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404+UDI lab.

[MIU404/4기수] 비눗방울

"물어봐도 되는 거면 물어볼래"

** 투비로그에 23.02.01.에 올렸던 글을 고스란히 들고 왔습니다. 옛날 글입니다. 가필수정은 미래의 제가 하겠죠…. 아니, 근데 다시 보려니까 너무 부끄러운데 이 글!!! 취향 너무 투명해!!

* 한줄요약 :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은 이부키와 (구) 4기수들

* 8화의 진상이 있습니다. 8화를 시청하지 않았다면 보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배경적으로는 11화 이후

* 의학적인 고찰이 이뤄지지 않은 글입니다. 관련 부분은 슬그머니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냥 오타쿠가 오타쿠하고 싶어서 오타쿠했을 뿐입니다.

* 다 쓰고 보니까 우리집 이부키 캐해석 글이 되었음을... / 제목과 내용은 관련이 없습니다...

* 논컾으로 읽으시건, 입심입으로 읽으시건 상관 없습니다~ 근데 제가 입심입을 파니까 은은히 묻어나올 듯….


이부키가 어려졌다. 정확하게는 일시적 퇴행 어찌고저찌고라고 했다. 폐건물로 달아난 범인을 쫓다가, 실내에서 숨바꼭질은 곧 외벽을 따라 난 철제계단으로 이어졌고 거기에서 엉겨서 우당탕 굴렀다. 저 자식 밖으로 나갔어, 시마! 철계단! 그 무전에 잽싸게 방향을 돌려 건물 밖으로 나갔던 시마가 본 장면이 하필 그거였다. 범인의 목덜미를 낚아채면서 땅바닥까지 구르는 이부키. 서류와 기술로 재구성된 과거의 장면이 현실과 겹치는 바람에 심장이 발밑 어디까지 쿵 떨어졌다가, 곧 "헤헤 잡았어, 시마."하며 일어나 웃는 모습에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그렇지만 근육에 빳빳하게 발린 긴장이 채 풀리기도 전에 녀석이 갑자기 고꾸라지듯 쓰러지면서 시간차로 덤벼온 경악과 공포는 곱절의 곱절로 밀려왔다.

그래도 패닉은 오래지 않았다. 지원을 불러두었기에 채 삼 분도 지나지 않아 401과 구급차가 달려온 덕이다. 넋이 나가있던 시마는 진바 씨의 일갈에 제 양 뺨을 짝 하고 쳤고, 딱 얼얼한 만큼의 침착함을 되찾고서 파트너를 따라 앰뷸런스에 올라탔다.

이부키는 정말로 멀쩡했다. 정황을 전달받았던 의료진의 심각한 얼굴은 정밀검진 후에 조금 풀려, 어디 부러진 데 없이 다친 곳이라곤 타박상과 찰과상이 전부고 가벼운 뇌진탕으로 잠시 기절한 것이라 설명했다. 정말로 불행 중의 다행이었다. 죽여도 죽지 않는 남자, 이부키 아이~ 하며 장난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던 파트너의 모습이 뇌리에 재생됐다. 중점밀행으로 쌓였던 피로는 놀람과 두려움에 증발된 지 오래라 시마는 간신히 안도의 숨을 길게 뱉으며 보호자 용 간이침대에 걸터앉았다. 짝이 없는 기수는 어차피 내근이라서, 시마는 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보호자 노릇을 자청했다. 물론, 표면적인 이야기다. 이부키에게는 보호자로 불러올 가족이 없다. 제 앞가림을 시작하기가 무섭게 별거를 했다던 부모를 불러올 수도 없고, 정말로 가족이던 가마고오리 부부는 없다. 시마가 여기에 남은 것은 다정하고 꿋꿋한 제 파트너가 병실에서 쓸쓸하게 눈을 뜨게하고 싶지 않다는, 지극히 자기본위의 이유다.

오늘 치 보고서를 다 작성하고서도 이부키는 아직까지 깨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피로 누적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부키의 마지막 기억은 범인 확보일 테니 이왕 기절한 김에 몸이 더 자려고 한다면 말은 되겠지. 의료진으로부터 이부키가 죽지 않을 확증을 얻은 이상에야 제 아무리 의심마인이라도 쓰잘데없는 삽질을 하지는 않는다.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 이 시점에서부터야 한참을 밀렸던 잠이 스멀스멀 밀려와 시마는 이부키의 곁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우당탕, 이부키가 깨어나자마자 한차례 소동이 일었다. 링거 맞지 않는 쪽의 손을 쥐고 있던 시마는 막 일어난 이부키와 마주했고, 빛을 정면으로 받으면 부드러운 연갈색이 되는 눈동자가 경계심으로 쨍쨍하게 튀었다. 너는 뭐냐며 다짜고짜 위협하고, 병원 냄새 싫다며 들입다 링거를 뽑고 튀어나가려 들지를 않나. 이부키가 눈을 뜬 걸 보자마자 왼편에 있던 너스콜을 눌러서 망정이지 안 그러면 병실이 초토화될 뻔했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들이 이부키에게 뭔가를 묻고, 답을 듣고, 차트를 쓰고 병실 한쪽으로 비켜 서있던 시마에게 보호자 분도 들으라던 설명이 끝난 후에야 이부키는 병원침대에 걸터앉아 삐딱하게 요약정리를 요구했다. 겨우 오 분 전까지만해도 너는 누구냐 하며 을러대던 태도는 사라졌지만 까칠하게 날을 세운 건 여전하다. 시마 역시 의학적 지식이 깊지 못해 의료진이 설명해준 내용을 적당히 뭉뚱그려서 들려주었고 이부키는 그 말을 다 듣고서는,

"그러니까 여기가 미래라는 거?"

"어, 대충 설명하면 그래. 너한텐 대충 20년 후, 나는 네 파트너."

시마는 습관적으로 튀어나올 뻔했던 한숨을 씹어삼키며 답했다. 지금 이부키의 정신은 고2에 머물러있다. 겉으로 보이는 게 서른 여덟의 이부키래도 저 애는 지금 미성년자, 학생이다. 가마 씨와는 고1 때 만났다고 했으니 제 입으로 말했던 '엄청나게 썩어있었다'는 그 구간은 넘겼겠지만 여전히 너덜너덜했을 시절의 이부키인 거다. 원래의 파트너라면 "아, 시마 쨩. 지금 한숨 쉬었어. 너무해."라고 말했을 타이밍이지만 시마의 추측대로 이부키의 감은 남들의 몇 배로 예민한 오감이 주가 되고 거기에 경험이 그것을 선별하게 하여 작용하는 게 맞는 모양이었다. 아직 형사의 포커페이스까지는 뚫지 못하는 걸 보면 확실하다.

"그걸 덥썩 믿으라고?"

그래서 뒤이은 이부키의 으르렁거림에 시마는 돌연 명치를 세게 얻어맞았다. 선글라스 없이 비추는, 아까부터 의뭉스럽던 시선의 정체가 이거였나. 너는 형사고, 라는 말에 알던대로 환하게 웃어서 내가 완전히 맘을 놓았던 걸까. 그 이부키가 믿어주지 않았다는 건 생각 이상의 쇼크였다.

다행스럽게도 곧이어 구 4기수 멤버들이 병실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의료진이 관계자를 모아 얼굴을 마주하면 기억이 좀 더 빨리 돌아올 것이라 판단하여 연락을 넣은 듯 했다. 서장으로 돌아간 키쿄는 소식을 듣고 부러 기수 대장 시절에 입던 정장으로 갈아입고 왔고, 현경에 있다가 요 며칠 본청에 일이 있어 도쿄에 머물고 있던 코코노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으로 진바 씨와 함께 들어왔다.

그 셋의 확언이 있고서야 이부키는 시마가 자기 파트너라는 사실을 납득했다. 형사 경력 37년을 자랑하는 진바며 시마를 꽤 오래 보아온 키쿄는 이부키가 중얼거린 "진짜?"라는 말과 어딘가 희게 뜬 시마의 표정을 조합해 전후를 파악했는지, 시마의 등이며 어깨를 토닥였다.

"...저, 표정 그렇게 티나나요..."

"아는 사람이라면?"

"밀가루도 아니고 희게 떴다, 인석아. 이런 거 알았으면 앞으로 이부키한테 더 잘하라구."

"근데 이부키 씨가 그렇게 말했다면, 저도 충격 받을 것 같긴 한데요..."

코코노에가 눈만 데록거리며 말을 보태자 이제야 정말로 경계를 푼 들개가 꺄르륵 웃어댔다.

"아니, 조금 못 믿었다고 그렇게 놀랄 정도? 나랑 진짜 사이 좋았나봐? 미래에는 내 파트너도 제-대로 있고, 주변에 사람도 있고! 이거 엄청 동화 같은데!"

진바 씨가 그 말에 같이 와하하 웃었다. 그럼, 네가 좋은 녀석인 걸 다들 알지! 이부키가 기억하는 가마 씨와 연배가 비슷해서인가 얘는 유독 진바 씨를 따라댔다. 그 모습을 한참 보던 시마는 그냥 어깨 힘을 탁 풀었다. 그래, 네가 좋으면 됐지. 얼굴은 제가 아는 이부키인데 웃는 방식은 좀 더 앳돼 보이는 모습을 보며 시마는 몇 번째일지 모를 피로감을 느꼈다.

"시마 씨, 괜찮아요?"

"안 괜찮을 건 또 뭐야. 의료진 말로는 오래 안 걸려서 돌아오는 게 확실하댔으니까. 여하튼 걱정해준 건 고맙다, 큐쨩."

저 이부키는 과거의 편린이다. 지나간 과거는 돌이킬 수가 없지만 그냥 저 편린이 미래를 꿈꿔보는 지금이 있다면 나쁘지 않겠지. 그러니 시마가 한참을 웃고 까불던 이부키에게 이런 말을 던지게 된 건 결국 우연보단 필연일지도 몰랐다.

"이부키, 그럼 뭐 더 묻고 싶은 건 없고?"

"보통은 '미래가 바뀌면 안 돼, 말 못 해!' 아냐, 시마?"

개나리 꽃처럼 웃는 낯을 보는데 어째서 나쁜 예감이 스칠까. 시마는 그 찰나에 파트너에게서 옮아온 감이 패트롤 램프를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지만 이 다음을 생각하기에 시마는 지독하게 피곤했고 도쿄만 마리나의 바닷속으로 잠겼다가 건져진 심장은 지나치게 풀려있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개개인의 일상을 힘 있게 달리던 중에 떨어진 소식에 놀라 달려온 건 똑같았으니까.

"물어봐도 되는 거면 물어볼래. 가마 씨는 어딨어? 가마 씨라면 레이코 씨하고 같이 병문안 정도는 와줬을 텐데! 아, 혹시 나 기절해있던 사이에 왔었나? 내 전화, 어딨지?"

가마고오리 부부를 입에 올린 이부키의 모습이야말로 익숙하기 짝이 없는 제4기수의 멍멍이였으나, 시마는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말을 잃었다. 뭘 어떻게 해야하지. 레이코 씨는 갱생되지 않은 범죄자에게 죽었고 가마고오리 전 형사는 그 범죄자를 자기 손으로 처단해 지금 감옥에 있다는 말을 어떻게 꺼내지. 이것도 스위치가 되나? 지나가버린 과거의 편린에게 미래의 사실을 들이대면 어떻게 되지?

혼란한 머리와는 달리 수1 시절부터 상황을 모면하고 꾸미고 유도수사하던 혀는 매끄럽게 말을 뱉었다.

"가마 씨는 몇 년 전에 은퇴하고 지금은 아내 분, 그러니까 레이코 씨 하고 해외여행 갔어."

그 말에 이부키의 눈매가 느슨해졌다. 광대 근처 근육은 긴장하고 입가는 길게 호선을 그린다. 시마는 저 표정을 안다. 아, 망했다. 아래로 자녀가 없던 가마고오리 부부와 부모가 썩 의지가 안 됐던 이부키. 피는 안 섞였어도 분명 가족인데 이렇게 이야기 해버리면.

"흐-음. 그렇구나. 그래도 가마 씨, 무사히 정년퇴직도 했고. 응응, 뭐, 내가 친아들도 아니고~."

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이런 멍청한 시마 카즈미. 곁눈질로 보인 코코노에도 눈동자가 떨리고 있다. 저와 파트너의 썩 유쾌하지 않은 공통점이 이런 곳에서 튀어나오면 완전 전방위로 쏘아진 부메랑이다. 서른 일곱의 이부키 아이에게도 자기비하의 흔적이 남아있다면 당연히 열일곱의 이부키는 더 했을 거란 걸 예상하고 언행에 주의했어야 했는데!

"이부키."

"네~, 대장."

"그건 부부여행. 나중에 가족여행도 가자고 했어.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 알았어?"

"가마 형사가 그렇게 말하고 간 거, 지금은 기억 못할 테니 어쩔 수 없나! 하하!"

그건 정말로 한 치의 의심이 들어갈 수 없는 타이밍과 어조의 나이스 어시스트였다. 가뜩이나 부모이기도 한 두 사람이라서 열 일곱의 이부키 정도는 속여넘기기 충분한 진정성이었다.

깜빡깜빡 눈꺼풀이 닫혔다 열렸다를 반복하며 표정이 풀리다가, 드디어 히죽 웃었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이부키는 왜 가마 씨랑 레이코 씨는 내 부모가 아니었을까, 했던 때도 있지 않았을까...하면서. 그럼 어차피 남인 걸, 하면서 셀프 쿠크 깨는 구석도 있을 이부키...

뭔가 우리집 시마가 생각 이상으로 이부키를 (속으로) 둥기둥기하고 있어서 점점 당황하는 중. 내 안에서 이부키는 정말 정말 정말 큰 건은 속에 꼭 감춰두는 상이고 이제 시마도 그걸 아는 사람이라 그런가 싶고?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인 관계가 404라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그거랑 완전 별개로 적재적소에 형사의 짬밥을 보여주는 진바 반장님과 키쿄 대장님이 진짜 너무 너무 너무 좋아서... 대장이고 교육계고 이런 사람 멧챠 다이스키...

+) 메모 조각글에선 있었는데, 쓰다보니 안 맞겠다 싶어서 자른 꼬투리

(이부키 없는 자리에서)

kky : 애들한테 거짓말 해야할 때가 제일 맘에 찔려

하는 것도 있었는데,,,역시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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