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필리버스터

우리는 장발 미인을 바르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ID by 아이리디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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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 미인을 좋아한지 10년이 넘어간다. 정령왕 엘퀴네스를 파면서부터 엘뤼엔 크리노 루사테의 장발이 개짱쩐다고 생각했으니까… 바닥까지 끌리는 장발이 아름답다는 생각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장발 미인과 장발남, 장발 미남을 좋아하며 살았다. 리오 스나이퍼도 내 기억이 맞으면 아마 장발이었던듯. 바이칼은 정말 아름다운 용이었다. 칸다 유우의 장발도 끝내줬다. 리나리 리의 장발이 불타 사라질 때 내가 사실 장발남만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요즘 트위터 장발파는 장발 청순 미인을 주력으로 파는 것 같은데(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가 고개를 숙이면 차르르 흩어지고 어쩌고… 하는 걸 보면 미인 묘사가 맞다) 거기에 동의하지만, 딱히 내 최애 장발픽이 장발 청순 미인은 아니다. 장발캐를 그렇게만 정의하면 안 된다. 장발엔 종류가 많다.

장발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장발 떡대 미남공한테 장발 미인공 태그를 붙이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한다. 상업작이라 어쩔 수 없다곤 생각한다. 태그를 그렇게 세세하게 할 만큼 장발 미인파가 다수인 건 아니니까. 수가 많아야 세분화도 가능하다.

우선, 자체적으로는 장발캐릭터를 이렇게 분류한다. 장발남, 장발 미남, 장발 미인, 장발 아저씨.

장발 미녀도 있긴 한데 이건 숏컷남과 비슷한 어감이라 굳이 적지 않기로 했다. 사이드테일 여캐를 귀엽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장송의 프리렌에 나오는 위벨… 파괴적으로 귀여웠다.

1. 장발남

가장 기본적인 호칭이다. 장발남 좋다는 사람한테 수염장발아저씨를 가져다줬다가 울린 경험이 한두 번쯤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비명 지른 적이 있긴 한데 잘 생각해보면 싫지는 않았다. 크로스 마리안은 좋은 아저씨다. 지금 디그레이맨을 봤으면 이러저러하게 드림을 팠을 것 같다. 리나리라던가, 칸다라던가, 크로스 마리안이라던가…

영원한 7일의 도시가 한창 서비스 중일 때의 트위터에선 이스카리오가 장발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쟁했던 적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이스카리오는 단발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판단은 자유로… (별개로 미인이라는 데에는 동의. 그가 장발이었으면 꽤 좋아했을 것이다. 왜 옆머리만 긴 거지? 더듬이 같애…)

어쨌든 장발남은 아직 분화되지 않은 호칭이라 이러저러하게 오해와 분란을 조장할 수 있다. (‘장발남이 좋아’라고 표기할 때 가장 편하긴 하다. 오래 써서 손에 익었다.)

2. 장발 미남

미형이기 때문에 장발 미인(남자)와 자주 혼동된다. 하지만 미남은 미남이다. 보통 눈썹이 두껍고 시원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올빽머리가 잘 어울린다. 머리를 하나로 묶어 포니테일을 하거나 아예 시원시원하게 풀어헤친다. 가즈나이트의 리오 스나이퍼나 디그레이맨의 칸다 유우, 신부 이야기의 아제르 하르갈, 기타 등등… 아제르는 미남이다. 미인이라기에 그는 남자다.

장발 미남과 장발 미인을 혼동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취향 범벅의 작품을 읽고 싶어서 서치해서 들어간 작품에서 장발 미남(떡대)가 나왔던 건 심적 충격이 크다. 미인이라며! 장발 미인이라며! (이것 때문에 BL 작품 읽을 때 미인공 태그는 잘 안 들어간다. 머리가 장발이면 미인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엔 2023년이니까 믿고 들어갔다가… ㅜㅜ)

장발 미남은 장발 미남의 아름다움이 있다. 숏컷 미남에게서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때, 그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의 장발을 해주면 마음이 동할 때가 종종 있다. 캐디할 때 뭔가 부족하다면, 안경, 수염, 흉터, 땋은 머리, 장발 등을 추가해보면 된다. 그럼 아름다워진다. 머리카락이 길어진다고 해서 중성적인 미인이 되는 건 아니다. 화산귀환의 청명도 장발 미남이라고 생각한다. 백천은, 고민 중이지만 역시 미남 아닐까? 아름다운 것과 남자다운 것은 별개다.

이러저러하게 캐릭터들을 미인이다 미남이다 평가하긴 했지만, 전부 개인 생각이니까 누가 뭐라고 안 했으면 좋겠다.

3. 장발 미인

얼마 전에 트윗이 돌았다. 슬렌더 체형의 중성적인 이런 속성을 좋아하는 집단이 있는 것 같다고… 그들은 장발남을 좋아한다고… 이 사람들은 장발 미인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장발 미남과는 다르다. 장발 미인인데 남자인 거랑, 장발의 잘생긴 남자는 명백하게 다르다.

중성적인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표현이 가장 맞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쪽이다. 그동안 덕질을 비엘만 해서 당연히 남캐를 생각하고 캐릭터 성별을 남캐로 정했지만, 요즘은 내가 성별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서 일단 성별란을 지우고 시작한다. (성별이 중요해? 지금 세상이 망했는데?) 물론 성별이 중요할 때도 있긴 한데(서술 트릭 같은) 지금 얘기하는 건 장발 미인이니까 넘어가자.

미인이란 무엇인가?

미인의 정의는 사전 찾아보면 아름다운 사람. 주로 얼굴이나 몸매 따위가 아름다운 여자를 이른다. 라고 하는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사전적 정의가 중요했으면 사람들은 청안이라는 표현을 쓰는 대신 벽안이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건 오타쿠질이고, 최근 나는 ‘현실에 존재하는 벽안은 벽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씨퍼런 벽안은 청안’으로 타협했다. (벽안더러 청안이라 하는 사람은 이해 못한다.) 적안은 안과 용어고 홍안은 젊은이의 얼굴이다… 그런 거 신경쓰면 덕질 못한다. 우리가 신경쓸 건 오타쿠질의 편의다.

장발 미인을 정의하는 것은 오타쿠질의 편의를 보장한다. 더는 장발 떡대 미남이 장발 미인공 태그를 달고 장발 미인의 세계에 난입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장발 미인은 중성적인 매력의, 선이 얇은 사람이다. 그 사람이 손으로 사람 머리를 뽀개거나 벽을 뽀개는 거나, 전기톱을 제 몸처럼 다루거나 대검을 다루는 건 상관 없다. 중성적인 매력이라는 게 중요하다. 어깨가 떡 벌어지거나 근육이 촘촘하거나… 그런 거 보고 싶지 않다. 치트라를 장발 미인으로 취급하는 이유는, 그가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이 몸 속으로 쏙 들어가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근육을 보고 싶지 않다.

‘슬렌더 체형의 중성적인‘ 장발 미인.

따옴표 안의 속성이 유지된다면 장발 미인이 아니어도 괜찮다.

4. 장발 아저씨

대표적으로 크로스 마리안이 있다. 수염 캐릭터가 장발일 때가 종종 있다. 나루토의 지라이야도 그랬던 것 같다. 수염 캐릭터도 장발이 잘 어울릴 때가 많은데, 이건 뭐 때문일까? 신체발부수지모의 전통이 남아있어서일까? 아름다운 건 맞긴 하다.

장발 아저씨는, 장발이라는 요소 때문에 여기에 묶이지만 사실 아저씨 태그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장발남 좋다는 사람에게 장발 아저씨를 들이밀어 울리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4번 항목에 넣었다.

보통 뾰족뾰족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빗질 아무리 해도 안 빗겨진다. 오크통에 걸터앉아 맥주잔을 들이켜거나 테이블에 발 올려놓고 와인을 병으로 마시는 쪽이 잘 어울린다. 보통 적발이나 갈색 머리카락이고, 잘 관리된 수염을 가지고 있다. 멋진 아저씨들이다. (가끔 개저씨도 있다. 이것도 캐릭터 속성의 하나라서… 아마 세츠도 20년쯤 더 나이를 먹었으면 수염을 달고 나왔었겠지…)

이쪽도 좋아는 하지만, 아저씨라서 좋아하는 게 더 크다. 하지만 장발이라 머리카락을 빗어주고 싶다는 욕망을 적용할 수 있어서 이쪽도 나쁘지 않다.

가끔 수염이 없거나 여캐가 이런 속성을 가질 때가 있는데, 이건 뭐라고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된다. 장발 미남계와 비슷한 것 같다. 장발 쾌남, 장발 쾌녀로 구분하면 될까?

5. 장발 쾌남, 쾌녀

그래서 추가해보았다. 장발 쾌남, 장발 쾌녀.

리오 스나이퍼를 장발 미남에 분류했었는데, 그는 어쩌면 장발 쾌남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음기 쾌남일까?

쾌녀의 경우엔, 단발도 많지만 장발일 때 더 인상에 깊게 남았던 것 같다. 내가 장발을 좋아해서일지도. 대검과 큰 총… 아름답다. 영원히 그런 것만 들어주면 좋겠다. 맥주 거품이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언제나 주위에 사람이 꼬이고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게 과거형일 때도 있고.

그냥 가볍게 적고 싶었는데 논리 부족으로 가벼운 쓰레기를 적고 말았다. 아마 다시 읽으면 나도 ‘뭐 이렇게 적었어’ 싶은 내용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다시 읽기 싫다. 못 쓴 걸 알아서다. 그냥 쓱 쓰고 모른 척 글을 버릴 예정이다.

그치만, 분류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미인과 미남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입술이 도톰하고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미인이라고 칭하면 좀 상처받는다. 맞는 말이지만, 얼굴에서 남자가 보이잖아… 내지는, 여자가 보이잖아… 장발파, 장발미인파가 먹는 미인은 다 그게 있다. 중성적인 미인이어야 한다.

물론 그런 구분은 먹는 쪽이 해야 한다. 안 먹는 쪽은 이런 기준 들어봤자 30분쯤 후엔 까먹는다. 좋아하는 거 얘기는 좋아하는 사람만 기억하는 법.

이래저래 이야기하다보니 ‘남자다운’ ‘여자다운’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남자다운 건 무엇인가? 남성성이란 무엇인가? 같은 얘기도 적어야 할 것 같다. 적어야 하나? 싫다…

(*전부 투디 덕질 한정. 투디 덕질 한정! 현실 인간, 혹은 트랜스젠더 설정의 캐릭터에 대해선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현실 인간이나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덕질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을 이야기할 때는 다른 스탠스로 임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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