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되면 언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나는 앤캐를 만들기 위해 커뮤를 뛴다. 다만 앤캐를 만들고서 총괄 계정이 ‘편파를 이유로 다음 두 캐릭터를 제명합니다’라는 트윗을 올리는 상황은 맞고 싶지 않아서, 멘션을 열심히 민다. 내가 누구를 사랑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랑 성사가 되건 같커한 러너들에게 ‘님들은 사귈만했죠’ ‘고루고루 서사 쌓는데 어떻게 연애도 하신 거예요;’ 등의 완벽한 무편파 판정을 받는 것이 목적이다. 누구랑 결혼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혼식장에 같커한 캐릭터 오너들한테 블락 맞아서 후타리다케노 결혼식을 하면 너무 슬프지 않겠는가.
[비기: 성사를 대비해 모두와 대화를 열심히 하기]를 사용한 결과, 10년 넘게 커뮤를 뛰면서 자컾을 2개 만들었다. 하나는 16년도 성사고 22년 성사다. 솔직히 효율 나쁜 비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정말로 내가 논씨피 성향이 강하던가…) 더 좋은 비기가 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10년 내리 커뮤를 뛰면서 늘 듣거나 말한 것이 ‘성사되어도 변치 않는 관계’에 대한 갈망이다. A랑 사귄다고 해서 B와의 유사부녀관계, C와의 절친 관계, D와의 너자식생기면내가키워줄게 관계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독점적인 유일관을 바라면서 사라지지 않는 관계도 바라는 것이다. 자컾이 1개뿐이었던 시절이 길고, 이 앤오님은 커뮤를 자주 뛰지 않아서 나는 내가 이걸 잘 하는 줄 알았다. 두 번째 자컾은 커뮤가 조기엔딩을 맞이한 터라 잘 몰랐다. 뛰었던 커뮤에서 앤관이 생기는 걸 보면서 알았다.
신혼 커뮤러는 [비기: 만물앤캐썰]을 푼다. 어쩔 수 없다. 사랑하면 걔만 보인다. 앤오가 아닌 나랑 썰을 풀면서도 앤캐 얘기를 한다는 뜻이다. 무례하다고 말하기엔 내가 안 그랬다는 확신이 없다. 결국 자연스럽게 언급이 줄어든다. 왜? 아니, 제 캐가 아닌데 제가 어떻게 썰을 풀어요…
성사되어도 언급이 줄어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논씨피 성향이 강하지만 씨피질을 좋아하는 커뮤러이기 때문이다. 단지, ‘성사되어도 타 관계캐 언급이 줄어들지 않는’ 건 지향점에 불과하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자신의 지향점, 이상을 자신의 태도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목표와 현실은 다르다. 모든 비극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말했듯 신혼 커뮤러는 모든 썰이 앤캐로 회귀한다. 각종 AU를 말아먹으며 커뮤 세계관과 거리가 멀어지고 행복한 데이트를 위해 디엠으로, 카톡으로, 디코로, 기타 여러 플랫폼으로 사라져서 나오지 않으며 커뮤 캐릭터들과도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진다. 어떤 썰을 풀려고 하면 ‘아 그건 앤오님하고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썰이 거기서 끊긴다. 진짜 거리가 멀어지고 만다. 그런 캐릭터가 많아지면, 혹은 활동량 많은 애들끼리 사귀면 애프터가 흐지부지될 확률이 높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사랑하면 원래 그렇다. 나도 성사됐을 때 그랬을 거다. (대처법: 같커 안한 트친의 자컾처럼 대한다./단점: 근데 저는 걔네랑 같커했는데요?) 고치는 건 불가능하다. 사랑해서 걔만 눈에 보이는데 어쩌겠나. 나도 앤캐만 눈에 보일 때가 많다.
단지 필요한 건, 바로 위에서 말했듯, 목표와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상이 자신의 태도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성사되어도 모든 캐릭터와 원활하게 지내는 건 이상일 뿐이다. (드물게 정말 그런 커뮤가 몇 있긴 하다. 근데 많은 건 아니다. 거기서도 나는 언급을 줄일 때가 몇 번 있었다.)
말하고자 하는 건 직전 글과 같다. 교류나 잘 하자. 그게 같커 러너들이건, 같커 러너 중 앤오 한 명이건… 상처 주지 말고 적당히 예의 지켜가면서.
별개의 이야기.
나는 그렇게까지 단호하게 생각하진 않지만, 커뮤 캐릭터 간의 성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탐라에도 있고 내 탐라 밖에도 있다. 몇 년 전엔가 ‘성사 금지 커뮤’가 열렸던 게 기억난다. 만약 성사되면 제명한다는 공지도 있었다. (탐라에서 열린 커뮤가 아니다.) 당시 인용 대부분이 ‘저기에서 사귀면 어케됨?’ ‘ 화끈하다’ 등의 반응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총괄은 홧병 좀 났지 않을까? 아니 논씨피만 먹는 사람만 오라니까? 취향 존중해 **… 하면서. 논씨피도 취향이다. HL, GL, BL만 먹는 사람의 취향을 존중하듯 NCP를 지향하는 사람도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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