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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5Ds/잭+유세이+크로우] 술꾼

“…이겼지?” “야야, 알면서 묻는 거 나쁜 버릇이다, 유세이.”

* 다그너 파트 종료 이후, 3쿨 시작 이전인 어느 한 순간.

* 일상 한 자락인 조각글. 기본적으로 논CP로 썼지만, 저는 잭크로, 유크로 둘 다 먹는 사람이므로, CP 탈부착은 자유롭게.

* 공식에서 보지 못한 설정은 팬피셜입니다.

* 따로 탈고 안 함. 오탈자와 비문은 그걸 발견한 미래의 제가 고칠 겁니다()

* 주의 : 미성년자 음주 언급이 있음(현실에선 안 됩니다!)


오늘은 블랙버드 딜리버리의 정기 휴일이었다. 그러니 크로우가 잭보다 늦게 내려오는 거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미적미적 내려온 그가 오만 인상을 쓴 채로 앓는 소리와 함께 나타났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잭은 1초쯤 폭력적인 방향에서의 불길한 상상을 마구 떠올렸다가(그야 아직도 꽤 많은 시티의 인간이 마커를 흰 눈으로 보니까) 거리가 조금 있는데도 밀려오는 찐한 알코올 내를 맡고선 탈진하듯이 어깨에서 힘을 뺐다.

생각해보면 어제 크로우는 무척이나 늦게 돌아왔었다. 옛날부터 발소리를 얕게 내는 버릇이 있는 저 애는 집에서마저 인기척을 누르지는 않으므로 잘못 알았을 리 없다. 그것마저 바뀌었을 리는 없었다. 저의 오랜 습관이 여전한 것과 마찬가지로.

힘이 곧 정의였던 치외법권을 살아온 사람답게 저는 마사 하우스를 나간 이래 아무리 깊게 자더라도 누가 오가는 인기척만큼은 반드시 알아차리곤 했다. 그 시절엔 환경이 이렇기 때문이라고 믿었는데, 시티로 건너간 후에도 여전했다. 이미 인에 밴 습관이 되었다고 한탄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분 세탁이 된 그때엔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습관이 제게 남은 유일한 뿌리로 여겨져 고칠 생각도 안 했던 기억이 있다.

“크로우, 여섯 시간밖에 못 잤는데 괜찮아?”

“어어, 잠은 됐어―아, 숙취 진짜 쥑인다. 시티에서 파는 거여도 이래? 이거 막소주 됫짝으로 퍼마신 이후로 이렇게 골 아픈 거 처음이야, 진짜….”

심증은 바로 증명됐다. 그랑프리 준비로 엔진 연구에 몰두 중인 유세이는 폿포타임으로 이사 오기가 무섭게 철야를 반복하다가 낮과 밤이 다 엉켰으니까. 요 며칠은 셋이서 얼굴도 오래 못 마주 보고, 교대하듯이 자러 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있던 거다.

그건 그렇고 영 불온한 이야기가 나왔다. 유세이가 예사롭게 말을 받아서 그렇지, 누가 들어도 과음한 사람이 아닌가. 저희 셋 중에서 명실상부하게 성인 반열에 든 건 저 하나뿐인데도. 사실 여기까지 생각해낸 것도 몇 초가 걸린 터라(잭 아틀라스는 남의 나이를 외워주는 섬세한 사람이 아니다), 타박을 주거나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 사이에 시티 법으로 미성년자인 둘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언제?”

“옛날에, 아니, 그렇게 많이 옛날도 아닌가? 어쨌든 나한테 듀얼로도 주먹으로도 못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지 술 내기 걸어온 새끼가 있었거든. 하, 지금 생각하면 왜 그 말을 들어줬나 모르겠네. 걍 냅다 두들겨서 쫓아낼걸.”

“…이겼지?”

“야야, 알면서 묻는 거 나쁜 버릇이다, 유세이.”

마음 놓은 사람들에겐 오히려 말이 짧아지곤 하는 유세이의 버릇도 여전했고, 거기에 익숙하기 짝이 없어 뭉텅이로 잘려 나간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복원해 찰떡같이 알아듣는 크로우도 크로우였다. 하기사, 잭 본인도 똑같이 알아들었으니 남 말할 처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대화에 낄 타이밍을 완전히 놓친 잭은 괜히 속만 복잡했다. 사실 타이밍을 놓쳤을 뿐 아니라 할 말까지 다 엉켜버려서 그렇다. 위스키 같이 도수가 센 술은 숙취가 없다고 조언해야 할지, 언제부터 네가 그런 술꾼이었냐고 화를 내야 할지. 실은 미성년자가 무슨 술이냐는 타박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야 했는데, 그 생각은 제일 늦게 났다. 팀 새티스팩션 시절에 축배랍시고 부딪쳤던 잔 수가 상당해서 음주 연령 같은 건 새틀라이트 출신끼리는 아무 소용이 없지 싶었다. 오히려 이런 사실을 우시오에겐 철저하게 숨겨야겠다고, 당사자가 알면 혈압이 올라 쓰러질 다짐이나 했다. 그 치는 생김새도 행동거지도 새틀라이트 출신 못지않게 거칠고 난폭한 주제에 아주 뼛속까지 경찰이니까. 어쨌거나 잭 역시 술 내기의 승패가 궁금했으므로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크로우는 과연 세큐리티를 농락하던 악명에 걸맞게 짓궂은 웃음을 지었다. 송곳니가 드러나도록 씨익 웃는다.

“그야 당연히 이겼지. 정신력의 승리였다, 이 말씀!”

과연. 그래야 팀 새티스팩션의 돌격대장이지. 잭도 유세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가 어디서 남한테 얻어맞고 다닐 부류는 아니라지만, 승패가 걸렸을 때 결과를 확인하게 되는 것은 그 시절의 저희가 남아있는 증거 같기도 했다.

 

덤)

“그래서, 아까 유세이 말을 들어보니 해 뜨기 바로 직전에 돌아온 것 같더군. 어제 일이 그렇게 많았나?”

“엉? 아니. 십장 아저씨가 좀 마시고 가래서. 아, 맞다! 둘 다 거기 기억해? 왜, F지구였나? 번 덱으로 짜증 나게 굴었던 게릴라전 자식들 아지트 있던 데.”

"…다 잡는 데 열흘 걸렸던 걔들?"

“…그런 끔찍하게 귀찮은 놈들, 잊는 게 더 어렵지 않나.”

“거기에 십 층 짜리 건물, 어제로 다 올라갔다? 내일 구경 가자.”

“좋아.”

“흥, 가서 애매한 추억에라도 젖을 셈인가?”

“헹, 기억 못 하네, 이거. 거기 땅이 높잖아. 십장 아저씨 말이 거기 옥상에 무슨 망원경인가 놓을 거래. 날 맑으면 시티 제일 북쪽까지 보일 거라던데? 거기면 루카랑 루아네 집 보일걸?”

희한한 정보를 잘 물어오는 전 돌격대장의 말에, 전망대 같은 걸 본 적이 없는 셋이서 그냥 지금 날 맑으니 냅다 쳐들어가자고 합의하기까지 앞으로 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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