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미츠] 배신자의 귀가

내맘대로 야쿠자(드라코레...?)AU 단문 (유혈묘사있음)

"열어."

야마토의 말에 새카만 정장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깍듯이 숙이며 녹슨 쇠문을 열었다. 귀가 찢어질 듯한 쇳소리와 함께 어두침침한 창고 안에서 익숙한 쇠 비린내가 흘러나왔다. 조직 생활을 하며 지겹게 맡은 피비린내였다. 특히나 이곳은 배신자들을 심문하고 처리하는 장소로 오래 쓰인 곳이라, 퀴퀴하게 묵은 불쾌한 혈액 냄새도 함께 느껴졌다. 야마토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희미한 전구 빛 아래, 고개를 숙인 남자가 눈을 감은 채 허술한 철제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뒷짐을 진 모습으로 보아 손목을 나일론 케이블 타이로 결박한 듯했다.

"깨워."

그의 말이 떨어지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 중 하나가 물이 든 양동이를 집어 남자의 머리 위로 물을 쏟아냈다. 배려 없이 거세게 쏟아진 찬물을 뒤집어쓴 남자는 발작하듯 거친 기침을 뱉어냈다.

"여. 미츠"

야마토는 입꼬리 한 쪽을 비죽 올리며 남자를 불렀다. 야마토의 말에 미츠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얀 얼굴은 여기저기 타박상을 입어 붓기와 멍, 생채기로 가득했고, 밝은 색의 머리는 피떡이 져 뭉쳐 있었다. 누가 봐도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처참한 꼴이었다. 멋진데? 야마토의 비웃음에 미츠키는 대답 없이 그저 커다란 눈동자를 움직여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기분은 어때."

야마토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물었다. 미츠키는 아랫입술을 가만히 깨물기만 할 뿐, 여전히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야마토는 작게 한숨을 쉬며 미츠키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잡고 위로 끌어올려 억지로 그와 눈을 마주치게 했다.

"하마터면 조직 전체를 좆되게 만들 뻔한 기분이 어떠냐고 내가 묻잖아."

윽, 머리 가죽이 뽑힐 것 같은 통증에 미츠키는 작게 신음을 흘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윽고 그 표정은 실소로 바뀌었다.

"아저씨,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미츠키는 큭큭, 웃으며 야마토를 노려보았다. 그리곤 야마토를 따라 하듯 부어오른 입술을 움직이며 한쪽으로 웃었다.

"째지지."

이 자식이! 그 말을 들은 주변의 한 남자가 미츠키의 몸을 거세게 찼다. 딱딱한 구둣발에 차인 몸은 한 쪽으로 우당탕,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미츠키는 낮게 신음을 흘리며 기운 없이 꿈틀거렸다.

"내가 말 할 때는 나서지 말라고 했던 거 기억 안 나?"

야마토가 차갑게 말하자, 미츠키에게 달려들 준비를 하던 남자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몇몇은 미츠키의 건방짐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렸으나 감히 그의 말을 어기지 못했다.

야마토는 쓰러진 미츠키의 뺨 위에 차가운 구둣발을 올렸다. 발끝에 힘을 주며 지긋이 누르자, 간신히 딱지가 앉은 터진 입술에서 피가 배어나왓다.

"미츠, 네가 사츠일 줄은 다들 꿈에도 몰랐을 거야. 대담한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간이 클 줄이야."

"야마토 씨... 같은....... 인간들을 그냥 두지 않는 게 내... 일이니까."

얼굴이 밟힌 상태임에도 미츠키는 꿋꿋하게 입을 열었다.

한때는 그 굳건함을 의심했고, 신뢰했다. 조직과 섞이지 않을, 기름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타고난 말재간과 성과로 그와 비슷한 위치 언저리까지 올라오지 않았던가. 결국엔 뒤통수로 돌아왔지만.

"미츠가 싹 다 넘겨버리는 바람에 컨테이너 째로 날린 약값은, 네 온 몸을 분해해서 팔아도 절대 값을 수 없어."

"내가 그걸 모를 리가 없잖아."

야마토는 미츠키가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하고 있지만,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속에 섞인 두려움조차 삼켜내고 그는 끝을 보고 있었다. 조직 물 몇 년 먹은 사람이라면 이 바닥의 배신자 처리 방식을 모를 리가 없었다. 두꺼운 비닐 위에서 산채로 저며져 시멘트에 갇힌 채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걸 감수할 수 사람은 거의 없었다.

흔히들 말하는 착한 일을 해서 너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 건데. 남 좋은 일, 정의로운 일을 하고 개죽음 당하는 게 인생의 목표였던 거야? 비겁한 세계에 뛰어들어 더러운 짓을 하던 그가 실은 죽음조차 초월한 숭고한 의지로 선을 택한 자였다는 게 우스웠다.​

"다 나가 있어."

야마토의 말에 남자들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후, 일제히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야마토는 주머니에서 압착 펜치를 꺼냈다. 꽤 오래 사용해 손잡이 부분의 고무에 손때가 묻어 약간 어두워져 있었다. 이걸 미츠에게 쓸 날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야마토는 습관처럼 헤드 부분을 소매로 닦으며 몸을 숙였다.

"미츠. 이대로 있으면 곧 송장 되는 거 알고 있지?"

"야마토 상이라면 안 아프게 보내줄 거라고 믿어."

"이 상황에서 그런 농담이 나와?"

야마토는 픽 웃으며 미츠키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목은 거친 나일론 끈에 피부 껍질이 벗겨져 붉은 생채기로 가득했다. 야마토는 나일론 케이블 타이를 펜치로 끊어냈다. 손목이 자유로워졌음에도 미츠키는 작은 소리로 고통을 삼킬 뿐,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운명을 순응한 피폐한 표정 사이로, 미츠키의 동그란 눈동자는 밝게 빛나고 있었다. 고통스럽게 죽더라도, 신념을 관철하고 말겠다는 올곧은 눈.

야마토는 미츠키의 등 위로 털썩 앉았다. 힘없이 바닥에 놓인 미츠키의 팔을 꺼내 손등을 발로 짓밟았다. 발에 힘을 주어 손톱이 잘 보이게 손을 편 다음, 펜치를 공중으로 던지며 휙 돌렸다.

"일단은, 건방지게 군 대가 먼저 치르자."

야마토는 왼쪽 약지 손톱 끝을 펜치로 집었다. 손톱에 압박감이 가해지자 미츠는 반사적으로 손을 움찔거리며 눈을 꽉 감았다. 죄인의 손톱을 뽑는 법은 쉬웠다. 잡고, 가시를 뽑듯이 당긴다. 우드득, 소리와 함께 붉게 물든 플라스틱 조각 같은 것이 딸려 나왔다. 참기 힘든 고통에 미츠키는 비명을 질렀다.

야마토는 미츠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뻣뻣한 머리카락의 촉감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교만한 행동의 대가는 손톱 두 개 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중지 손톱까지 뽑아냈다. 연속으로 이어진 고통에 미츠키는 몸을 벌벌 떨었다. 텅 빈 약지와 중지 끝에서 피가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야마토 상."

숨을 가쁘게 내쉬던 미츠키는 입을 달싹이며 야마토를 불렀다.​

"마지막... 으로 보는 사람이 야마... 토 상이라서 다행이야."

미츠키가 엷게 웃었다. 야마토는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다.​

"미츠. 그냥 자라."

야마토는 미츠키의 목덜미를 펜치 헤드로 내리쳤다. 피까지 흘려 약해진 몸은 급소에 가해진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 미츠키의 눈이 감긴 후 숨을 옅게 내쉬는 걸 확인한 야마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야마토는 미츠키를 이렇게 보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배신자는 살려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처음으로 깬 순간이었다. 동료애인지, 동성애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에게 처음으로 가지게 된 이상한 감정은 발목을 자꾸만 붙잡아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했다. 거슬리지만, 무시하고 싶지도 않았다.

미츠키의 숨이 끊어지면 야마토가 죽을 때까지 후회할 건 확실했다.

일단, 그를 빼돌릴 생각이었다. 뒷일은 어떻게든 되겠지. 죽었다고 위장을 시키던, 행적을 조작하던, 내키지는 않지만 최악의 경우엔 불구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지킬 것이다. 야마토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미츠키의 왼손 끝에 둘둘 감아주었다. 흰 손수건은 금세 붉은 색으로 축축하게 물들었다. 야마토는 쓰러진 미츠키의 팔을 잡아 어깨에 둘러메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

"돌아가자, 미츠."

덩치도 작은 미츠키가 무겁게 느껴졌다. 앞으로 짊어져야 할 일의 무게인지, 마음에 들어찬 불편함의 무게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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