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 하리 - 도둑맞은 집중력

20240229~2024030?

도파민 중독, 디지털 디톡스 같은 말들은 어디서 시작한 걸까. 적어도 두 단어가 ‘진짜로’ 내게 와닿은 건 이 책을 읽게 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겠다.

나혼자 산다에서 코쿤이 무슨 통에 전자기기를 넣어두고 몇 시간을 보냈다. SNS에서 지나가듯이 클립과 함께 본 적이 있다. 자세히 보지 않아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마도 코쿤은 평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몇 달 전부터 ADHD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성인으로서, 집중력은 최근 나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책을 구매한 건 ‘그’ 역행자와 같은 날이였으므로, 역시나 아무 생각 없이 산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행자’를 드랍한 직후에 읽은 책이여서 그런지 굉장히 신뢰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있었다. 두 책을 비교하는 건 객관적으로 의미없는 행동임이 분명하나, 그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무조건 내 말이 맞음, 반박시 님이 틀림, 책 읽고 운동하면 성공한다던 책과 모든 주장과 논리에 작가의 개인적 경험 및 연구, 논문 등 다량의 논리적 근거가 덧붙여진 책은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 두 책을 연달아 읽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역행자라는 고구마를 먹던 내게 찾아온 사이다나 다름 없었다.

물론 기대와 달랐던 부분도 분명히 있다. 나는 이 책을 집중력 개선을 위한 자기계발서 쯤으로 여기고 구매했다. 그러나 웬걸, 자기계발서보다는 사회학 내지는 심리학 책에 가까운 책이였다. 그 내용이 매우 유익했으니 결과적으로는 좋은 구매였다고는 생각한다.

아주, 매우 논리적이고 타당한 주장과 함께 관련 분야의 전문가와의 대담을 담고 있는 책이였으나 내게 그런 논리력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정말 겉핥기 식으로만 압축하자면 현대인들의 집중력 문제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며, 글로벌 기업(특히 SNS 등 IT 관련 기업들)의 사업 구조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생활 습관, 수면 습관, 식습관 등 집중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과 함께 기업이 개인의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 ADHD까지 집중력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집중력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심도 있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여러 방면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인용된 실험과 논문에 대한 주석이 꼼꼼히 남겨져 있어 그 중 몇 가지는 구글에서 직접 검색해보기도 했다.

낯선 개념과 단어들이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였지만 관심 있던 분야에 대해 탐구하는 마음으로 읽었다고 생각한다. 주석을 제외해도(이 책은 주석만 30페이지 가까이 된다) 434페이지가 되는 책을 사나흘 만에 완독했다는 건 적어도 나한테는 꽤 빠른 편이다. 데미안을 읽은 기간을 생각하면 확실히 빨랐다.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이 책에서는 결국 나의 집중력 문제를 해결할 정답을 제시해주진 않았다는 점 정도이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이건 누군가 답을 정할 수 없는 문제니 어쩔 수 없고, 오히려 내가 인식하지 못하던, 집중력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했을만한, 어쩌면 당연한 다짐을 나 또한 했다. SNS, 유튜브 사용을 줄이고 책을 읽어야지. 그렇게 나는 책 얘기하는 유튜브를 매일 보게 되었다. 사랑해요 민음사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