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ham_Springfield

소원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람. 또는 그런 일.

comu by .

“⋯무엇을 바랐길래? ⋯⋯⋯  어린애같은 소원을 바랐던 건⋯ 아니겠지.“

그레이엄 스프링필드는 무얼 원했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레이엄이 바라지 않았던 것은 없었다. 다만 손에 반드시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과는 거리가 멀었을 뿐이다. 내 것을 주장하기에는 소심했고 그렇다고 지키기에는 유약했다. 그래서 항상 자신만의 것을 바라왔다. 다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아도 되는 온전한 자신의 것을.

“제가 그럴 나이는, 지났죠.”

허황된 꿈을 꾸기에는 많은 나이였으나, 닿지 않는 허상을 좇아가기엔 충분한 나이였다. 그레이엄은 그저 제 손에 들어온 것을 놓아주지 않고서 간직하고 싶었을 뿐이다. 타인, 외부, 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이러한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숨겨놓고 싶어 했다. 세상 만물 그 어떤 것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데, 그레이엄은 자유롭고 싶었다. 족쇄와 철창이 아니라 푸른 들판에서 자유롭고 뛰어놀고 싶었다. 얼마나 모순적일까. 제가 사랑하는 것은 꽁꽁 숨겨놓으면서 저 자신은 그것과 자유롭게 놀고 싶어한다는 것이. 모순된 것을 바랐던 탓일까, 그가 진정으로 바라던 것은 결국 우리 바깥으로, 푸른 들판 저 너머로, 닿을리 없는 노을을 향해서 여행을 떠났다.

그레이엄은 한참동안 말을 잇지 않고서 두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가 입을 연 것은 5분 정도가 지나서였을까,

“내용은 유치하지만, 세상 사람들 중에 한 번도 이러한 마음을 바라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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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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