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노치카]이치카의 다이어리

아우터 사이언스 Ⅰ

드림소설 '이치카의 다이어리' 백업

그때 나는 왜 살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그래... 그런 생각을 하며 후회한 날들도 있었다. 날 밀어버린 그 사람을 원망하고 또 원망하며 능력을 제어하던 날들도 있었다. 공중에서 몸이 추락할 때, 눈물을 흩뿌리다 커다란 입에 삼켜진 날도 있었다. 하나 같이 괴롭고, 슬프고, 좋지 않은 기억들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 모든 기억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고마워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날들 덕분에 너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니까.

단장이라서 폼을 잡지만 사실은 겁도 많고 섬세한 키도.

싹싹하고 건장해서 곁에만 있어도 든든한 세토.

항상 웃고 다니며 장난만 치는 걸로 보여도 여차할 때는 의지 되는 카노.

조금 덜렁이에다 서툴긴 해도 참 착하고 순수한 마리.

밝고 활발해서 언제나 「이치카쨩!」이라며 웃으며 날 불러주는 모모.

신타로씨 괴롭히기가 취미인 늘 텐션 높은 전자 소녀 에네.

가끔, 아니 자주 불쌍하다 느낄 때도 있지만 머리도 좋으시고, 연상이라 좀 의지가 되는 신타로씨.

어리고 모모랑 자주 다투긴 해도 어른스러운 히비야.

마이페이스에 어린 아이 같긴 하지만, 힘도 세고 체력도 강한 코노하씨.

소중하고 소중한 메카쿠시단.

나와 같은 이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곳.

나는 너희를 정말... 참 많이 좋아했어.

그런데 이건 뭘까.

탕─!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날카로운 총탄 소리에 흩뿌려지는 빨강, 빨강, 빨강. 힘없이 풀썩 쓰러지는 인영들.

이건 너희가 아냐. 이 붉은 핏덩어리는 나와 함께 웃고 떠들던 너희들이 아니야. 너희들이 아니라고.

"크큭... 이 녀석들이 사랑스럽다면 괴물의 힘을 써라, 작은 여왕."

그리고 당신은 또 누구야. 코노하씨랑 많이 닮긴 했지만, 당신은 코노하씨가 아니야. 코노하씨는 하얀 백발에다가 멍해 보이는 분홍색 눈을 가진 마이페이스에 어린 아이 같은 사람이야. 당신처럼 흑발에 소름 끼치는 노란 눈을 한 채 총을 막 쏴대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러니 당신은 코노하가 아니야! 아니라고!

"당신... 누구야..."

"음? 아아. 너는 「꿰뚫어 보는」 아이로군."

"누구냐고 묻잖아! 누군데 이러는 거냐고!!!"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악에 받쳐 소리 지른다. 그에 저 사람은 재미있다는 듯 비웃을

뿐이다. 분노에 눈 안쪽이 뜨겁게 타올라오며 두 눈이 붉게 물들여진다. 그대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니, 마치 피를 쏟아내는 느낌이다. 뒤쪽에선 마리의 절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으아아아!!!"

"흐음. 아직도 힘을 쓰지 않는 겁니까, 여왕. 이번에는 꽤 오래가는군요. 아니면... 아직 네가 살아있어서 그런 건가?"

노란 눈이 형형하게 빛나며 나에게 꽂히더니 이내 날카로운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내 왼팔에는 백화점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묵직하고 거대한 고통이 박혔다. 붉은 피가 뿜어 나왔고, 다리는 힘이 풀려 붉은 웅덩이를 향해 추락해버렸다. 좋아하고 좋아하던 너희들의 선혈이 내 몸과 옷을 적신다. 극심한 고통에 목이 눌려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프다.

무섭다.

그 두 생각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내 입을 통해 나온 소리는 그 두 생각과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 어째서...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아직도 그 소리인가. 질기군."

"당신... 역시 코노하씨가... 아닌 거지?"

"당연히 아니다. 뭐, 몸은 그 녀석의 것이지만. 자, 그럼... 질문은 그게 전부인가?"

철컥. 차가운 금속의 장전 소리가 내 귀에 꽂힌다. 이것은 필시 내 마지막을 알리는 소리. 이제 내 차례다. 이걸로 나는 또 죽는 거겠지. 나도 저 애들처럼 죽고 마는 거겠지. 저번에는 능력과 함께 다시 살아난다는 기적이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불가능한 거겠지.

"...잠깐만."

이번?

절망감에 감겨가던 두 눈이 스쳐 가는 생각에 부릅떠졌다.

"뭐지?"

"아까 「이번에는 꽤 오래가는군요.」의 의미는 뭐지?"

"...호오."

흥미롭다는 듯 올라가는 그의 입꼬리처럼 내 눈동자 또한 그를 보기 위해 위로 올라갔다. 내가 마주한 것은 그의 노란 눈이 아닌 냉혹한 총구였지만 내 눈은 다시, 미약하게나마 붉고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눈치챈 건가?"

"...부디 내 눈치가 틀렸으면 좋겠지만."

"그럼 어디 그 눈치를 들어보도록 할까. 시간은 많으니까 말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거」지만."

"뭐?"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두 눈이 크게 떠지며 일순 숨이 멈추었다. 그는 그런 내 반응이 재밌는지 쿡쿡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더니 연극배우처럼 과장되게 팔을 움직였다. 한편, 나는 지금까지의 퍼즐 조각을 맞추려 뇌를 돌렸다.

이번에는 꽤 오래가는군요.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거지만.

이 녀석들이 사랑스럽다면 「괴물의 힘」을 써라, 작은 여왕.

"설마!"

"자, 말해봐라, 「눈을 꿰뚫어 보는 아이」! 그게 과연 정답일지 아닐지!"

총구 대신 마주하게 된 그의 노란 두 눈은 내 「설마」가 맞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