. 금방 헤죽헤죽 웃는 표정은 아까 전의 날 선 것과는 완연하게 달라서, 쿠베는 제 등을 팡팡 치면서 “이러면 딸꾹질 멈춘다던데, 멈췄나?”하는 선글라스 형사님께 손사래를 쳤다.

“아니, 윽, 네-. 이제 괜찮아요. 형사님 손 완전 매운데요….”

“당황해서 힘 조절 못 한 거 아냐? 어쨌든, 반장님. 조 나눠주시죠.”

점점 동작이 커져가는 이부키를 보다못한 시마가 사이에 끼어들며 진바를 불렀다. 그 짧은 사이에 시마의 눈이 쇼지와 미스미를 스쳐지나갔다. 괜히 찔린 기분이 된 쇼지는 발끝을 바닥에 문댔다.

아니, 근데 그게 들렸나? 글쎄. 혹시 내가 큰 소리로 말했던가?

다시 한 번 소근거리는 중에 오렌지 색 블루종을 입은, 반장이라 불린 사람이 저희들을 한번 스윽 둘러보고선 입을 열었다.

“나카도 씨와 쿠베 씨가 우리 401하고 움직이고, 미스미 씨하고 쇼지 씨가 404하고 움직이는 걸로 하지. 시마, 너희가 쿠구노 행적을 쫒는 걸로. 조대 녀석들이 회사 쪽을 판다고 했으니, 내가 그쪽을 맡는 게 나을 거다.”

“네, 알겠습니다. 이부키, 가자. ...두 분도, 가시죠.”

“오케이~. 운전은 내가 먼저 하면 되지?”

“어. 3시간 후에 교대하는 걸로.”

차키를 받아든 이부키가 금방 방싯방싯 웃으면서 경쾌한 걸음걸이로 404호 차량을 향해 앞장섰다가, 빙글 돌았다.

“있죠, 선생님들. 도중에 피곤해지면 뒷좌석에서 자도 괜찮아요~.”

우리 기수의 일이라는 거, 가까이서 보면 되게 별 거 없지만 절대 때 맞춰서 찾아낼 수 있게 힘낼 테니까요.

까만 점퍼에 트레이닝 복, 연보라색이 들어간 선글라스라는 완전히 어디 날라리 같은 인상착의를 하고서 환하게 웃는 모습에 쇼지가 바로 저기요, 하고 그를 불러세웠다.

“넹?”

“아깐 미안했어요. 형사님, 좋은 사람이네요.”

“어. 어, 그, 감사합니다...?”

솔직하게 날아든 꽉 찬 직구에 이부키가 삐걱거리면서 돌아서는 모양을 보면서 결국 세 사람은 깔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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