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007자/작곡가 날조
끝없는 재능의 격차. 따라붙는 시선. 멸시하는 눈동자.
건반을 누르자 해머가 움직였다. 해머는 쇠를 때리고, 쇠는 음악을 연주했다.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감미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프레드릭은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이 작곡한 곡을 연주했다. 역시 클레이버그 가의 영식. 역시 클레이버그. 클레이버그……. 그 시선이 의심으로, 의심이 또 모욕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클레이버그라는 꼬리표는 참으로 오랫동안 프레드릭에게 따라붙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프레드릭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자신의 눈높이는 예전보다 높아졌다. 손도 커졌다. 하지만 재능만은 성장하지 않았다. 건반 위에 손이 올라갔다. 딩. 건반의 울림이 시원찮았다. 손은 악보를 따라주지 않았고, 악보 또한 자신의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피아노조차도 자신을 업신여기는 것만 같았다. 숨 막히는 시간이 지나갔다. 연주회가 끝난 뒤 프레드릭은 힘 빠지는 박수 소리를 들었다. 앙코르 따위는 없었다. 그것이 마치 자신의 끝을 선고하는 것만 같았다. 음악가로서의 끝, 작곡가로서의 끝.
“정말 저게 그 클레이버그라고?”
“클레이버그도 한 물 갔군.”
귀를 틀어막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예민한 귀는 주변의 소리를 전부 잡아챘다. 이럴 때에만 제대로 기능하는 자신의 귀가 원망스러웠다. 청음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가문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자식 따위는 필요 없다.”
“드디어 가문의 수치가 나가는구나.”
저택 문 밖으로 몸이 떠밀렸다. 손에 들린 가방은 가벼웠다. 스무 살이 되자 자신에 대한 지원이 거의 끊겼기 때문이었다. 클레이버그가의 유일한 오점이자 낙오자. 그것이 바로 프레드릭 클레이버그였다. 이제 어떻게 하지. 이제 뭘 해야 하지. 그 어떤 이정표도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부랑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지독한 가난에 대처하는 법을 몰랐다. 그는 재능 있는 자들을 따라잡을 방법을 몰랐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작곡가가 아니었다.
프레드릭은 오늘 죽었다. 사인은 자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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