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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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시마, 논컾, 시마가 물리적인 충격으로 인해 기억을 잊습니다.

눈을 뜨면 모르는 천장이었다. 범인하고 대치라도 했었나? 정황상 병원이겠군. 어지러운 머릿속을 애써 정리해나가며 눈을 찌푸리면 시야 밖에 누군가 잡혔다. 누구지, 체구상으로 가늠해보자면 성인 남성.. 코코노에인가? 진바씨? 그러나 초점이 전부 잡힌 후 보인 얼굴은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이런 사람이 있었던가. 시마 카즈미는 껄렁한 자세로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잠들어 있는 한 사내를 바라보다가 말았다. 알 바냐.. 지금 내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곤 다시금 생각을 정리해보려 했을 때였다.

"시마?"

..깜짝아. 방금 그 소리에 일어난건가? 목소리에 눈을 끔벅이며 제 옆에 앉아있던 남자를 바라보자 그는 대놓고 안도와 걱정이 담긴 얼굴로 저를 쳐다봤다. 누구지, 피해자인가? 그렇다기엔 성까지 알고있는 걸 보면 평범하게 자기소개 정도는 한 모양인데. 시마 카즈미는 여러가지 위화감 중 가장 큰 분량을 차지하는 남자를 가만히 관찰하듯 바라봤다.

"시마, 괜찮아? 아픈 곳은? 물 줄까?"

반말, 가벼운 태도

나를 아는 사람, 그런 가벼운 수준이 아닌 것같은데.

시마 카즈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진짜 깜짝 놀랐잖아~, 솔직히 화낼 뻔 했다고? 좀 더 몸을 소중히 하라니까?

물론 이번엔 내 잘못도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건 아니까 딱히 뭐라 안 할거지만 말이야."

사건에 대해 알고있는 것 같고.

"범인은?"

"범인? 아~, 당연히 잡았지.

시마쨩이 제대로 마무리 못한 건 내가 끝까지 넘겼으니까."

내가 못한 건, 본인이. 그렇다면 경찰인가?

"...."

"시~마. 왜 그래? 어디 아파? 선생님 불러올까?"

보통 그게 제일 먼저 아니냐고.

"..네, 불러주셔야할 것 같네요."

"갑자기 존댓말~? 뭐 불러줄 거지만-..

시마쨩 오늘 좀 이상하네~"

"그럴 수 밖에요.

몇가지 기억에 이상이 있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당신도 포함해서"

"응? 나? 나는 아픈 곳 없는데"

그냥 바본가 이 사람?

"당신 말고.. 제가요.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누구십니까?"

"...."

그 말에 남자는 잠깐 행동을 멈췄다.

1초, 그리고는 너스레를 떨듯 다시금 입을 연다.

" 미안하다니까~, 장난치지마 시마. "

"...."

"시~마, 응? 일어나자마자 무슨 질 나쁜 장난이야. 나 반성하고 있대도~.."

"콜 부탁드릴게요."

"...진짜?"

이부키는 시마 카즈미의 고요와 마주했다. 아무런 감정 없는 눈 그 아래에 깔린 것은 오직 사람으로써의 호기심 뿐이었고 그마저도 사무적이었다. 덜컹, 저도 모르게 크게 저은 손에 걸린 침대 손잡이를 잡았다가 느리게 놓는다. 아, 이 이상은 별로 달갑지 않은데. 정말로, 반갑지 않다. 그 눈 아래에 의심이 서리는 것은 적어도 네 말이 전부 진실이라고 치고 '나'를 모르는 너에게서 피어난 의심이 눈에 서리는 것을 이부키 아이는 보고싶지 않았다. 기다려, 금방 불러올게. 그 한마디와 함께 병실을 박차고 나섰다. 평소같으면 뛰지 말라는 말이 따라붙었을 너에게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 의심의 소리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어째서 지금, 이렇게까지 불필요한 박동이 일고 있는가. 무엇에 두려워하는 거야? 서운해하는 건가? 모르겠어. 이부키 아이는 아직, 이것에 이름을 붙일 만큼의 정신이 없었다. 아니, 일단 시마가 깨어났잖아. 가슴이 답답했다. 무언가가 응어리지고 있었다. 카운터까지 도달한 시간은 무척이나 짧았다. 보호자분, 복도에서 뛰시면 위험해요! 그런 말을 들으며 답지 않게 숨을 골랐다.

"죄송, 죄송해요.. 깨어났어요. 그런데-..."

시마 카즈미가, 이부키 아이를 잊었다.


의사는 일시적 기억상실증으로 진단을 내렸다. 정확한 병명은 모르겠다. 이부키 아이는 아직도 어지러운 머릿속을 애써 잘라내듯 건들건들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하는데? 그렇게 의사가 돌아가고 이어진 것은 짧은 침묵이다. 뭐라도 말을 꺼내야지. 그리 생각해도 어디서부터 꺼내야할지 이부키 아이는 미묘하게 올라오는 두려움과 함께 쉽사리 입이 열리지 않았다.

"저기."

"응? 응?? 아이쨩? 지금 아이쨩 부른 거?"

"...예."

올라간 한 쪽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와, 이거 뭐야. 가볍게 부른 한마디에 감전된 것 처럼 반응해버렸다. 완전 미심쩍은 눈으로 보고 있잖아.. 따끔거리기까지 한 그 시선을 곧이 곧대로 받고 있던 이부키는 머리를 비웠다. 몰라! 생각해봤자 지금 아~~~무런 도움이 안 돼!


시마 카즈미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제 상황을 정리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마치 뭐 마려운 개 마냥 안절부절 서 있는 저 남자는 둘째치고 그래서 나는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 에 대하여 자세히 알 필요성을 느꼈다는 뜻이다. 저렇게 안절부절 못하고있으면서 의사의 며칠간 입원하라는 말에 지금이라도 괜찮으니 퇴원하겠다 답하니 그건 안되지, 라며 단호하게 나왔던 것을 보면 꽤나 거리낌 없는 의사소통이 오갔었던 사이인 건 분명한데⋯.

결국 하루정도를 입원하기로 정한 시마 카즈미 또한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왜 기억에 없느냐고. 시마는 제 머리를 귀찮다는 듯 헤집으며 기억을 억지로 더듬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적었다. 얻어맞은 건 이쪽이라고. 그럼 당연히 알아서 설명해줘야하는 거 아닌가? 눈 앞의 남자는 그런 걸 할 수 있는 정신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본인도 꽤나 당황한 듯 한데. 이름은 이부키 아이라고 했나. 이부키 아이⋯ 이부키 아이⋯. 미치겠군, 정말 기억나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기억할 수 없는 목소리도 성격도 아닌 것 같은데. 경찰들 중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성격과 부산스러움이 아니다. -과연 이런 것으로 특징을 잡아도 괜찮은지에 대한 것은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요컨데, 당신이 제 파트너라고요?"

"그렇지! 시마 카즈미씨의 현재 파트너는~ 이부키 아이쨩입니다. 완전 초 엘리트 형사라고?"

엘리트면 수사 1과에나 가지 왜 여기 있는데? 시마 카즈미는 이 얼토당토 없는 엘리트 선언에 어이없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했다. 글렀다, 이 사람. 도움이 안돼. 뭘 알아내려고 해도 지나치게 가벼워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정보들 뿐이다. 결국 시마 카즈미가 도달한 답은 이 만담같은 대화들에 지극히 익숙해 하고 있는 본인 뿐이었다. 파트너, 라. 진바씨가 코코노에의 파트너가 된 후로 이동지령을 내려 이쪽으로 오게 된 쪽인가? 그렇다면 어느 과지. 그걸 묻기 위해 입을 열었을 때

"기억을 잃었다는 게 진짜냐! 시마!"

방해꾼 아닌 방해꾼이 등장했다. 진바씨와 코코노에였다.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마 카즈미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이부키 아이 밖에 없었다. 그는 4기수가 시범운용되고 있다는 것도 임시라는 것도 1기수와 같이 운용하기 위해 창설 됐다는 것도 원래는 진바씨와 함께 파트너를 할 예정이었으나 높으신 분의 -코코노에의 아버지- 입김으로 그렇게 되지 못했으며 그로 들어온 것이 코코노에라는 것도 기억했다. 또한, 지금까지 일어난 일련의 크고 작은 사건들까지 모두 기억했다. 즉, 정말로⋯

"엑, 그럼 진짜 나만?!?!?"

"그런..것 같은데요."

"이것 참 곤란하게 됐구만.."

"가장 곤란한 건 기억을 잃은 당사자인 저라는 것도 알아주세요."

기억에 빈 자리가 너무 많다. 파트너라고 했나?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일련의 사건들을 전부 기억하면서도 옆에 있던 사람의 기억만이 통째로 날라간다는 게 가능한가? 뇌라는 게 그렇게까지 편리하게 기억 소거가 가능한 거였나? 상식적으로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그게 됐다면 이미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만 날리는 물리 기술이 발현했을 것이다. 시마 카즈미는 제 관자놀이를 뭉근히 누른 채로 한숨을 뱉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아파오는 머리에 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충동이 불쑥 머리를 들이밀었다.

.

.

.

이후 별다른 문제가 없어 퇴원했고 시마 카즈미는 일에 복귀했다. 파트너로써의 이부키 아이는 솔직히 최악이었으나 생각보다 말을 잘 들었다. 평소에도 좀 사고치는 게 많다 뿐이지.. 아니, 애초에 이자식 경찰이 어떻게 된 거지? 좋은 생각을 해보려고 했던 자신이 무색하게도 옆에서 칭얼거리며 보고서를 쓰고 있는 남자를 보자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은 울화가 치밀어오르는 것도 적은 일은 아니었다. 진짜 한 대만 쥐어박고 싶다. 아니, 가능하다면 주먹으로 패고싶다. 딱 한 대만. 사실 스트레스 받아서 잃어버린 거 아냐? 그냥 이 남자가 너무 짜증나서? 과거의 나에게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안 때리고 배겼나? 그래, 참자. 나는 지성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노트북의 타자 소리만을 이어나가던 고요한 분주소 안에 코코노에가 돌을 던졌다.

"시마씨 말인데요. ⋯역시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갑자기?"

"네, 이부키씨만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말이에요."

"당연히 이상하지 아니 왜 나만? 진짜 완전 억울한뎁쇼"

"⋯억울함은 차치하고서라도 저를 기억하는데 이부키씨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솔직히 말이 안 됩니다."

"옳소 옳소!"

"이부키, 좀 조용히 해라."

"하고 싶은 말은?"

"시마씨께서는 일시적인 기억상실증 이라고 했었죠."

"의사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일시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가차없으시네요."

뭐가. 라는 눈으로 바라보니 옆에서 거진 울듯한 거구의 남성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아, 두야. 이 사람 진짜 경찰 맞아?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니 울상이 배가 되었다. 알겠으니까 그만. 설명을 좀 해보라고. 그리 덧붙이며 손사레를 쳤다. 시선은 무시했다. 지금 중요한 건 이쪽이 아니라고

"애초에 기억이라는 건 퍼즐 조각 처럼 간단하게 뺐다 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뇌는 그렇게 완벽하지 못해서 도려내면 흔적이 남고 단 한 사람만을 완벽하게 지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통의 경우 그럴 수도 없다고 알고 있어요. 물론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요."

"나왔다 어려운 말~..."

"그렇다는 건?"

"기억이라는 건 카테고리와 알고리즘을 따라간다고 해요. 즉, 컴퓨터 파일 폴더처럼 기억이 저장되어 있는 거죠."

"폴더라."

"시마씨의 현 상태는 두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어요."

"두 가지나?"

이부키. 다시 한 번 이름이 불리자 남자가 조용해졌다. 입술이 삐죽 튀어나온 것은 덤이다. 저러다가 오리 되겠네.

"1번,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 잊었다."

"상처야!"

하지만 이쪽은 아마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마씨에게도 이부키씨에게도 저희에게도요. 시마는 코코노에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었다. 다만 지금 상태로는 공감해줄 수 없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 시마를 보고 코코노에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2번, 카테고리 그 자체를 분실했다."

"카테고리?"

" 말 그대로입니다. 시마씨가 기억하지 못하는 건 현재로 따져봤을 때는 이부키씨 뿐입니다. 하지만, 정말 이부키씨 뿐일까요?"

"⋯"

"중요한 사건 사고들은 전부 기억해요. 어떻게 진행이 됐고 어떻게 해결이 됐는지. 그 사이에 이부키씨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뿐이죠."

"확실히."

"그에 따라 시마씨의 기억에는 공백이 드문드문 많은 편이고, 애초에 신입인 저를 기억하는데 이부키씨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그리 말하는 코코노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엘리트 도련님께서는 가끔씩 너무나도 맞는 말을 날카롭게 찌르는 경향이 있었고 시마 또한 이 이야기에는 동의했다. 한 사람의 존재를 그렇게까지 말끔히 지울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긴 어렵다. 뇌는 그렇게까지 속 편하게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여기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 거죠. 이어진 코코노에의 말에 모두가 주목했다.

"이부키씨의 카테고리가, 저희와 달랐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이부키 아이의 존재를 잊은 것이 아니라, 이부키 아이가 포함된 카테고리 그 자체를 잊었다?"

"그런거죠."

"경찰이라는 큰 카테고리, 그 안에 다른 과와 기수들 즉 저희가 4기수라는 세분화된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 있었다고 치고 본래라면 그곳에 이부키씨도 들어가있어야하지만⋯"

코코노에가 이부키를 흘금 바라보다가 말았다.

"시마씨의 뇌 안에서 모종의 이유로 이부키씨는 그곳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별개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 있었다. 또한 그 카테고리 자체를 물리적인 충격으로 인해 현재 분실 중이라면⋯"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네."

"네, 그러니까 또 잊은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이부키 아이'라는 존재만을 잊은 건지, 이부키씨가 포함된 무언가를 잃은 건지 확실히 가늠할 수 있어요. 보통의 경우 시기상으로 잊는 것이 대부분이니까요."

"음⋯그러니까 나는 다른..카테고리? 폴더? 에 있어서 시마매정마인이 잊었다는 거지? 그 카테고리가 뭔데?"

"저야 모르죠.."

"매정마인은 또 뭐냐..."

하여간 골이 아파온다. 눈을 잠깐 감고 있으니 삐빅거리는 알람이 울렸다. 쉬는 시간의 마무리다. 시마 카즈미는 외투를 챙기고 일어섰다. 가자, 이부키. 오우. 이제는 쉽게 나오는 말에 이부키 또한 간편한 대답과 함께 일어섰다.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특별히 일상이 달라지진 않았다. 그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시마 카즈미의 노력과 이부키 아이의 노력이 조금씩 담긴 것들이었으나 다른 것이 있다면, 그저 미묘한 거리감. 그정도가 존재할 뿐이었다. 애초에 시마 카즈미는 이부키 아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나쁘게만 보진 않았다. 뭐, 그 나이 먹고 10대 청년처럼 기력을 조절하지 못하는 걸 보면 한 편으로는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귀찮고 성가시고 질리고 진짜 경찰 맞나? 바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긴⋯ 아, 그만 생각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제 손해였다. 웃기지도 않는 멜론빵 호에 올라탄 시마 카즈미는 자연스럽게 핸들을 잡았다.

"있지 시마~, 오랜만에 끝나면 진바씨랑 같이 술 마시러 안 갈래?"

"그저께도 먹지 않았냐."

"에이, 친목회인 거지! 친목회. 물론 나는 시마가 나를 다시 기억해줄거라고 단 한 치의 의심도 없지만? 기억이 없는 쪽도 시마는 시마니까. 친해지고 싶단 말이야~"

그래, 이런 점이. 시마 카즈미는 묘하게 올라오는 거북함을 내리눌렀다. 뭐가 좋다고 실실 웃는 건지. 참 단순한 사람이라고 할까. 더 이상한 점은 거북함과 함께 편안함이 동시에 온다는 것이었다. 하나만 하라고 하나만⋯. 제 알 수 없는 속내에 작은 욕짓거리를 삼키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맨날 들이부우면 몸이 못 버틴다."

"난 완전 건강하니까 괜찮은데."

"건강 망치는 건 한 순간이야. 알잖아?"

"음~~ 비싼 술을 마신다던가?"

"그걸로 되겠냐고. 그보다 여유는 있냐?"

"사실 몰라~ 비싼 술은 딱히 마셔본 적도 없고."

"그러셔."

핸들이 돌아간다. 여기에서 우회전..

"시마는 많이 마셔본 것처럼 말한다? 이 알콜마인."

"그놈의 마인 타령⋯. 너보단 많이 마시긴 했겠지."

"무슨 술을 가장 좋아하는데? 위스키 빼고."

" ⋯위스키를 왜 빼?"

아, 신호에 걸렸다.

"⋯뭐?"

"위스키를 왜 빼냐고."

"그야⋯"

"나는 위스키를 가장 좋아해. 글렌 글리안. 그 종류"

"알곤 있지. 근데⋯"

"알면서 왜 물어보냐, 그럼."

"⋯⋯시~마, 장난치는거지? 이런 장난은 재미없어."

"내가 뭐하러 이런 잡담에 장난을⋯"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돌려 마주한 얼굴은 장난끼가 담겨있지 않았다.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 얼굴을 어디서 본 적이 있다. 분명 며칠 전에, 본 얼굴이었다. 시마 카즈미는 위화감을 느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아귀 안에 땀이 맺혔다. 미약한 식은 땀이었다. 이부키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경악, 두려움, 안쓰러움? 아니야,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뭔데? 도대체.

"..왜그래?"

"코사카."

"코사카..?"

"시마, 코사카 말이야."

"⋯코사카가 누군데?"

이윽고 침묵이었다.

시마 카즈미가 잊은 것이부키 아이 뿐만이 아니었다.


...우짜쓰까 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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