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달린다

기차는 달린다 6

언내MIU. 크로스오버 수사물.

** 포스타입에 있던 글을 일단 고스란히 들고 옴(21.11.22~)

* 언내추럴 UDI 랩과 현구 4기수의 크로스오버 수사물, 을 목표로.

* 배경은 MIU404 엔딩 후 약 2년 뒤. 편의 상 역병이 물러난 세계를 가정합니다.

* 공식 및 메모리얼 북 등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은 전부 개인의 상상이며, 원작과 무관합니다.

* 시신손괴(절단)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열람 시 요주의.

* 실존하는 지명이 사용되었으나 실재와는 무관하며, 수사나 열차 관련에 대한 지식도 조예가 있지 않으니 적당히 픽션으로 넘겨주시면 감사합니다.

* 논CP라고는 생각하는데, 제가 smibsm를 먹다보니 그런 낌새가 있을지도- 싶습니다.


패트롤 램프가 굉음을 내며 달리고, 때때로 정체된 골목에 대고 이부키가 긴급차량 지나간다며 외쳐댔다. 급박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뒷좌석에서 지켜보는 미스미와 쇼지는 앞서 나가던 차들이 길을 비켜주는 이유는 꼭 그것만은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 안전벨트를 꽉 매고 손잡이건 앞좌석이건을 손마디 희게 질리게 쥔 당사자로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말할 수 있다. 도로규정 속도를 아득하게 초월해서 차체가 덜그럭거릴 정도로 폭주하는 차량을 두고 누가 길을 안 열겠는가.

미친 듯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보람은 있었다. 츠쿠바 익스프레션이 각 역에 도착하고 출발하는 분초가 계속 무전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모리야 역으로는 아직 진입하지 않았다. 도로 옆에 보이는 철도가 비어있다. 다만 정규도로로 역에 차를 대고 역사에 진입하려면 꽤 돌아야했다. 그러면 맞추지 못할 테다.

404의 결단은 빨랐다. 어느 봄날처럼 눈짓을 교환한 직후, 이부키가 외쳤다.

“이대로 도로 벗어납니다!”

“네!?”

“뭐라고요?!”

이부키의 외침과 동시에 후방비상등을 켠 시마가 홱 핸들을 꺾었다. 404호가 가드를 부숴가며 철도와 나란히 달린다. UDI의 경악은 채 소리가 되지 못했다. 여기서 입을 열었다간, 정말로 혀를 깨물 거다.

츠쿠바 역에 뭔가 전달된 바가 있긴 했는지 철도와 나란히 들이닥치는 너덜너덜한 차량을 보고서도 역무원들은 생각만큼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무전이 울린다.

― 1분 후, 츠쿠바 익스프레션, 모리야 역에 진입합니다!

플랫폼 끝에 대충 차를 댄 시마와 이부키가 잽싸게 튀어나갔다. 등 뒤에다 보지도 않고 외치는 건 덤이다.

“거기 있어요!”

이중주로 울린 고함에 미스미와 쇼지는 간신히 손이나 흔들었다. 골이 울렸다. 이게 멀미 때문인지 아니면 뒷자리에서 쉐이커마냥 흔들려댄 40여분 탓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 갔다. 플랫폼을 훌쩍 넘어서는 MIU404 점퍼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미스마 마시코는 몸을 움츠린 채 떨고 있었다. 두려웠다. 나카무라 선배가 죽었다. 거기까지는 그러려니 한다. 대학 시절처럼 여전히 개차반 같은 성격이면 어디서 칼침 맞고 뒈져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경찰이 그의 신원을 찾고 있고, 거기에 쿄카 대학까지 이야기 했다면 짐작 가는 건 한 가지뿐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야? 언젯적 일인데!’

저희들 중 옛날처럼 연극에 몸담은 사람은 각본가였던 타테이시 유마 선배 밖에 없다. 따지라면 저도 아마추어 소극단의 소도구 담당으로 이름을 올려놓긴 했지만, 중소 출판사 일은 야근이며 특근을 밥 먹듯이 해서 팜플렛에 제 이름이 쓰여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지금도 소식을 뒤늦게 알지 않았나. 이번에 담당하게 된 여행기가 이바라키 특집이었고, 보강 자료를 구하는 겸 간만에 고향에 좀 있겠다고 아예 통조림으로 눌러 앉았었다. 일이 끝난 것은 새벽 두 시 경. 체크아웃 시간 턱밑까지 늘어지게 자다가 깨고 보니 어쩐지 이가 시려서, 어릴 때부터 다녔던 치과에 갔다.

오랜만에 만난 치과의사 선생님과 떠들다가 이야기가 왜 그리로 튀었나는 모르겠지만, 경찰이 치과기록을 요청했다고 했다. 아저씨는 이걸 환자한테 보이면 안 되겠지만 쿄카 대학 관련 질문도 왔었다고 하면서 사진을 주섬주섬 꺼냈다.

“마시코도 쿄카 대학 나왔잖아? 혹시 아는 거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 주라고 하더라고.”

별 생각 없이 사진을 들여다 본 순간의 경악과 공포란.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특징적인 그 얼굴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나카무라 쿠니모토. 당시의 무대장치 담당. 소도구 담당이었던 저와 연출 각본 다음으로 제일 많이 부딪혔던 사람 아닌가.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애매모호하다. 필사적으로 표정관리를 하며 나카무라가 이바라키에서 죽었음을 듣자마자, 짐을 챙겨 역으로 뛰었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20분이 정말 엄청나게 길었다. 누군가 가까이 오면 흠칫 놀라기를 수차례 반복했고, 그 때마다 ‘그’가 나타나 저를 찌르는 상상을 수십 번 했다. 다행스럽게도 열차에 올라타고 출발할 때까지 저는 죽지 않았다. 역에서 죽지 않았다는 말은 혹시 모를 추격자는 츠쿠바 역에 없었다는 뜻이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여기, 모리야 역. 이제 조금만 더 이 공포를 참아내면 경찰이 제 신변을 보호해 줄 거다.

그러는 중에, 1호 차량 쪽에서 역장이 왔다.

“1분만 더 정차하게 됐습니다. 손님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왜 그러느냐는 말에, 어딘가 낯이 익은 차장이 순하게 웃으며 설명했다. 이즈마 역시 귀를 기울였다.

“잠시 경찰 두 분이 탑승해야 해서요. 마침 저기 오시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 남성이 역사가 아닌, 플랫폼 끝에서부터 이쪽으로 뛰어왔다. 차장이 그걸 확인하고서 곧 출발할 테니 자리에 앉아주시라고 말했다. 이즈마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맨 끝 차량에 탑승하긴 했지만, 곧 저를 찾아 이쪽까지 거슬러 올라오겠지. 열차가 부드럽게 출발하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그 순간,

“!”

이즈마와 ‘그’의 눈이 마주쳤다.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공포에 질린 편집장은 다급하게 비상문을 열었다. 어째서, 어떻게?


플랫폼에 기어오르기가 무섭게 열차가 멈춰 섰다. 역무원에게 경찰수첩을 보여주면서 협조요청을 부탁한 시마와 이부키는 일단 급한 대로 맨 끝 차량에 올라탔다. 이즈마 마시코가 어느 차량에 탄 지 모르는 이상, 하나하나 찾을 수밖엔 없었다.

“이즈마 마시코 씨 계십니까?”

아무래도 이 차량에는 없는 것 같다고, 이부키가 눈짓으로 다음 객실을 가리킨 순간이었다. 갑자기 저 앞쪽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고, 곧이어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샜다. 감각적으로 사건이 터진 것을 깨달은 형사 두 명이 인파를 해치며 달렸다.

“경찰입니다!”

“비켜주세요!”

두 사람이 2호 객실을 열고 들이닥쳤고, 토네 차장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그것보다는 어떤 여성이 플랫폼 반대 방향의 비상문을 열고 뛰어내린 게 빨랐다. 히스테릭한 비명을 지르던 사람의 돌발행동에 우왕좌왕하던 수십의 손님들도 경악에 찬 소리를 냈다. 동시에 차장이 벽에 걸려있던 손전등을 켜면서 고함을 쳤다.

“잠깐만, 누구야!?”

토네는 뛰쳐나간 이의 등을 한 번, 그 주변을 좌우로 한 번씩 훑으면서 안면이 있는 형사들에게 소리쳤다.

“누가 같이 따라 내렸어요! 이전 역에선 못 본 것 같은데요!”

“제기랄! 이부키!”

“알아! 다녀올게!”

인파를 해치지 못한 시마가 결국 욕설을 입에 담았다. 이부키는 차량의 소란은 시마에게 맡기고 다시금 속도가 줄고 있는 기차 밖으로 뛰어내렸다. 하필 불빛이 많은 플랫폼의 반대 측이라 바닥에 뭐가 있을 지 알 수 없었다.

낙법 요령으로 바닥에 두어 바퀴 구른 이부키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 짧은 사이에 기차가 움직인 거리도 있고, 당사자가 달려 나간 것도 있어 거리가 은근히 벌어졌을 지도 모른다. 고개를 휘휘 돌리고 있자니 차량에서 손전등 빛이 앞을 더듬어줬다. 아마도 그 차장 아주머니겠지. 이부키는 동그란 빛무리가 주변을 훑는 걸 보다가, 어디선가 목 막힌 비명을 듣고 그 방향으로 냅다 뛰었다. 방금 비춰진 곳과는 정 반대다.

피비린내가 진했다.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만 이부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달리던 그대로 목청껏 외쳤다.

“미스미 선생님, 쇼지 씨! 이쪽!!”

그 외침에 차량에서 토네를 도와 사태를 수습하고 수상한 자가 있는지 살피던 시마가 속으로 탄식했다. 파트너가 아니라 법의학자를 찾는 저의는 하나다. 죽었구나. 시마는 토네 차장에게 누구도 내리지 못하게 할 것을 신신당부하고 본인도 멈춰버린 기차 밖으로 뛰어내렸다.


간신히 멀미 같은 두통이 사라졌다 싶었는데 츠쿠바 익스프레션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기묘한 감은 들어맞아서, 천천히 출발하기 시작한 기차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째지는 비명, 넓게 퍼지는 혼란에 찬 고성이 차례로 들렸고 이내 뭔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속도가 붙나 싶던 열차가 조금씩 느려지고, 실내에서 났다기엔 밖으로 울리는 이부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스미 선생님, 쇼지 씨! 이쪽!!”

처절한 외침에 두 사람은 누군가의 숨이 꺼졌음을 깨달았다. 미스미와 쇼지는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고선, 너나 할 것 없이 차에서 뛰쳐나왔다. 흰 백의가 어둠 속을 펄럭이며 길게 꼬리를 그었다.

 

UDI의 두 사람이 현장에 도착했다. 등 뒤에서 바스락하고 마른 풀이 밟히는 소리를 들은 이부키가 몸을 뱅글 돌리곤 손을 들었다. 낮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풀이 죽은 게 보였다.

“시신은요?”

“...이쪽이에요.”

시마는 역에 근무하는 경찰과 토네 차장에게서 한창 증언을 듣는 중이었다. 어쩌면 제1발견자가 이부키였으니 이쪽과는 대화가 끝난 걸지도 몰랐다. 이부키가 가리킨 자리에는 덤불에 기대 쓰러진 사람이 있었다. 죽었음은 명백했다. 경악에 찬 눈동자는 불빛에도 동공이 열려 있었고, 무엇보다 무릎 약간 위가 잘려나갔다. 허벅다리의 경동맥이 잘렸다면 과다출혈로 삽식간에 생을 마감한다.

“발견했을 땐 이미 늦었어요. 목에 겉옷을 욱여넣어서 비명도 거의 안 들렸고. 주변에 사람이 있는 건 못 봤네요.”

축 쳐진 목소리 뒤로 다시금 이를 득득 가는 소리가 났지만, 미스미와 쇼지는 지금 당장 살펴볼 수 있는 것부터 확인했다. 사망 직후부터 인간의 육신은 화학적인 작용을 거쳐 서서히 무너진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여기에는 가장 확실한 증표가 있었다.

“그래도 범인은 급했을 거예요. 노끈을 감은 것도 엉성하고.”

“그럼. 다리만 봐도, 다른 때처럼 할 시간은 없었겠지.”

이즈마 마시코의 어깨에 걸치듯 대충 던져져 있는 노끈과 무릎 아래로는 토막 내지 못한 다리. 범인이 얼마나 급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였다.

“당장 검시할 수 있게 대학병원이든 어디든 협조 요청 넣어주세요, 형사님.”

“나카도 씨랑 쿠베 군도 불러줘, 이부키 군.”

막 입을 열려는 이부키의 뒤에서 시마가 영 피곤한 얼굴로 걸어나오며 두 사람에게 대신 답했다.

“요청은 넣어뒀습니다. 곧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연락이 올 거예요.”

“괴수 선생님하고 쿠베치한테도 연락했어. 귀가 먹먹해.”

“나카도 씨가 늘 그렇지 뭐.”

표정이 영 좋지 못했던 이유에는 자괴감뿐만 아니라 수화기 너머로 쩌렁쩌렁했을 나카도의 고함도 한몫했던 모양이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비식비식 웃음이 샜다. 쇼지와 마주보고 웃던 이부키가 돌연 시마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시마가 눈썹을 꿈틀했다가, 이내 무언가의 카운트를 재듯이 손끝을 두 번 움직였다. 두 사람은 합을 맞추어 미스미와 쇼지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다음은 부탁합니다.”

법의학자와 임상병리사는 잠시간 말문이 막힌 듯 숨까지 멈췄다가, 심호흡을 하고서 저희에게 쥐어진 바톤을 잡았다.

“우리는 죽음이 있어야 거기서 진실을 발견해요.”

“꼭 찾아낼 테니까, 형사님들은 바로 달려 나갈 준비나 해줘요.”

이번은 맞추지 못했지만, 이 상실을 바탕으로 진실에 도달할 테다.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춘 진상을 기필코 붙잡아주리라는 의지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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