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르만 헤세 - 데미안

20240224~20240226

이 책이 성장소설이라는 건 나중에 검색으로 알았다. 그마저도 이해했다기보단 ‘…그런가보다.’하고 넘긴 정도였다.

어쩌구저쩌구 아브락사스, 친구의 어머니를…(중략) 정도로 인식하고 있던 책이였고, 언젠가 우연히 본 초판본 디자인 발매 소식 정도로 다시 존재감을 의식했다. 그러다 이전 포스트에서 개똥책을 조우한 ‘그’ 알라딘 베스트셀러 랭킹에서 데미안도 재회하게 되었다. 마침 초판본 디자인의 그 책이였다. 역행자와 마찬가지로 별 생각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2월 24일 알라딘 합정점에서 내 것이 되었다. 단돈 2,400원…! 광역버스 탑승료보다 저렴한 해외문학이라니 개이득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재차 말하지만 역행자와 마찬가지로, 데미안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산 책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거장이 괜히 거장은 아닌지, 똥책이 아니였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너무나 좋은 책이였다. 내 심금을 울리지 못했을 뿐… 근데 그건 내가 이 소설이 쓰여진 시대의 상황, 종교적 배경 지식 같은 게 많이 부족해서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지대넓얕’을 완독한 지금 다시 읽으면 좀 다르지 않을까ㅋ(물론 나는 다회독을 할 정도로 독서량이 많지 않다. 적은 시간에 많은 책을 읽어야 하니 다시는 데미안을 읽지 않을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218페이지의 책을 읽는데에 사흘이나 걸렸다.

이미 완독한지 3주 가까이 지났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해를 못한 채 글자만 읽으며 넘긴 부분이 많아서 더 그렇다. 어쨌든 내가 이 책에서 제일 기대했던 건 ‘아브락사스’를 언급하는 유명한 문장이였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넘긴 그 쪽지가 나오는 순간을 고대했으나… 그 직전 111페이지 동안 내가 이해한 내용은 ‘에밀 싱클레어 도련님이 엄석대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어쩐지 티모시 샬라메의 얼굴을 했을 것 같은 막스 데미안이 그를 구해줬다.’ 정도라,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실제로 여기서 몇 페이지 더 읽고 잠시 책을 덮기도 했다.

그래서 아브락사스가 뭔데요?

여기저기서 설명을 찾아봤다. 요약하자면 극단적인 두 개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 신, 정도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이해하려고 애써도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마저 읽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 뒤로 싱클레어와 데미안은 어떠한 진리를 찾는 듯 하면서 아브락사스라는, (다분히 절대적 유일신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이단의 우상 같은 것을 섬기는 종교적 모임에 열성을 다했다. 왜 그랬을까… 그러고 싶었나 보지…

여차저차… 그러다 막스 데미안도, 에밀 싱클레어도 전쟁에 나갔고, 두 사람 다 부상 당한채로 야전병원(인지 비슷한 어딘가인지)에서 재회한다. 잠들기 전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키스를 했고(내 이해가 틀리지 않았다면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엄마를 사랑했다)? 싱클레어가 잠든 사이 데미안은 죽어, 다음날 아침엔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누워있는 것으로 끝난다.

쓰면서 무슨 내용일지 다시 이해해보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래서 읽을 때 이해를 했어야 하는건데… 어쨌든 내가 기대하던 아브락사스 어쩌고는 생각보다 싱거운 존재였고, 친구의 어머니와…(중략)은 생각처럼 자극적이고 천박한 그것이 아니였다.

완독한 뒤에도 유튜브 알고리즘에 민음사TV 세계문학전집 월드컵이 꾸준히 뜨고 있었고, 데미안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이 성장소설이라는 것도 약간은 납득할 수 있었다. 물론 이해도 납득도 완전히 된 건 아니다…

영화든 책이든, 마음의 양식을 즐기는 데에도 어느 정도 기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지금은 ‘지대넓얕’이 약간의 기반을 만들어 줬고, 부족한 건 신뢰의 민음사TV를 통해 채우려고 한다. 박혜진님, 김민경님이 어떻게든 해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나는 그녀들만 믿고 알라딘 장바구니에 61권의 책을 담았으니까.

그러니까 다들 민음사TV 보시길. 놀랍게도 책이 읽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