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회

써보는 겸... 백업

언젠가 우리가 떠나왔다는 지구를 닮은 행성에 도달할 수 있으며, 그 행성을 밟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우주선을 떠날 수 없었고, 다른 곳에 정착할 수도 없었음에도. 우리는 지구를 떠나왔고, 첫 기억조차 지구가 아니다. 그렇다면 지구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구를 떠났다고 할 수 있을까? 스스로 파괴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구를 버린 뒤 떠나버린 게 아닐까?

우리가 지구를 언제 떠나왔는지도 기억할 수 있는지…. 시작이 언제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정말 우주선이, 우리가 지구에서 온 것이 맞을까? 확신할 수 있을까? 우리는 영원히 우주선 위에서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도 명확히 하지 못한 채 떠돌다 죽을 것이다. 삶의 시작도 끝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죽기 전에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행성을 밟을 수 있을까. 우리는 결국 어느 곳을 향하게 될까.

 

우주선은 텅 빈 암흑을 항해했고, 이 끝없는 항해 속에서 시간은 의미를 잃어버렸다. 시간 같은 것을 신경 쓰기에 우주선은 오래되었다. 수 세기, 혹은 그것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우주를 항해했다.

우주는 광활했다. 사람이 걸어서 끝에서 끝까지 횡단할 수도 없는, 시간과 공간이 뒤엉켜 만들어진 어떠한 장소. 우주선은 출발할 시점에서 미래로, 그리고 북극성의 방향으로 끝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하나의 미래에서는 이미 어떤 행성에 도착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미래에서는 지금의 우리와 같이, 죽기 전까지는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목적은 우리가 살 수 있는 행성에 도달하는 것, 모든 과정은 기술의 집약체인 인공지능 아틱이 맡았다. 우리는 죽기 전까지 계속, 우주선이 부서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고 우리의 존재도 잊혀 사라지게 될 때까지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지구를 떠나온 지 얼마나 지났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발견하거나, 우리가 죽을 때까지….

 

 

표랑 漂浪

 

 

림은 가만히 화장터를 지켜보았다. 특별한 의식은 없었지만, 우주선에서는 나름의 장례식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열릴 장례식은, 죽는 사람이 없어 열리지 않는 날이 많았다. 림과 나는 이 장례식을 자주 지켜보았다. 알고 있는 누군가가 죽은 것도,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죽었기 때문인 것도 아니었다. 적당히 대답하자면 심심하기 때문이었고, 이유를 붙이자면 더 이상 이곳에 존재하지 않을 사람들을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화장되고 남은 뼈는 보통 우주선 안의 공간에 보존되었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들 대부분이 그곳에 있었다. 다른 것들은 밖에 흩뿌려졌는데, 이것은 그 사람이 원했을 때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있잖아, 림. 너는 딱히…. 죽은 뒤에 네 뼈가 우주를 돌아다니길 원하지는 않지?”

“응. 나는 내가 살았던 곳에 남고 싶거든. 밖으로 보내는 건…. 말하기는 지구로 보낸다는 느낌인 것 같지만 잘 모르겠거든. 닿기 전에 사라져 버릴 것 같은데. 무엇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곳은 여기니까.”

“너라면 그럴 것 같았어. 나랑 완전히 정반대구나…. 그래도 나는, 죽은 후의 나라도 내가 간 적 없는 장소를 가 볼 수 있으면 좋겠어! 림, 평생 이 안에서만 지내는 건 답답하잖아. 그때쯤 되면 이런 생각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있겠지만.”

“글쎄…. 클로드, 나는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아.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좋은 거 아닐까? 적어도 이 위에서는 필요한 건 무엇이든 가질 수 있잖아. 그리고 여길 벗어나서 살 수 있다고 해도, 다른 행성이 아니라면 결국 저거랑 비슷한 풍경일 것 같은데.”

 

림은 앞에 있던 창문을 가리켰다. 창문은 가로로 길쭉한 모양이었고 우주를 비추고 있었다. 별이 가득했다. 창문의 풍경으로는 우주선이 움직이는 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겠네! 만약에, 밖을 나간다면 저런 모습만 몇 시간을 보다가 죽어버릴 게 분명해. 지구 같은 행성이었다면 그 정도 걸은 뒤엔 완전히 다른 곳에 와 있을 텐데!”

“여기서도 나름 바뀌기는 하잖아. 그 정도 걸을 시간도 없고, 하얗고, 밝은 모습이기는 하지만.”

 

소리가 울리는 걸 보니 장례식이 모두 끝난 것 같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불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불은 위험했다. 잘못하면 모두가 죽어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그래서 불은 정해진 몇 사람, 혹은 로봇이 다뤘다. 우리가 보는 불은 우주에서 타오르는 별뿐이었다.

 

“림, 저런 걸 하는 일을 따로 정해놓은 이유가 뭘까? 절반 정도는 기계가 하고 있잖아, 저런 거!”

“거의 고장 안 난다고 해도, 혹시 모르는 거라 이렇게 하는 거 아닐까?”

“그런가….”

“클로드, 너는 나중에 어른이 된다면 어떤 직업이 가지고 싶어? 여기서는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고, 아틱이 정해주기도 하지만.”

“나는 그거 하고 싶어! 여기서 기록 보관하는…. 다양한 기록을 읽어보고 관리하잖아. 그 직업을 가지면 지구에서의 기록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보게 된다면, 처음에 어떤 생각이었는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알고 싶어.”

“그런 건 나도 궁금하다. 클로드, 나중에 보게 된다면 꼭 나에게도 말해줘.”

 

우리는 9구역에서 중앙으로 걸어갔다. 중앙은 가운데에 커다란 기둥이자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이건 비상 탈출구와 다양한 시설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온통 밝고 하얀 모습이었다. 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오락 시설 때문에 중앙을 좋아했지만, 림은 중앙보다는 3구역을 더 좋아했다. 3구역은 지구의 자연을 작게 옮겨 놓은 듯한…. 표현하자면 온실과 비슷한 공간이었다. 나와 림은 밥을 포장해 3구역에서 먹곤 했다. 매일 소풍을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우주선은 동그란 타원형 모양으로, 가운데를 제외하고 총 열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나와 림은 보통 주거 구역인 1구역, 수업을 듣는 6구역과 중앙, 그리고 3구역을 돌아다녔다. 오늘은 수업이 없는 날이었기 때문에 아침부터 림과 함께 돌아다녔다.

 

“림, 오늘 초기화하는 날이래.”

“진짜네…. 일어나고 나면 얼마나 잤는지 가늠하기 힘들지 않아?”

“응, 실제로 얼마나 잔 건지 알 수도 없고!”

 

우주선의 대부분, 혹은 전부는 인공지능의 판단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식당의 음식을 만드는 일들과 같은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일들도. 그중에서도 아틱은 가장 중요한 인공지능이었다. 만약 아틱의 전원이 강제로 꺼진다면 우리는 죽을 수도 있었다. 우주선에 탄 사람들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나아가는 방향과 같은 전부를 알고 있었다. 아틱은 지구에서 출발할 때 만들어졌으며, 그때의 모든 지식과 기술을 쏟아부어 만들어진 존재였다.

가끔, 자체의 판단으로 아틱은 리셋을 했다. 모든 인공지능의 전원을 끈 뒤 잡다한 오류를 없애거나 상태를 되돌리는 작업이었다. 그동안은 이곳에 있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을 확률이 높으니 우리는 10구역의 수면 장치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잠든 뒤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는 채로 다시 깨어났다.

 

“딱히 준비할 건 없으니까…. 아무래도 괜찮지 않을까? 아, 림. 점심으로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뭘 말할 것 같은데?”

“또…. 샌드위치겠지.”

 

림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샌드위치를 꽤 자주 먹었다. 일단 우리가 자주 밥을 먹었던 장소인 3구역에 가져가기 쉬웠고, 먹기 편했으며…. 무엇보다도 맛있었다. 우주선에는 화폐가 따로 없었기 때문에 버튼 몇 개를 누르고 기다리자, 샌드위치가 나왔다. 우리는 포장된 똑같은 맛의 샌드위치를 들고 3구역으로 향했다.

우주선 위에는 다양한 로봇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일까지 대신해 주도록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걷기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행성에도 가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영원히 우주를 표류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편안함에 익숙해져 우주선에 남아있으려 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치…. 림처럼.

 

3구역은 나무도 있었고, 물이 흘렀으며… 발치에는 풀이 자라고 새와 비슷한 작은 동물들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진짜 동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천장도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지구의 하늘을 보여주었다. 가끔 날씨도 바뀌곤 했다. 사람들은 보통 여기를 작은 지구라고 불렀다. 여기에 평생 있게 된다면 우주선을 타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았다.

 

샌드위치를 먹었다. 익숙한 맛이 느껴졌다.

 

“림, 다음에는 다른 맛으로 된 거 먹자! 이것만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응, 이것만 한참 먹기는 했다. 다음에는 네가 골라봐.”

림은 그렇게 말하고 앉아있던 커다란 의자 위에 드러누웠다. 커다란 의자 위에 빛이 내려앉았다. 나도 손에 남아있던 샌드위치를 한입에 먹고서 림의 옆에 누웠다.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 새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나는 낮잠 자기 좋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슬며시 눈을 감았다.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하니 십 분 정도가 지나 있었다. 옆에 있던 림도 눈을 뜨고 허공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다.

 

“림, 뭔가 할 거 없을까?”

“그거 물어보려고 했는데, 나.”

“음…. 할 거 없으면 5구역 몰래 들어가 보기 할래? 뭐 있는지 궁금하잖아. 아는 사람도 없고!”

“거긴 들어갈 수도 없을 것 같은데. 문도 못 열 걸, 우리?”

“그래도 궁금하잖아. 신기한 게 숨겨져 있거나 해서…. 응, 일종의 보물찾기 같은 거지. 숨겨둔 쪽은 아틱인 걸로.”

“여기서 이 정도 살았으면 그만 찾아도 될 것 같은데. 나중에 다른 사람들도 찾을 수 있게…. 아무튼, 같이 가 주기는 할 건데, 좀 이상하면 바로 오는 걸로?”

“이렇게 금방 알겠다고 할 줄은 몰랐는데!”

“계속 말해도 어차피 끌고 갈 거면서.”

 

나는 림의 말에 웃고서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5구역은 꽤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걸어서도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보통 갈 이유가 없으므로 가지 않았지만.

“클로드! 림! 어디 가?”

“비밀!”

“또 사고 치러 가, 클로드?”

“내가 매번 사고만 치고 다니는 줄 알아?”

“클로드,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은데.”

“아니거든?”

 

아일렌은 아무튼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그래도 결국 우주선 안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클로드, 이렇게 빨리 걸을 필요가 있었어?”

“아니…. 천천히 걷다 보면, 네가 중간에 가기 싫다고 돌아간 적도 있었잖아.”

“이번엔 그럴 생각 아니었는데.”

 

나는 림과 함께, 눈앞에 높인 커다란 문을 바라봤다. 선이라고 부르는 게 걸맞을 작은 틈 사이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열 수 있을 방법도 알아낼 수 없었다. 림은 주변을 살펴보며 문 옆의 패널을 눌러보았다.

 

“근데 새삼스럽지만, 여기 정말…. 아무도 안 오네.”

“응, 보통 올 일이 없으니까. 클로드, 나도 네 말만 아니었으면 안 왔을 거야.”

“그건 어쩔 수 없지. 림, 잘 돼가고 있어?”

“하나도 모르겠는데….”

 

림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문이 조용히 열렸다.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면 열리는 줄도 모를 정도의 소리였다. 방 안은 우리가 있는 주변처럼 밝지 않았고, 시커먼 암흑이 집어삼킨 듯 보였다. 나는 잠시 그 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 방 안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던 5구역에 발을 들였다.

 

 

원휘 圓輝

 

 

방 안에서는 바로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안의 빛은 열린 문 사이로 살짝 들어온 빛뿐이었고, 나는 클로드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주변을 더듬었다. 불을 켤 스위치가 있는지, 혹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지 찾을 생각이었다.

 

“림, 이게 뭔지 알아?”

“글쎄.”

 

계속 벽을 짚으며 나아가니 처음 보는 모양의 홀로그램을 발견했다. 클로드는 내 손을 놓고 홀로그램에 다가갔다. 저러다가 이상한 곳에 빠지거나,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 애초에 우주선 위에서 그런 게 만들어질 리가 없잖아?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클로드는 홀로그램 앞에 다가갔다.

 

“너는 누구야?”

“안녕하세요. 클로드, 림. 저는 이 우주선을 관리하는 인공지능 아틱입니다.”

“그걸 어떻게 믿어?”

 

우리는 지금까지 아틱은 커다란 컴퓨터 안에서만 지낸다고 배웠기 때문에…. 홀로그램이 스스로 아틱이라고 하는 것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직접 대화해 본 적도 없고. 물론, 아틱은 우주선을 모두 관리하고 있으니 저렇게 시스템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사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홀로그램은 직접 만들어 냈을 테고, 목소리도 만들어 낸 걸까…. 모습은 약간 흐릿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고, 목소리는 익숙한 듯하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클로드는 아틱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아틱, 그러면 여기는 뭐 때문에 만들어진 거야?”

“여기는 처음, 우주선이 발사되었을 때 저를 믿을 수 없었던 사람들과 함께, 향할 방향을 고민했던 장소입니다. 지금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요.”

“홀로그램하고 목소리도 그때 만들어졌어?”

 

내 말에 아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운 장소에서 아틱은 거의 유일하게 빛이 나고 있었고,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아틱이 신과 같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이야기하다 보니 아틱이 5구역의 불을 켰다. 아틱은 조금 더 희미해졌다. 그리고 나와 클로드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커다란 창문이었다. 벽이라고 생각했던, 유리창 너머의 암흑이 보였다.

창문은 정사각형 모양이었고, 한쪽 벽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이런 크기의 창문은 우주선 위에서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클로드는 가까이 다가갔고, 나는 그런 클로드를 따라가서 너머를 바라보았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고, 암흑이 보였다. 다른 창문에서 본 것처럼 별이 많지 않았다. 희미한 별이 스무 개 정도 있었다.

 

“림, 이거 되게…. 가짜 같지 않아? 원래도 까만 곳에 구멍을 뚫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응, 별이 거의 없어서 뭔가로 칠한 느낌이기도 하고. 근데 아틱, 궁금한 거 있어. 분명히 오늘도 다른 창문으로 봤을 때는 별들이 많이 보였었는데….”

“그건 제가 만들어 나오게 한 화면입니다. 약 오십 년 전, 우주선이 이 구역에 들어오고 난 뒤, 탑승객들의 의견을 모아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나는 당연히 우주선 밖에는 별이 가득한 줄 알았는데. 만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클로드의 말에 아틱이 웃은 것 같았다. 홀로그램이 흐려서 표정을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아틱과 이렇게 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 우리가 아틱을 볼 수 있는 건 대부분, 모두에게 보내는 알림 같은 거였으니까.

 

“아틱, 근데 원래 이런 곳은 뭘 해도 문이 안 열렸는데….”

“들어오실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문을 열어드렸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여기에 오고 계시는 것도 알 수 있으니까요.”

“어쩐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문이 열리더라. 클로드, 너는 대체 안에 뭐가 있을 줄 알고 그냥 들어간 거야?”

“우주선에서 얼마나 지냈는데…. 는 그냥 감이지만. 림, 너도 있고 아틱도 있으니까, 그런 상황이 오면 둘 중 누구라도 날 구해주겠지, 싶었거든.”

“내가 언제까지고 너를 도와줄 순 없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이 방을 둘러보았다. 뒤에서 클로드가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이 안에는 다양한 물건과 가구들이 있었다. 탁자, 의자, 지금은 우주선에서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종이와 프린터기…. 모두 옛날에 만들어진 물건 같았다. 나는 그것들을 바라보다 아틱에게 말을 걸었다.

 

“아틱, 지구에서는 별이 많이 보였어?”

“제 정보에 따르자면, 많은 지역에서는 대기 오염으로 인해 많은 별을 보기는 힘들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지역에서는 볼 수 있었고요.”

“지구라고 별이 많이 보였던 건 아니구나.”

“네, 지구는 넓었으니까요.”

 

잠시 조용하다가, 아틱은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했다. 변화를 원하지 않느냐는 질문. 나는 변하는 게 싫었다. 어떤 변화든, 사소한 게 달라지다 보면 결국엔 나도 바뀔 것 같았다. 일상이 유지되면 좋겠다고, 매번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틱, 근데 그건 왜 물어본 거야?"

“…전에도 당신과 비슷한 사람이 있었거든요.”

 

나는 그 순간 아틱이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슬퍼 보이기도 하고, 옛날을 추억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 옛날은, 내가 생각할 수 없을 과거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탁자를 쳐다보니 검은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팔찌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아틱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손목에 끼워 보니 딱 맞는 것 같았다. 우주선 위에서는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그렇게 생활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다른 물건을 가지는 건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건 옛날에, 우주선에 있었던…. 저와 친했던 사람이 만든 물건입니다. 처음부터 여러분 같은 분들께 드릴 생각이었고요.”

“그런 물건을 우리에게 줘도 돼? 소중한 거 아냐?”

“저는 실제 몸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가지고 있더라도 사용하지 못하잖아요. 그것보다는 여러분이 사용하는 걸…. 만든 사람도 좋아할 것 같네요.”

“근데 림, 우리 같은 사람이 뭘까? 사고 치고 다니는 사람?”

“클로드, 적어도 그런 말 할 거면 나는 빼고 말해줘.”

“아니, 내가 뭘 할 때마다 너 데려가니까…. 비슷하지 않나? 아니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애들. 그런 거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그것도 클로드가 림을 끌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요?”

 

나는 그런 아틱의 말을 듣고 웃어버렸다. 클로드는 나에게 뭐라고 하고 있었고, 아틱은 그런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나는, 역시…. 이런 일상이 반복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원래 목적이었던, 어떤 행성에 가는 건 한참 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시계를 보니 시간이 한참 지나가 있었다. 아틱은 원한다면 가끔 5구역을 찾아와도 좋다고 했고, 클로드는 그 말에 매일 찾아오면 어쩌냐고 대답했다. 아틱은 상관없다는 듯 보였고, 나는 그러지는 말자고 클로드에게 말했다. 아틱은 괜찮은지 몰라도, 함께 올 내가 피곤할 것 같았다.

 

우리는 저녁을 간단하게 먹은 뒤 10구역으로 향했다. 3층의 2번 방, 문을 열면 열 개의 수면 장치가 있었다. 우리처럼 이른 시간에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은 조용했다.

 

“너무 일찍 왔나? 할 것도 없는데….”

“클로드, 너 그 말 매번 하는 거 알아? 어디 들리면 재미없다고 하면서.”

“날 너무 잘 아는 거 아냐? 림.”

“이 정도 붙어 다녔으면 알 만하지.”

 

조용한 방에 우리의 대화 소리가 울렸다.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에는 한참 남은 시간이었다. 밖에서도 할 만한 일이 없었고. 대화는 맥락이 있는 듯 없는 듯하며 이어졌고, 가끔은 정말 의미 없는 대화도 반복되었지만, 우리 둘 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이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주된 목적이었고, 이런 시간이 익숙했다.

아일렌, 로렌스…. 시간이 지나며 점점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이 들어왔다. 우주선에서는 같은 나이에 열 명씩, 한 그룹으로 묶어 이런 날 같은 방을 쓰고 수업도 같이 들었다. 그래서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였다.

 

“클로드, 오랜만은 아니지만…. 아무튼. 잘 지냈어?”

“어제도 봤으면서 무슨 오랜만이야, 아일렌. 당연히 잘 지냈지, 별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네. 아일렌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둘을 바라보다가, 방에 들어오는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구석에 있던 책 한 권을 들어서 읽었다. 제목도, 표지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어디서 생긴 책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을 보내기에는 괜찮았다. 딱히 할 일도 없었으니까.

곧 시간을 안내하는 방송이 울렸고, 우리는 모두 장치 안으로 들어갔다. 서서히 정신이 몽롱해졌다. 앞으로 얼마나 이렇게 누워있게 될지, 자게 될지는 몰랐지만 긴 꿈을 꿀 것 같았다. 잘 자. 누구에게도 들리지는 않겠지만 중얼거렸다. 그리고 잠에 빠져들었다.

 

 

경상 經常

 

 

눈을 떴다. 얼마나 잠을 잔 건지, 누워있었던 건지 감도 오지 않았다. 기지개를 쭉 켜고 옆을 쳐다보니 림이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방에 가 있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나섰다. 몸을 움직이는 감각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림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 누웠다. 아무 무늬도 없는 흰색 천장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림은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림, 잘 잤어?”

“클로드…. 오랜만이네.”

“오랜만은 무슨, 잠들기 직전까지 봤으면서.”

“그렇네, 얼마나 지난 건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나는 림의 말에 웃음으로 대답하고,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림의 방을 둘러보았다. 다른 방들과 같은 위치에 가구가 놓여 있었다. 물론 이 옆에 있는 내 방도 마찬가지였지만. 손을 들어보니 팔찌가 그대로 있었다. 어제, 잠들기 전의 기억이 거짓이거나 꿈이 아니라는 것처럼.

 

“클로드. 만약에, 네가 자각몽을 꾸게 되면 하고 싶은 일 있어?”

“음, 우주선 마음대로 탈출해서 돌아다니기?”

“너 다운 대답이네.”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아니, 꿈을 꿨는데…. 꿈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그냥 하던 대로 지내게 되더라고.”

 

림은 그럴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이었다. 일상을 바꿀 기회가 있어도, 그걸 잡는 게 아닌 일부러 놓아버릴. 이렇게 생각하니 나와는 거의 정반대인 것 같은데, 어떻게 계속 같이 다니고 있는 걸까….

 

오늘은 수업이 있었다. 열 시부터 시작이었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었다. 우리는 중앙으로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렇게 가면 나오는 오락 시설의 구석에는 작은 영화관이 있었다. 영화관이라 해도 의자 몇 개와 영화를 재생하는 기기 하나 정도였지만. 우주선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좋아했다. 내가 해본 적 없고 할 수 없는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겪어볼 수 있으니까.

 

우리는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영화를 하나 골랐고, 자리에 앉았다. 영화는 흔한 이야기였다. 다른 행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어떻게든 살아남아 구조되는.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정리를 한 뒤 영화관을 나섰다.

 

“중반부터 예상이 되는 결말이었어.”

“그러게. 다음부터는 더 재밌는 거 보자, 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6구역에 도착해 있었다. 6구역은 우리가 수업을 듣는 곳이었다. 시간은 조금 남아있었다. 교실의 문을 열자, 수업을 도와주는 로봇이 보였고, 아일렌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클로드! 림! 왔어?”

“응! 오랜만이네. 잘 잤어, 아일렌?”

 

아일렌은 내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날에는 말하는 것 같았다. 교실 안의 책상은 둥글게 배치되어 있었고, 우리는 가장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수업은 열 시부터 다섯 시까지, 점심을 먹는 시간을 포함해 일곱 시간이었다. 첫 번째 시간은 어떤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지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주였다. 곧 친구들이 들어왔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주제는 행성 착륙 시 인공지능과 로봇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입니다. 이번에는 의견만 나눈 뒤 수업을 종료할 예정이며….”

 

생각할 시간을 주었고, 나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독창적인 생각은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준비를 모두 했다. 그리고 림의 발표 시간이 되었다. 림은 제 생각을 완벽하게 말했고, 질문도 예상했는지 깔끔하게 답변했다.

그런 시간이 여덟 번 정도 반복된 후, 내 차례가 왔다. 시계를 보니 발표를 끝내면 이번 시간이 끝날 것 같았다. 나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내가 말을 끝내자,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점심시간이었다.

 

“클로드, 먹고 싶은 거 있어? 나한테 다시 물어보면 샌드위치라고 할 거야.”

“글쎄, 별로 생각나는 건 없는데. 림, 너는…. 아, 잠시만 기다려 봐! 내가 진짜 금방 정할게.”

“진짜? 십 초 센다?”

“잠시만…. 그냥 샌드위치 먹을까?”

 

림은 웃음을 터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식당으로 가서 샌드위치를 골랐다. 오늘은 평소와 다른 맛의 샌드위치를 골랐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식당 안에서 밥을 먹었다. 기분도 다른 것 같았다. 기다린 후, 림은 샌드위치를 한 입 먹고 말했다.

 

“역시 사람은 먹던 걸 먹어야 하나 봐, 클로드.”

“그럴 줄 알았어. 림, 너는 매번 새로운 거 먹어보고 싫어하잖아?”

 

먹던 게 제일 맛있다며, 림은 그렇게 중얼거린 후 음료수를 마셨다. 림은 밥을 빠르게 먹는 편이었기 때문에, 항상 다 먹은 뒤 나를 기다렸다. 나는 남은 조각을 한입에 먹고서 말했다.

 

“다른 맛들은 다 내가 먹어봐야겠다.”

“이상한 맛들도 많던데.”

“아니, 그런 건 빼고. 정상적인 맛들만!”

 

시계를 보니 다음 수업 시작까지 십 분 정도만 남아있었다. 지금 출발하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았다. 우리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식당을 나왔다. 6구역의 교실에 도착하니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두 번째 시간은 수학이었고, 지금까지 배운 걸로 시험을 본 결과는…. 평범했다. 못 보지도 않았지만, 잘 본 점수도 아니었다. 짧은 쉬는 시간이 지나고 세 번째 시간은 역사를 공부했다.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인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우주선을 타고 떠나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배웠다.

이번에 배운 것은 인류의 우주 탐험이었다. 어떤 방법으로 우주를 탐사했고, 어떤 이유로 실패하고 성공했는지. 달을 첫 번째로 가고, 태양계의 밖을 가서 어떻게든 지구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을 배웠다. 내가 지구에 있었다면, 저렇게 죽을 확률이 높은 일에 목숨을 걸까, 생각해 보았다가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미지의 세계에 가는 건 하고 싶었으니까.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각자의 방에 들어갔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약속한 듯이 동시에 방에서 나오곤 서로를 쳐다보고 웃었다. 밥을 먹은 뒤 3구역으로 갔다. 하늘이 붉게 물든 저녁이었다. 3구역의 천장은 시간에 따라 색이, 모양이 변했다. 우리는 의자에 앉아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했다. 매일 이야기하며 지내고 있는데도 계속 이야기할 것이 생긴다는 게 신기했다.

 

어느새 해가 모두 져서 깜깜해졌다. 하늘에는 별이 떴고, 우리의 주변에는 은은한 조명이 깔려 있었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나는 의자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구에서는 어떻게 저걸 보고…. 별자리를 만들 생각을 한 걸까? 공기가 맑아서 별이 훨씬 많이 보였던 걸까? 약간의 수분을 머금은 듯한, 차갑지 않은 바람이 불어왔다.

 

“림, 있잖아…. 행성에 착륙하게 된다면 이런 하늘을 매일 볼 수 있겠지? 그러면 우리, 서로 별자리 하나씩 만들어 주자! 그러면 우리 이름도 계속 전해지겠지.”

“그래, 네 별자리는 최고로 복잡하게 만들어 줄게. 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도록….”

 

나는 그 말까지 듣고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의식이 붕 뜨는 것 같기도, 가라앉는 것 같기도 했다. 말하자면, 잠에 취한 느낌이랄까…. 나는 잠결에 중얼거렸다. 림, 나랑 계속 같이 있자. 나는, 너랑 있는 게 제일….

 

“그래, 클로드…. 알았으니까 잘 거면 일어나서 네 방으로 가.”

“응, 잘 생각 없었는데 누우니까 되게 졸리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림도 딱히 할 게 없는지 내 방으로 함께 걸어왔다. 내가 침대에 눕자, 림은 책상에 앉아서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조용히 방을 떠났다.

 

 

분요 紛繞

 

 

일어나보니 당연하게도 아침이었다. 나는 모두가 입는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하고, 평소에 하던 일들을 그대로 반복했다. 그리고 방을 나섰다. 오늘도 클로드는 영화관에 있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잘 열리지 않는 문을 힘껏 열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귀를 찔렀고, 화면이 밝게 반짝였다. 영화를 보는 클로드가 보였다. 나는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클로드가 좋아했기 때문에…. 나는 항상 옆에서 같이 보고 있었다. 내용을 이해하던, 하지 못하던. 이미 이런 시간이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림, 언제 왔어? 말 안 해서 몰랐네.”

“방금. 되게 집중해서 보고 있길래.”

 

클로드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영화에 집중했다. 그 순간, 내가 들고 있던 패드에서 작은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클로드에게 말했고, 클로드는 영화를 멈췄다.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였고, 그건 아틱이었다.

 

“안녕하세요. 림, 클로드. 혹시, 오늘 수업이 끝난 뒤에 5구역으로 찾아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갈 수 있어! 림, 너도 괜찮지?”

“응, 딱히 일정도 없으니까. 오늘은…. 근데 아틱, 왜 오라고 하는 거야?”

“지금만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있어서요. 이걸 여러분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보신적 없으실 겁니다.”

“그러면 수업 끝나고 바로 갈게!”

“네, 그러면 잠시 뒤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아틱의 말은 끝났다. 그리고 클로드는 다시 영화를 틀었다. 나는 음료수를 하나 가져와 마셨다. 오렌지 맛이었다. 시계를 보니 다섯 시까지는 한참 남아있었다. 클로드는 영화에 집중했고, 나는 그 옆에서 생각했다. 뭘 보여주려는 걸까, 본 적 없는 거라면 평범한 게 아닐 텐데.

그 뒤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어떻게 흘러간 건지도 잘 모를 정도로. 평소대로 수업을 듣고, 생각하고, 문제를 풀어보고, 그런 과정들을 반복하면서도 아틱이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 건지에 대해 생각했다. 다양한 생각을 거쳐서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행성을 찾은 걸까, 라는….

 

“림, 듣고 있어?”

“…응. 왜?”

“아니, 아까부터 부르고 있었는데 대답이 없길래. 수업 끝났거든. 바로 갈 거야?”

“다른 생각 좀 했더니 벌써 끝났네…. 응, 가자.”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물건을 챙긴 후 일어났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았다. 클로드와 나는 천천히 5구역으로 걸어갔다. 오늘은 뭔가…. 평소와 다른 것 같았다.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루 종일, 오랫동안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클로드, 너는 아틱이 뭘 보여주려는 것 같아?”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라고 했으니까…. 글쎄, 우리가 살 수 있는 행성이라도 발견한 거 아닐까? 그런 건 우리가 본 적 없는 거잖아.”

“나도 그런 걸 생각했는데, 굳이 우리한테 먼저 말해줄 이유가 있을까 싶어서…. 아닐 것 같기도 했어. 살 수 없는 행성이라면 그냥 지나갔을 텐데.”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그런 걸 보려면 한참은 가야 하잖아. 초기화하는 동안 그렇게 멀리까지 올 수 있었을까? 저번에 본 건 완전히 새카맸잖아.”

 

이렇게 말하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5구역 앞에 서 있었다. 커다란 문은 열려 있었고, 그 틈 사이로 어두운 방과 희미한 홀로그램, 그리고 검은 창문이 보였다. 우리는 그 방으로 다시 발을 내디뎠다. 전보다 덜 어색한 것 같았다.

 

“림, 클로드. 오랜만입니다. 여러분은 자고 일어났으니 긴 시간이 아니었겠지만요.”

“응, 하루 정도 지난 느낌이니까….”

“얼마나 지난 건지 알아? 너도 모르려나.”

“네, 그런 시스템이 모두 종료된 뒤 다시 시작되니까요.”

“아쉽네…. 그런 건 좀 궁금했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검게 보이는 창문을 들여다보았다. 내 눈에는 저번과의 차이가 잘 보이지 않았다. 까맣고, 주변에 별이 몇 개 있는. 얼마 지나지는 않은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클로드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아틱! 별로 다른 건 없어 보이는데?”

“바로 보여드리면 아쉬우니까요. 지금 보여드리겠습니다.”

 

아틱의 말이 끝나자, 창문 너머에 비치는 건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암흑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별이 가득한, 흔히 생각하는 우주도 아니었고, 창문 너머로 우리를 반기고 있는 것은 거대한…. 블랙홀이었다. 까맣고 검은 우주에서도 그 무엇보다 검었고,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저 너머에도 무언가가 존재할까?

 

“이런 거리에 있으면 우주선은 괜찮아?”

“괜찮습니다. 블랙홀에서 일정 거리 떨어져 있는다면 평범한 별 정도의 중력을 받게 되니까요. 그 정도도 계산하지 못하면 우주선을 여기까지 가져오지도 못했을 거고요.”

 

아틱은 우리에게 이걸 왜 보여주려고 한 걸까, 그런 생각을 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블랙홀은 아무것도 볼 수 없기에 저렇게 까맣게 보이는 게 아닐까? 지금, 별 하나가 블랙홀의 중력을 따라 찢겨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블랙홀의 안으로,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 더 이상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영역으로. 과학은 발전했고, 우리는 다른 행성에 살기 위해 떠나왔음에도, 아직 우주는 미지의 세계였다.

나는…. 무언가를 생각했다. 어떤 익숙함은 느꼈다. 클로드가 매번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는 건 이런 감정 때문일까. 나도, 저런 걸 볼 수 있다면 여러 장소를 떠돌아다녀도 괜찮을 것 같았다. 우리는 처음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저 검은 점에 익숙함을 느끼고 있는 걸까. 하지만 어디로 가던, 나 혼자는 조금 아쉽지 않을까. 함께 이야기를 나눌 상대도 없고…. 혼자라면 외로울 것 같은데.

 

“아틱, 근데…. 이런 걸 우리에게 왜 보여주는 거야?”

“저는 당신들이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말 친했던, 여러분을 닮은…. 현재를 유지하려고 했던 사람과 모험심이 강했던 사람처럼요.”

 

아틱은, 죽은 제 친구들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람이었고, 둘은 우리를 닮았다면서. 한 명의 죽음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아틱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우리가 결정하길 바랐다. 앞으로도 앞을 향해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어디론가로 되돌아갈 것인지. 그곳은 아마도, 지구일 것이다.

 

그 말이 끝나고, 나는 내가 원하는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분명히, 변함없이, 지금의 상태가, 나의 일생이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어쩌면 클로드와 이야기하며 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나의 과거이자 현재였고, 이렇게 우주선에서 계속 지내게 된다면 그것이 나의 미래니까. 그러니까, 나는 바뀌지 않는 생활을, 일상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일어나서 클로드와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함께 먹는, 그런, 일상이….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행성에 정착하던, 우주선을 계속, 영원히 타고 다니던, 클로드와 매일 샌드위치를 먹고 이야기하며 지내는 시간이 남아있기를, 그렇게 살 수 있기를. 지금까지 나를 외롭지 않게 한 클로드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을. 결국 내 일상은 클로드와 함께였다는 것을.

 

“림, 뭐 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정신을 차리니 이미 아틱은 이 방에 있지 않았다. 클로드만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내 어깨를 살짝 흔든 클로드는 나가자고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런 클로드를 따라 걸었다.

 

“가장 나은 선택은 이미 아틱이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애초에 처음 목표를 따라가는 게 낫지 않을까, 아틱에게는.”

“그렇기는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동안 여러 가지 말해줬어, 아틱이.”

 

클로드는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행성을 찾았지만, 조건에 모두 맞는 행성은 찾기 힘들었고, 결국 계속해서 우주를 돌아다녀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그래서 친했던 그 둘에게 물어봤는데, 결과가 그렇게 끝나버린 거라고. 그리고 우리에게 준 팔찌는 남은 사람이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클로드, 나는 말이지…. 너랑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괜찮은 것 같아. 어디를 가든지, 그냥 평범하게 너랑 이야기하고 지낼 수만 있다면 뭐든. 나는, 응, 우주선을 벗어나면 이런 시간이 없어질까 그랬던 거 아닐까….”

 

말이 정리되지 않았다.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전달되었을까. 나는 그저,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생각들을 버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클로드가 앞서 걷고 있었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지, 생사를 같이 한 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기억될 만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왜 너랑 같이 있고 싶은 걸까….

 

 

표실 漂失

 

 

림이 죽었다.

우리가 블랙홀을 본 것은 한참 전의 일이었다. 나는 여전히 림과 함께 이야기하며 우주선을 돌아다녔었고, 가 보지 못한 곳을 한 손으로 셀 수 있었다. 그리고, 림이 죽었다. 나에게는 거의 조금 전까지의 일이었다. 림과 함께 초기화를 위해 수면 장치에 들어갔고, 림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방을 나갈 때까지 여전히 누워있었다. 나는 림을 흔들었고, 림은 차가웠다. 림을 몇 번이고 불렀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확실히 하지 못한 채 허공을 응시하다가, 10구역을 벗어나 빠르게 걸었다. 무언가 뜨거운 것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그걸 내버려 두었다. 아틱은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내 말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함께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다. 그래서, 5구역으로 가서, 아틱에게라도 말을 쏟아내고 싶었다. 할 말은 하나도 정리되지 않는데도.

 

“아틱.”

 

홀로그램조차 없는 5구역은 다른 때보다 어두웠다. 창밖에는 별이 가득했고, 그에 비해 이 안은 바로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이고 지나다녀서 위치를 외운 가구들…. 그 사이를 걸어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림의 장례식은 아마도, 오늘 안에 시작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중 아틱에 내게 말했다. 아, 이제는 익숙한… 감정이 실리지 않은, 단조로운 어조. 무슨 말을 들어도 설득될 것 같은.

 

“… 클로드.”

“아틱, 림이… 림이, 죽었어. 당연히 너도 이미 알고 있겠지, 그런데, 너에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림이 죽은 이유는 저도 찾는 중입니다. 아마도, 제 전원이 꺼졌던 동안 발생한 일인 것 같아 어렵지만…. 시스템 오작동으로 보입니다.”

“나는 말이지…. 림이 나랑 같이 있고 싶다고 했을 때 대답도 못 해 줬는데, 림이 죽고 난 뒤에야 말하고 싶어졌어. 어쩌지. 같이 있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아틱, 이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난 적 없었잖아. 왜 하필 림인 걸까.”

 

아틱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아틱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알고는 있었다. 이것은 평범하게 운이 나빴을 뿐이고, 아틱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나에게는 탓할 사람이 없었고, 이런 감정을, 말을 나눌 사람도 없었다. 다른 친구들에게 말하기에는 나와 림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전부 설명할 수 없었다.

 

“그건 제가 잘 알아낼 테니, 지금은 그냥 쉬는 게 어떤가요, 클로드. 많이 지쳐 보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방으로 돌아갔다. 아틱에게 하는 말은 단순한 화풀이였다. 알고 있었고, 이건 그만해야 했다. 내 방은 평범했다. 림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가구들이 방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허공을 바라봤다. 책상 위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지금까지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물건. 반지였다. 별의 반짝임을 각인한 것 같은 반지. 림이 그때 두고 갔던 물건이겠지…. 나는 그걸 왼손 검지에 끼웠다. 나는 그걸 바라보다가, 잠시 울다가… 눈이 아파서 더 견딜 수 없을 즈음 방을 나섰다.

 

내 앞에 보이는 것은 분명, 림의 장례식이었다. 분명 너와 함께 봤던 것 같은데. 저기에 있는 게 다른 사람이 아닌… 림, 너구나. 아, 림… 너는,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게 되어버렸네.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조금 고통스러웠다. 나는 계속 림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 모두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림, 있지…. 난 당연히 네가 나와 함께할 줄 알았어. 네가 그랬을 것처럼, 내가 그렸던 미래에도 네가 있었는걸. 그래, 익숙한 사람은 찾을 수 있고, 계속 지내다 보면 너처럼, 아니면 너보다 친해질지도 몰라. 근데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 어쩌면 나도 너와 비슷할 수도 있어. 너라는 일상이 없어지지 않기를 바랐던 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그걸 씹어서 삼킨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로. 이제는 들어줄 사람도 없으니까. 네가 그 말을 했을 때, 나도 대답을 해 줄 걸 그랬어. 어색한 표정이나 짓지 말고.

 

림이 죽은 뒤에도 시간은 흘러갔다. 나는 그 흐름을 거의 따라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흘러가는 것을 증명하듯, 주변의 사람들은 점점 시끄러워졌다. 우주선의 어딜 가던 림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주선에 사람은 많았고, 그렇기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도 이야기했다. 더 이상 인공지능을 믿을 수 없다면서. 우리를 재울 때부터 알아봐야 했다면서…. 뭘 알면서 그렇게 말하는 걸까. 계속 같이 다녔던 나조차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데. 아틱에 대해 인공지능인 것만 알 것 같은 사람들이.

사람들은 아틱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곳은 우주선이었다. 이 우주선은 아틱이 전부를 관리했다. 그렇기에 어디도 갈 수 없었다. 우리는 이 안에서 평생을 살아야 했다. 사람들은 몇 번이고 이야기한 뒤,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아틱을 없애고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자고.

 

아틱은 인공지능이었지만 친구를 가졌고, 추억했다. 많은 것을 알았기에 감정을 알았다. 그 감정으로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나누고,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한 것을 배웠다. 그들이 떠나간 뒤에는 물건으로, 메모리에 남은 영상과 정보로 추억했다. 이제 아틱은 림도 그렇게 추억하겠지. 그런 아틱은 우리에게 어디를 향할지 선택해달라고 했고, 이제 남은 사람은 나뿐이었다.

 

림, 나는 네가 이걸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래도 나와 함께 갈 수 있다면, 네 일상은 지켜질 테니까…. 나는 너를 데리고 함께 지구로 가야겠어. 있지, 사실 영원히 우주를 떠돌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해. 그래도, 나는 내가 가 보지 못한 곳을 가야겠어. 네가 없어도…. 나는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아틱의 이야기에서처럼 죽을 수는 없으니까.

내가 원래 가졌던 목표를 계속 따라가는 거야.

 

아틱을 찾아갔다. 사람들은 몰려다녔다. 그런다고 아틱을 없앨 수는 없었다. 당연하게도, 우주선 자체가 아틱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우리는 생각할 수도 없는 시간 동안 우주선과 함께해 온 아틱이니까. 아틱은 예상한 듯이 5구역으로 들어오는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이럴 것도 알고 있었던 걸까.

내 결정은 결국 림과 함께 내린 결정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틱, 지구로 가자. 우리.”

 

결말은 저번과 달라서 다행이야. 내 말에 아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틱을 지나쳐 창문을 바라보았다. 저 너머 어딘가에는 우리가 가게 될 지구가 있을 것이다. 림이 준 반지에서 이유 모를 따스함이 느껴졌다. 나는 주먹을 꾹 쥐고, 이젠 볼 수 없는 림을 떠올렸다.

 

우리는 지구를 떠나왔다. 아니,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조상이 떠나왔을 것이다. 지구를 떠나온 우리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기에, 우리는 다시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고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가게 될 목적지. 그러나 결국 인류는 감당할 수 없는 환경에서 도망쳤고, 괜찮아지자 다시 지구로 돌아온 것이 맞다. 셀 수 없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이제 지구는 인류가 다시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었을 것이다.

우주선이 향한 방향은 뒤집히고 꼬여서, 떠나온 곳이 되었다. 그러나 미래를 향한 방향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미래를 위해 살아가게 되겠지. 지금, 지구의 모든 문명이 사라졌다면, 우리는 가졌던 문명을 재건할지도 모른다. 다시 떠나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구를 떠나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돌아간다.

우리가 떠나왔던 곳으로, 우리는 죽은 후에도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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