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투정

드빌형제

퇴고X

“투정 부리지 말고, 치워.”

동생의 목소리는 엄격해서, 사이러스는 입을 댓 발 내밀면서 몸을 일으키긴 했다. 발에 걸리는 게 많긴 하지만, 사이러스는 아직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대체 뭘 치우라는 건지. 툴툴대면서 그래도 하나둘 주웠다. 재미도 없는 걸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사이러스는 꽤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로스.”

“다 치우기 전에는 말하지 마.”

“드릴 가질래?”

청소기를 돌리던 카를로스의 눈이 순간 빛났다. 평소에는 작업실에 있는 것 어느 하나 내보내지 않으려 하던 형이 갑자기 왜? 카를로스가 의심하는 시선을 보내는 틈에 사이러스는 또 물었다.

“칼로, 체스판도 가질래?”

“…?”

“수달 모피 망토랑 50cm 자, 리만 가설책도 있어.”

이제 카를로스도 눈치챘다. 지금 방바닥에 있는 것을 전부 읊고 있다. 형이 청소하기 싫어하는 거야, 어머니를 닮았으니 알던 사실이지만 진짜 이러고 싶나?

“그냥 치우면 안 돼?”

“싫어…, 칼, 너야말로 오랜만에 갖는 형제의 시간을 이대로 청소나 하며 보내고 싶어?”

동생을 붙잡으며 어리광 섞인 투정을 부려도 통하지 않는다. 카를로스는 매달리는 커다란 형을 밀어내느라 애썼다. 무거워, 형… 그렇다고 이 상황이 싫은 건 아니다. 보통의 형제 관계처럼 굴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사이러스가 그를 잊어버리기 전까지….

“‘카를’.”

카를로스는 일순간 목소리가 뒤바뀐 걸 느꼈다. 젠장…, 평범한 형제의 시간은 끝났다. 목에 걸렸던 사이러스의 힘이 약해진 게 느껴진다. 카를로스는 더 말하지 못하고 형을 소파로 앉혔다.

“그래, 여기 있어.”

“카를…, 너를 빼앗겨서….”

드문드문 완성되는 말에 카를로스는 귀를 기울인다. 갈색 눈이 카를로스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네가 내 손에 들어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카를로스는 뜻을 알 수 없는 그 말에도 끄덕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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