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루] 첫키스
썰백업
서태웅 어느날 처럼 반쯤 졸면서 자전거 타고 오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고양이 피하려다가 한 바퀴 굴렀음. 크게 다치진 않았는데 본능적으로 무릎이랑 팔 보호하려고 얼굴로 들이받아서 입술 다 터짐. 뺨엔 생채기달고 입술엔 피가 흐르는데 그냥 슥슥 손수건으로 닦고 마저 등교하는 서태웅. 도착해서 보건실 가서 얼굴에 밴드 붙이고 반으로 돌아가는데 강백호랑 마주침. 누구랑 쌈박질 했냐고 얼굴 왜그러냐고 묻는데 대답하기 귀찮은 서태웅. 알 거 없다며 걍 지나감. 강백호도 누가 궁금하댔냐며 왁왁 소리지르고 가버림.
방과후 농구부 체육관에 도착하니 아니나다를까 다들 태웅이 얼굴 왜 이러냐고 걱정함. 서태웅 괜찮다고 연습할 수 있다고 우겨서 일단 진행하는데 땀 때문에 자꾸 상처가 쓰라림;; 안되겠다며 보건실 가라고 선배들이 혼내니까 그제서야 웃스.. 하면서 보건실 다시 가는 서태웅. 강백호는 진짜 어디서 싸우고 온 건가 싶어서 서태웅 뒤따라나감. 만약 서태웅한테 원한있는 녀석이 또 농구부 쳐들어오면 진짜 큰일이니까. 그런거면 자기 선에서 해결 해야겠다고 생각한 백호. 당연히 보건쌤은 퇴근했고 운동부 애들 때문에 간단한 상비약만 보건실에 나와 있었음. 서태웅 손으로 헌밴드 턱턱 뜯고 걍 새 밴드 붙이려고 하는데 따라온 백호가 그거 말림.
"넌 소독도 모르냐?"
"시끄러워 밴드 붙이면 돼"
양아치 출신 강백호 상처 치료하는건 꽤 잘하고 평소에 호열이가 해주는거 많이 봐서 서태웅 손놀림이 마음에 안듬.
"야, 여우. 앉아봐라. 이 천재님이 치료라는게 뭔지 알려주지."
서태웅 표정 완전 썩었는데 어쨌든 땀 흘리면 아프니까 강백호 앞에 의자놓고 앉음.
소독액에 담긴 거즈 핀셋으로 잡는데 커다란 손으로 작은 핀셋 잡고 하려니 잘 안됨. 몇 번 헛손질하다가 경우 작은 솜조각 하나 들어서 서태웅 얼굴에 가져가는데 얘가 뻔뻔하게 눈뜨고 빤히 보고있음.
"그 누, 눈 좀 감지?"
"하, 빨리하기나 해"
그래도 순순히 눈 감아주는 서태웅. 강백호 핀셋으로 콧잔등, 뺨, 입술 톡톡 치는데 따끔거리는지 서태웅은 자꾸 찡긋거림.
호열이가 어떻게 해줬더라... 되새기면서 면봉에 연고 짜서는 또 조심조심 톡톡 발라줌.
손은 솥뚜껑만해서는. 생각보다 섬세한 손놀림에 태웅이 슬적 눈을 뜸. 제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완전 집중해있는 강백호와 눈이 마주침.
"눗..!"
"아!"
백호 갑자기 마주친 눈에 너무 놀라서 면봉으로 입술 터진부분 꾹 눌러버림.. 서태웅 날카로운 고통에 인상 팍 찡그리는데 다시 입술에 피가 맺힘.
"눈을 왜 뜨는데!"
"멍청이!"
티슈 북북 뽑아서 입술에 갖다대는데 태웅이 아픈지 약간 입을 벌린채로 한쪽 눈을 찡그림. 코 앞에 있는 하얀얼굴이 새삼스럽게 잘생겨보이는 백호. 하얀 휴지는 태웅의 입가에서 나온 피로 붉게 물들어가고 태웅은 백호를 한 번 쏘아보더니 다시 눈을 감음.
약간 벌어진 입술, 곱게 감은 눈, 핏자국에 붉어진 색. 쿵쾅쿵쾅 갑자기 뛰는 심장에 강백호
면봉을 쥔 손이 약간 떨림.
다시 입술의 주름사이로 맺히는 핏방울이 보임. 강백호 저도 모르게 고개를 기울여 입술을 맞대고 혀끝으로 그 핏방울을 핥음.
"....!!!!"
"아.."
순간 시간이 멈춘것 같았음. 둘 다 놀라서 눈만 크게 뜨고는 숨도 못쉼. 태웅의 어깨를 쥔 백호가 다시 입술을 삼킴. 비릿한 피 비린내가 코 끝을 찌름. 첫 키스는 레몬맛이라던데. 언젠가 여자애들이 지나가며 하는 말이 생각났음. 꾹 맞대고만 있던 입술 사이로 본능적으로 혀를 집어넣음. 축축한 살덩이가 느껴지고 어색한 움직임이 이어짐. 태웅의 어깨를 쥔 백호의 손이 달달떨렸음. 태웅도 제 운동복 자락을 꾹 쥐었음.
입술이 떨어지고 덜컹, 백호가 알어나는 힘에 의자가 뒤로 넘어갔음. 곧이어 보건실 문이 열리고 강백호가 엄청낭 속도로 복도를 가로질러 도망감.
넘어진 의자, 부서지듯 열린 문, 빼았긴 첫키스. 서태웅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 터덜터덜 그 자리를 벗어남. 그날 밤 백호는 배게를 터트릴듯 때렸고
입술 밖에 안보임.
'사과해야하는데..'
점점 얼굴은 달아오르고 결국 태웅을 깨우지고 못하고 자리를 뜸. 제 반으로 돌아가는데 또 주체할 수 없이 뛰어대는 가슴께를 퍽퍽 주먹으로 침.
결국 연습내내 마려운 강아지마냥 끙끙대던 백호. 경기 끝나고 귀가하려는 태웅을 붙잡음.
"어제..는..그..미,미"
태웅이 예의 그 차가운 눈으로 백호를 바라봄.
"미, 미, 미, 미..."
"미 뭐."
"아니 그게 그..."
".. 어제일은 그냥 잊어라. 나도 잊었어."
뱍호의 말을 기다리던 태웅이 차갑게 말하고 돌아섬.
"뭐? 야! 서태웅!"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멀어지는 태웅의 뒷모습을 보며 백호가 망연자실한듯 주저앉음.
왜 슬프지? 없던 일로 하면 좋은거 아닌가?
"첫키스... 였는데..."
서태웅에겐 잊고 싶은 기억이었구나 싶어서 우울해지려는 백호. 고개 몇 번 붕붕 젓고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데 잊으라고 말하던 목소리가 자꾸 맴돌아.
"그래 무효야! 내 첫키스 상대가 여우가 될 순 없잖아!"
외쳐보지만 기분이 나아질리없음.
그 시각 서태웅. 페달을 돌리던 발이 점점 느려지더니 곧 자전거가 멈춰섬. 뻣뻣하게 움직이던 혀와 떨리던 손.
".. 생각하지마. 상대는 멍청이라고."
다시 페달을 밟고서는 집까지 쉬지않고 달려감. 두근대는 심장이 자전거 때문이라고 믿으면서.
후회수 서태웅 보고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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