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루] 친구끼린 이런 거 안 해
썰백업
ㅈㄴ 뻔한 클리셰로 친구끼린 이런거 안해! 하는 하나루...
고2 인터하이 이후 나란히 부주장과 주장을 맡은 백탱. 태섭이들의 걱정이 너무 심해서 나름 농구부 살림살이를 꾸려보겠다며 연습 후에 백호 집에서 회의를 하기로 함.
중학교때 주장이었던 태웅이 먼저 소연이가 정리해준 신입생들 프로필이랑 연습 기록지를 살펴봄. 백호는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음. 그냥 잘뛰네, 빠르네, 정확하네 같은 추상적인 느낌만 있지 각 개인의 능력치 파악이 안됨. 태웅이 한숨 쉬면서 얘는 어떻고 쟤는 어떻고 설명해줌. 그렇게 같이 훈련루틴 짜고 뭐 하다보니 시간이 늦어짐. 지하철 없음. 서태웅 자전거 타고 가겠다 하는데 집이 반대방향이라 멀어. 강백호 그냥 밥먹고 자고 가라고 라면이나 끓임. 밥먹고 씻고 이불 위에 나란히 누움. 합숙 할 때는 여럿이서 시끌벅적 했는데 둘만 있으니 어색해. 백호가 정적을 깨려 쫑알거리면 졸음이 섞인 태웅이 나른하게 대답함. 천장을 바라보던 몸이 점점 상대를 향하고, 결국 마주 보고 도란도란 얘기하는 형국이 됨. 창밖으로 달빛이 스며들었음. 태웅의 얼굴을 비춤. 하얀 달빛에 비친 말간 얼굴. 저와 같은 냄새가 나는 몸과 머리카락. 백호는 빠듯해지는 아래에 입안이 메말라 옴. 그때 태웅이 훅- 가깝게 붙어옴. 졸려서 나른했던 눈이 어째서인지 또렷해져있음.
"야, 멍청이."
"어, 어엉...."
바보같은 목소리였지만 백호는 지금 그런 것 따위 생각나지 않음. 긴 속눈썹, 뽀얀 피부, 촉촉한 입술. 와 진짜 여우다 여우. 이건 뭐 그냥 여우도 아니고 꼬리 아홉개 달린 구미호 같음. 백호는 가까워진 태웅의 뺨을 감쌌음. 여름의 후덥지근한 공기를 머금은 뺨은 따끈했음. 태웅은 약간 놀란듯 눈을 흘깃 백호의 손으로 보냈지만 쳐내지는 않음. 그리고는 말을 이었음.
"올해 목표는 전국제패다."
"당연하지 여우."
"....."
"근데, 그.....뽀뽀...한 번만 해봐도 되냐?"
뭐? 태웅이 되문디고 전에 쪽 소리가 나며 입술이 떨어졌다 붙였음. 백호는 두 눈을 꽉 감고 있었음. 그에 반해 태웅은 눈을 깜빡이며 제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려 하는 듯 했음.
결국 유치원생이나 할 뽀뽀를 뒤로하고 아침이 밝았음. 그 이후 두 사람에겐 기묘한 루틴이 생김. 연습이 끝남 -> 백호집으로 감 -> 한참 입술을 맞댐 그 이상을 하지도 않아. 그저 입술만 맞대고 있음. 한 번은 본능적으로 입술을 벌린 백호가 혀를 내밀었는데 태웅이 파드득 놀라 떨어진 뒤로 그런 일은 없었음.
이 기묘한 분위기를 제일 먼저 알아챈건 소연이었음. 여전히 태웅이의 팬인 소연은 농구를 했던 경험을 살려 매니저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었음. 그러니 백호도 태웅이도 소연이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많았음. 그렇게 성덕이 된 채소연에게 두 사람의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을 리 없었음.
"그 백호야, 혹시... 태웅이랑 싸웠니?"
싸운건 아닌것 같은데 둘이 뭔가 어색해 보여서... 소연이 조심스럽게 물었음. 백호가 고개를 붕붕 저었음. 절대 아니라고 소연씨가 걱정할 일 따위 없다고 말하는데... 소연이 태웅을 좋아하는 걸 뻔히 아는데 이게 맞나 싶은 백호. 결국 그날 저녁 어김없이 백호집에 온 태웅에게 나름 진지한 얼굴로 말함.
"그 뽀뽀 하는 거, 이제...그만 해야 하지 않겠냐?"
제 집 마냥 선풍기를 틀고 그 앞에 앉아있던 태웅이 고개를 돌렸음. 백호는 바람에 날린 앞머리에 드러난 이마가 예쁘다고 생각했음.
"갑자기 왜?"
태웅이 덤덤하게 물었음.
"아, 아니. 그..."
백호가 어물댔음. 둘 다 말재주가 없으니 백호는 그냥 솔직하게 나가기로 했음.
"우린 친구잖냐! 친구끼린 이런거 안해!"
"멍청이, 우리가 친구였냐?"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내 친구는 호열이랑, 구식이랑, 대남이랑.....
그러게 얘랑 나랑은 뭐지? 백호는 눈을 꿈뻑거림.
"멍청이"
태웅이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백호에게 다가왔음.
"우린 친구가 아니라 동료다. 멍청아."
".....응. 그러네."
"친구가 아니면 해도 되는 거냐?"
"......그런가?"
백호가 태웅의 허리에 팔을 둘렀음. 콧대가 부딪치고 고개를 옆으로 틀어 입술을 포갰음. 머릿속이 엉망이었음. 분명 이런건 사귀는 사이에 하는 건데. 알고 있는데. 여우 녀석의 입술이 너무 달큰해서 백호는 천천히 혀를 내어 입술을 핥았음.
"으응-...."
그러자 태웅이 친히 입술을 열어 툭툭 그 혀를 건드림. 백호가 힘을 주어 태웅의 혀를 빨아당겼음. 둘 다 처음이라 이가 계속 부딪치고 숨이 차는데도 떨어질줄 몰랐음. 입고있던 셔츠가 땀에 젖을때까지 물고 빨던 둘은 헉헉 거리면서 입술을 뗌.
퉁퉁 부운 입술로 태웅이 백호를 노려봄.
"나는 멍청이랑 친구안해."
"나도 마찬가지거든. 여우랑 무슨 친구를 해."
그렇게 서로 친구 안하다던 백탱 졸업식에서 고백해서 사귀어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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