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역함

1,846자/소설작곡(NCP) 만남 날조

소설작곡 by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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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하나의 연극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배역에 맞춰 연극하고, 막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내려간다. 프레드릭 클레이버그는 그 자리에서 쫓겨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니, 어쩌면 거기가 그의 자리가 맞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천재 사이 범재로 태어난 자의 최후였다.

지금은 존재했는지도 모를 아득한 옛날은 언제나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그의 마음 속을 후벼팠다. 천재로 촉망받던 시기는 이제 지나갔다. 그에게 남은 것은 외모뿐이었다. 원치도 않은 외모. 하지만 그 빌어먹을 외모 덕에 그나마 귀족으로서 존재할 수 있으니, 외모란 그에게는 증오와 안도를 동시에 안겨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클레이버그 씨?”

프레드릭은 문득 정신이 들었다. 깊은 수령에서 벗어난 기분이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려는 생각을 멈춘 채 고개를 드니, 눈 앞에는 새햐얀 옷을 차려 입은 사내가 있었다. 오르페우스. 부와 명예를 움켜쥔 재능 있는 소설가. 그리고, 같은 ‘게임’에 초대받은 사람. 이렇게 만나보는 건 처음이다. 그는 어쩐지 입꼬리만을 끌어올린 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뇨, 이렇게 만나뵙게 되는 것은 처음이라. 그 유명하신 클레이버그 가의 작곡가 님이잖습니까?”

“…….”

누가 봐도 명백히 비꼬는 어조. 클레이버그 가의 작곡가는 프레데릭 혼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꼬집어 말하는 것은, 그의 신세를 비아냥거리는 것이 분명했다. 이런 말을 들을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말을 들을 사람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일 뿐. 프레데릭의 얼굴에 미세하게 금이 갔다. 자신과는 극명하게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 자신이 거머쥐지 못한 것을 전부 거머쥔 사람. 질투를 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 머리가 띵한 기분을 느끼며, 프레드릭은 머릿속을 메우는 말을 먼저 내뱉었다.

“클레이버그 가의 작곡가는 저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압니다. 가문에서 파문당하셨지요?”

프레데릭은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내뱉을 뻔 했다. 그것까지 알면서 왜 자신에게 빈정거리는 거냐고. 하지만 그는 여기서 명백한 약자였다.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그에게 맞추는 능력, 그것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귀족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에 들려오는 말에는 결국 표정이 깨져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빌붙어 귀족 생활을 영위했고.”

“…….”

하고 싶은 말들은 전부 목 안에 박혀 올라오지 못했다. 자신의 치부를 전부 드러낸 기분이었다. 그저 숨기지 못한 표정만을 얼굴에 띄운 채, 프레드릭은 오르페우스를 응시했다. 오르페우스는 여전히 입꼬리만을 올리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미세한 비웃음과 경멸이 서려 있었다. 역한 것을 보는 것 같은 눈빛. 오르페우스가 실제 이름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위기와 옷차림을 봤을 때, 그가 귀족일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귀족이라고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혐오하는 것이리라. 낯이 뜨거워졌다. 지금까지 삼켜 온 수치심과 자괴감을 한 번에 뱉어내듯 열이 훅 올라왔다. 오르페우스는 그것을 보고 진득하게 웃었다.

“당신에 대한 것은 더 알고 있지만, 이쯤 하도록 할까요? 당신도 치욕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으니.”

이제 그의 얼굴에는 비웃음밖에 남지 않았다. 예의랍시고 띄우고 있던 웃음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오르페우스는 천천히 복도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레드릭은 혼자 남게 되었다. 몸이 흔들렸다. 지팡이에 힘이 가해졌다. 남의 앞에서 발가벗겨진 기분을 느끼는 게 얼마만이었더라. 그는 재능이 있었다. 나는 없었고. 고작 그 차이인가? 고작 그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된 건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이 과거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역겨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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