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RN] 合口
"왜 그렇게 생각하지? 한참 부족할 것 같다만."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어렴풋이 잠에서 깼다. 자고 있는 사람에게 실례가 될까 걱정스러움에 조심조심 딛는 걸음 위로 어울리지 않는 듬직한 체형이 느껴져서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깼나 보군.”
숨소리로만 웃었는데 얼마나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으면 깼다는 걸 바로 알아차리는 걸까. 결국은 크게 소리 내어 웃으면서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손짓했다.
“응. 그러니까 이리 와봐요.”
티엔은 짧게 한숨을 폭 내쉬며 다가와서는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참 요령도 없지. 사람이 이렇게 팔을 쭉 뻗고 있으면 한 번 안겨줄 만도 하지 않나? 아직 다 떠지지 않은 눈으로 시야를 트고 흐릿하게 보이는 옷깃을 꽉 잡아당겼다. 자. 이렇게 하면 기우뚱― 몸이 기울어지고, 그만큼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거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데. 눈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내가 코어 힘으로 버티면 어쩌자는 건지.
“리나. 사람의 멱살을 함부로 잡는 건 무례한 행동이다.”
“아. 거기 멱살이에요?”
“허. 잠이 깨서 화난 거라면 실수는 인정할 테니,”
“뭐래. 사람이 어쩜 이렇게 무드가 없담.”
무드? 자기 입으로 되물어놓고는 침묵을 유지하는 남자에게서 손을 뗐다. 됐다, 이 목석같은 사내야. 에휴. 들으라고 한숨을 쉬고 다시 두 눈을 감았다. 잠이나 더 자자. 뽀뽀 한 번 하기 더럽게 어렵네. 불만이 그득했으나 감은 눈 위로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졸음이 아른아른 내려앉았다. 그래. 내게 가장 달콤한 건 역시 잠이지. 잠. 그렇게 의식이 천천히 저 아래로 내려가고 있을 때였나. 거칠거칠한 게 두 뺨을 가볍게 쓰다듬다가 올라와서 앞머리를 슥 쓸어 올렸다. 익숙한 간지러움. 티엔 손이구나. 요령 없이 남의 머리를 한참 쓰다듬던 사내는 조심스럽게 단단한 무게를 겹쳐왔다.
“……아직 수련까지 시간이 남았는데.”
머쓱한 목소리. 이후 이마 위로 내려앉은 따뜻하고 말캉한 것. 잠시 머무르다가 소리도 없이 멀어지는 그것에게 입술을 뾰족 내밀어 보채면, 낯간지러운 소리를 내며 주순朱脣이 맞닿았다.
“몇 신데요?”
“막 다섯 시가 된 참이다.”
“충분하네요.”
웃으며 한 대답에 입가로 뜨거운 숨이 훅 끼쳤다. 아하. 웃고 있구나,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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