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RN] 禍
리나의 2nd 궁 체득 후 첫 공성전, 그 이후
‘저 불같은 성정을 어찌해야 좋을꼬.’
하랑의 경악이 종일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불과 같다? 아니. 리나는 물과 같다. 잔잔한 수면은 부러 물결을 일으키지만 않으면 그 성질을 유지하기만 할 뿐. 깊은 수심을 가졌어도 유순하게 흐르는 물살이 그녀의 성정이라 할 수 있다. 바람만 불어도 쉽게 깨져서 급살을 타고 매섭게 몰아치는 물살의 모습까지도. 물의 흐름이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하기 마련. 그러니 상대에 대한 탐색이 끝날 때까지 시시각각 대처법이 바뀌는 리나야말로 가장 거센 파도의 광경이 아닌가.
“골치 아프게 됐군.”
그래도 하랑이 말하고자 하는 뜻에는 동의했다.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가히 천재라 불러도 될 정도로 타고난 능력을 운용하는 힘. 그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려 했으나, 잠시 눈을 돌린 사이 저 홀로 그릇의 꽃을 피워 사방에 짙은 향을 퍼트리고 있는 리나를, 어떻게 해야 할까.
‘사상자가 몇이었던가.’
아무리 뛰어도 출발선으로 돌아오게 되는 골치 아픈 상황이란. 공성전에서의 동선과 방어 및 공격 능력을 체크하다가 지끈거리는 머리 위에 손을 올리며 눈을 감았다. 환히 웃으며 사방으로 능력을 쏘아대는 화살 없는 활의 위험성. 결국은 내가 내 손으로,
“살인자를 키워버린 셈,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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