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죽은 최애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prologue
다우트
갓생 오타쿠.
그것은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픈 것도 없는 내게 붙여진 별명이었다. 목표 의식이 뚜렷해 성적이든 뭐든 원하는 건 다 쟁취해 내는 미친놈. 그 위에 여유 있는 집안에 태어난 우쭈쭈 막둥이 공주라는 설정 한 스푼.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나를 100% 믿어주는 가족들의 신뢰까지도. 그 견고한 신뢰를 품에 안은 나 갓생 오타쿠 민여주는 그날도 멋대로 학교를 째버린다.
분명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마라탕 한 그릇을 때리고 한강 벤치에 누워 웹툰을 보다 집으로 향하던 그날.
오타쿠의 상상은
| 다우트(doubt)__ Prologue
생애 최초의 기억은 누군가의 품에 안겨 머리통보다 큰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그건 꼰대 취향을 향한 조기교육이었다고도 할 수도 있겠지. 그 덕분에 나는 유년 시절부터 클래식에서 기성 가요까지 통달하게 되었고, 뽀로로를 외치는 친구들 사이에서 홀로 모차르트의 마왕을 외쳐 선생님들의 고개를 젓게 만드는 비범한 놈으로 자랐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까지 이어져 나는 또래들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으로 멋지게 성장 중이다.
“야. 너네 봤냐? 킹탄 또 핫백 1위 함ㅋ”
방탄소년단, 엔시티, 세븐틴. 이런 아이돌 음악이 대체 뭐가 좋다는 거지? 아무리 들어봐도 ‘요즘' 음악은 감성이 없달까, 깊이가 없달까. 가요는 유재하, 김광석, 부활 같은 예전 음악이 훨씬 좋은데! 이미 꼰대 취향이 되어버린 내 대가리론 또래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 되질 않았다. 그 마음에 공감 하지 못하는 것도 덤. 이런 경우 주변에서 따돌려지거나 미움을 사게 될 수도 있지만, 다행히 운이 좋았던 건지 지금껏 열일곱 해를 살아오며 나를 미워하는 친구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사실 내 입으로 말하기 뭣하지만 나는 어딜 가도 호감을 사는 외모에 공부도 제법 잘 하는 편이었다. 거기에 ‘주술 회전과 하이큐를 좋아하는 오타쿠’라는 양념 같은 설정이 곁들여진. 그러니까 너무 완벽해서 재수 없거나, 너무 모자라서 바보 같지도 않은 완벽한 밸런스의 인간. 치킨으로 치면 'BBQ 황금올리브 치킨' 같은 존재. 그게 바로 나 민여주라는 것이다. 물론 옛날 것만 골라 듣는 중후한 내 음악 취향은 여기서 배제하고 말한 거지만ㅋ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내 취향 안에서도 나름 최신에 가깝고, 나를 친구들과 아주 동떨어진 녀석으로 취급받지 않게 만들어주는 가수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밴드 다우트(doubt). 그리고 그 팀의 리드보컬.
전정국.
“그러니까아~ 네 말인 즉, 조만간 나한테 동생이 생기는데. 그게 너다?”
갓생의 가호 아래. 분명 여기 오기 전까지 세상은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였고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였다.
“응.”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아, 진짜라고오!!!!!”
내가 지금 뒤집어지게 역정을 내는 이 남자의 이름은 민윤기. 그러니까 나, 민여주의 오빠이자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오빠 민윤기의 과거다. 왜 과거냐고? 내가 과거로 왔으니까.
그럼 대체 여길 어떻게 왔냐고? 이봐. 그걸 알면 내가 벌써 미래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근데 이것보다 나를 더 뒤집어지게 만든 일은 따로 있었다. 그게 뭐냐면,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이랬던 내 눈앞에
'그' 전정국이 서 있었거든.
| 다우트(doubt)__ Prologue
정식 데뷔 후 활동한 기간은 총 3년. 다우트(doubt)는 어찌 보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활동 기간 동안 발표한 대부분의 곡들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전설적인 밴드였다.
비록 그들보다 앞서 활동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엄청 두터운 팬층을 가지거나, 대중적인 음악을 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다우트(doubt)가 왕성하게 활동했던 당시에 청소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에겐 밴드 다우트(doubt)와 그들의 음악은 청춘의 한 페이지 같은 것이었다고. 다우트(doubt)의 '다'만 나와도 민윤기는 열변을 토했다.
거기다 보컬이자 밴드의 프론트맨인 전정국은. 커트 코베인이나 시드 비셔스 같은 아이콘이자 특별한 존재였다는 것.
“지, 지금이... 혹시 몇 년도인가요?”
상황은 이랬다. 나는 한강에서 웹툰을 실컷 보다 집으로 가기 위해 늘 지나던 터널로 들어갔고, 대로변으로 빠져나오니 낯선 풍경이 있었다.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네이버 지도를 확인하려 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핸드폰은 먹통. 심지어 눈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색은 하나같이 가ㅡ관. 저 촌스러운 옷은 뭐야;;; 머리는 또 왜 저래???! 존나 고조선인 줄ㅋ
물 한 잔을 먹고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눈앞에 보이는 슈퍼로 들어갔더니 삼다수는 없고 웬, 설악... 생... 수? 에이 대충 이거라도 마시자는 생각에 생수를 집어 드는데 슈퍼에 틀어진 TV 소리가 내 귀에 꽂히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이루어진 남북 공동 회담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은....
설마 하는 마음에 슈퍼 주인에게 연도를 물었더니,
“2001년이잖아 학생. 그런 걸 왜 물어?”
아이 씨팔. 진짜 고조선 아니, 과거였던 거다. 학생, 계산 안 할 거야? 슈퍼 주인은 생수를 들고 사색이 돼버린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하... 하하 다음에 다시 올게요! 결국 나는 생수를 내버려 둔 채 빠르게 슈퍼 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어쩌지? 불안함에 잘근잘근 손톱을 물어뜯던 그때, 갑자기 오빠 방에 자랑스럽게 걸려있던 액자 속 글자가 내 머릿속을 스쳤다.
2001년 수학 올림피아드 금상 민윤기.
시간을 보니 아직 3시. 그 말인즉, 내가 지금 화양고로 달려간다면 오빠, 그러니 과거의 민윤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 핸드폰은 되질 않고, GPS 역시 사용 불가. 내 주머니 속의 카드나 돈도 아무짝에 쓸모없게 됐지만 내 두 다리는 멀쩡하고 길은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으니까. 나는 오빠가 있을 화양고를 향해 미친듯이 뛰었다. 제발 있어라 민윤기!! 제발. 제발. 제발!!!
“뭐야?”
근데 거기서
‘그’ 전정국을 마주치게 됐고,
“넌 집에도 안가?”
그리고 이어지는 얘기는 모두의 예상대로,
“.....”
“몇 살이야?”
나는 뭐에라도 홀린 듯, 민윤기는 애저녁에 잊은 채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고1이요.”
“어디?”
“...서문...여고.”
“아~ 너 효리 누나 후배야?”
전정국이 말하는 효리 누나, 가수 이효리는 내가 지금 다니는 서문여고를 졸업한 연예인이었다. 서울에서 예쁜 애들은 다~~ 서문에 다녔다고 선생님들이 사골국 끓이듯 주야장천 말하게 만드는 자랑 중의 자랑.
시기적으로 봤을 때 2001년은 이효리가 걸 그룹 핑클 활동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을 때일 것이다.
“효리 언니를 아세요?”
“웅. 옛날에 우리 아파트 같은 동 살았어. 어릴 적 부터 친해. 근데 너. 왜 집에 안 가고 계속 나 따라다녀?”
생각해 보면 전정국 입장에서도 갑자기 나타나서 밑도 끝도 없이 자기만 따라다니는 내가 한심해 보일 터. 그렇다고,
“집이 없는 건 아닐 테고.”
어떻게 사실대로 말해? 내가 미래에서 왔다는걸ㅜㅜ 그러니 나는 당연히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아니면... 집에 무슨 일 있니?”
그러자 무뚝뚝하게 굴던 전정국이 갑자기 측은해진 눈빛이 되어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내 솔직한 대답은 아니요. 저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요... 였지만
“오빠. 절대 나쁜 생각 하지 마요.”
“무슨 나쁜 생각?”
내가 여기 왜 왔냐고? 내 말이 그 말이라고오. 부모님도 보고 싶고, 오빠도 보고 싶고, 홀리도 보고 싶은데. 아무도 없는 이곳에 내가 왜 왔을까? 내가 왜! 왜 이 말도 안 되는 과거로 혼자 오게 된 걸까. 정말 이유를 몰랐는데, 아무것도 몰랐는데.
“알았죠? 약속해요.”
“뭐야;;; 왜 이래.”
“아, 약속하라고요!!!”
전정국을 마주친 순간, 나는 내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깨닫게 됐다. 어쩌면 나는 15년 전 해체돼버린 다우트(doubt)를 지키러 이곳에 오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아. 다우트(doubt) 해체의 이유? 그래. 얘기가 거기서부터 시작돼야겠지.
잘 들어. 내가 딱. 한.번.만. 얘기해 줄 테니까.
다우트(doubt)가 해체 한 이유는
전정국이
“근데 너는. 내 팬이야?”
생활고, 창작의 고통, 알코올 중독, 천재니까 요절했다, 등. 전정국의 죽음에 대해 수많은 추측이 있었지만 진짜 이유에 대해선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유서 한 장 남지 않은 그의 죽음이 자살인지, 그게 아니라면 누가, 왜, 그를 살해한 건지도.
처음엔 좋았다. 죽었던 최애가 내 눈앞에서 말을 하고,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내가 먼 미래에서 시간을 건너 이곳까지 온 진짜 이유는 아닐 것이다.
“나중에, 나중에요. 아무튼 오빠. 오빠는 무조건 잘 될 거예요. 무조건 돼. 그니까 약속해요. 알았죠?”
“야 꼬맹. 너는 무슨... 갑자기 나타나선 계속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해? 잘 되는 건 뭐고, 나쁜 생각은 또 뭐야?”
나는, 매해 전정국의 기일이 되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던 민윤기를 기억한다. 색이 바랠 대로 바래버린 그의 사진을 손에 쥐곤,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말을 몇 번이고 읊조리던 민윤기의 모습도 똑똑히 기억한다.
나는, 전정국이 21세기의 반 고흐가 되길 원치 않는다. 커트 코베인이 된 그도, 시드 비셔스가 된 그도 보고 싶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곳에서 의문투성이로 남은 그의 죽음에 대한 모든 진실을 밝혀내려 한다. 그의 죽음이 예정된 그날이 오기 전까지.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를 둘러싼
모
든
것
들
을
의심하고 지켜볼 것이다.
두고 봐, 내가 반드시
소설인데 웹툰 같은 신기한 글을 보여드릴게요. (~˘▾˘)~
근데 사진이 풀사이즈가 안되서 글 속의 연출이 의도한대로 나오지 않는 게 참 안타깝군요! ૮⸝⸝o̴̶̷᷄ ·̭ o̴̶̷̥᷅⸝⸝ა 펜슬용으로 재편집을 하면 너무 귀찮을 것 같은데... 그냥 베타 기간 동안 고쳐줘요 펜슬 선생님들~~~~
※ TMI. 글 속에 나온 그림은 오직 제 소설 다우트를 위해 그려진 그림들로 그 외의 용도로는 사용불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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