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RN] 戒
마틴이 리나에게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시도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리나 씨는 단순하니까, 그만큼 더 명확하게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근처까지 다가가도 말을 붙이기는커녕 나른하게 늘어진 채로 오직 낮잠을 위해 애를 쓰는 여인. 저는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조용히 책 한 권을 펼쳤습니다. 읽기 위한 것이 아닌 것을 팔랑팔랑 일정한 간격으로 한 장씩 넘기니,얼마 지나지 않아서 졸음에 찬 목소리가 제게 기분 좋음을 알려왔습니다.
“그거 계속 팔랑팔랑해……. 잠 잘 온ㄷ…….”
맺음조차 생략한 채 색색 숨을 고르기 시작한 여인을 확인한 저는 조심스럽게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습니다. 그리고 부디 그녀가 알고 있는 티엔 정의 속내와 그 외의 것들을 명확하게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내면을 읽었습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노란 꽃밭. 아름다운 풍경 사이 꽃잎을 대신하여 비가 쏟아지듯이 흩날리는 핏방울.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에서 울리는 소름끼치는 웃음소리 뒤에는,
죽여 버릴 거야.
“헉!”
잠깐 사이 식은땀이 등을 흥건히 적셨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들어 올린 고개 앞에는 깊이 잠든 줄 알았던 여인의 맹수 같은 눈알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너는 내 감을 너무 간과하는 것 같아.”
“…….”
“다시는 읽지 마, 챌피. 한 번만 더 읽으면…….”
그때는 꽃밭이 아닐 걸? 깔깔 웃던 여인은 다시 소파에 몸을 맡겼습니다. 저는 그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내면을 읽은 것이 아닌 그녀가 만들어낸 것을 봤노라고. 낭자하던 피는 내게 향하는 가장 유순한 경고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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