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가, 여기는 지구
#주간창작_6월_3주차
가지 않은 길
“ 그럼, 내일 보자. 우-쨩. ”
“ 조심히 가. ”
오늘은 오랜만에 기숙사가 아닌, 집으로의 귀가 날이다. 최근 학생회도 천문부도, 심지어 관광구청의 일까지 여러가지가 쓰나미처럼 몰려와 바빴던 탓에 공주를 데리러가는 일도 소홀했으니 우리 공주도 분명 내가 보고싶겠지.
마지막까지 학교에 같이 남아주었던 우-쨩의 초콜릿을 입 안에 살며시 감추고는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아마도.
“ 공사를 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 하였는데… ”
수상하구나. 보지 못 한 골목이 근처에 새로 생긴 모양이다. 지름길이 되는 골목인가? 아니면 내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와 버린걸까? 여러 생각이 든다.
안쪽에서는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흔하게 보이는 길고양이의 기척까지도. 약간 서늘한 느낌까지 드는것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느끼는 두려움이겠지. 솔직히… 들어가보고싶다. 호기심은 아스트로노트 지망생의 기본적인 덕목 중 하나, 하지만 현재의 나는 그렇다 할만한 도구도 없이 홀몸이다.
… 이곳은 그냥, 평범한 골목일것이다. 그저… 가보지 않았던 길로 귀가를 하는것이다. 마치 어린아이 시절 하였던 것처럼.
“ 사람은 없지만 … 포근한 느낌이구나. ”
익숙한 듯한 착각이 든다. 서늘함은 발을 들임으로서 완전히 사라지곤 평온한 감정만이 남았다. 고향으로 온 기분이 이런것일까? 물론 도시를 건너 이사를 간 적은 없기때문에 아직 HAMA 8구, 이곳이 나의 고향이다.
햇살이 아주 따뜻하였기 때문에 문제 없이 골목의 이곳저곳을 지나며 벽화나 집의 창들을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새로운 산책로가 생겼다는 생각도 했다. 우-쨩에게도 소개해주고싶다… 우-쨩?
나의 소꿉친구 우시오를 생각하고 있자니 묘하게 소름이 돋았다. 없는 털이 쭈뼛 선 느낌은, ‘기분좋다’ 라는 느낌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동시에 누군가가 등 뒤로 지나간 기척도 느껴졌다. 이곳에 사람이 있었구나. 발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니 멀어지고 있다. 계속하여 나를 쫒아온 것은 아니야, 익숙한 것보다 작게 들리는 것은 어린아이인것인가. 황급히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몸을 움직였다.
“ … 우-쨩? ”
“ 하? 무-쨩 이런 곳에서 뭐 하고있는거야, 찾았잖아! 어머니가 또 걱정하시겠어. ”
“ 아니, 있을 수 없어… 어떻게 그런 모습을, ”
발소리의 주인은 우-쨩. 나의 절친한 소꿉친구인 우시오를 이 골목에서 만난것이다.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 내 눈 앞의 우-쨩은 꽤나 작은 모습이였다. 기억에 의존하자면 중학교에 올라가기 직전, 정도 …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전에 온몸의 근육이 긴장되기 시작하였다.
“ 빨리 가자. 늦어지면 또 혼날걸, 너희 아버지 화나면 은근- ”
“ 그렇…지. ”
위화감이 느껴지는 발언.
“ 그 헬멧은 볼 때마다 깨끗해지네. ”
문장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어색함.
“ 너희 아버지도 참 너랑 닮았어. 하하, 네가 아버지를 닮은,”
“ 잠깐, 우시오. ”
“ 무, 무-쨩? 왜 갑자기 이름으로… ”
이상하다. 아니, 이상해졌다. 골목의 분위기도, 나의 상태도 모든것이 울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지구의 자전이 날 것 그대로 느껴지는 감각이다. 우-쨩은 정말 ‘그때의’ 우시오 인걸까? 우-쨩이 말하는 나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지? 우시오는 그 시람을 ’아버지'라고 칭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나의 아버지’에게 혼난적도 없어.
“ 너도 참… 또 멍하니 있고. ”
과거가, 현재가, 있을 수 없었던 미래가, 소망이, 어지럽게 섞인다.
“ 무-쨩. 집으로 가자. ”
우시오가 나에게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 몸은 여느때처럼 후퇴하였다. 머릿속은 돌아가고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돌아가야한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어느 현실이 나에게 현실인것인가? 아버지는, 우-쨩은, 나의 어머니, 새아버지, 그리고 나의 공주 …
이대로 우-쨩을 따라가면, ‘아버지’가 있는 곳에 도달하는것인가?
“ … 우-쨩. ”
어느쪽이 나의 현실인것일까.
“ 응, 무-쨩. “
어느 세계에서도 우-쨩은 친절하고 다정하구나. 그런 녀석이니까 …
“ 나를… 집으로, 안내 해 주었으면 한다. ”
우-쨩은 바보같은 나를 올바른 곳으로 끌어내 줄 것이다. 쇼도섬에서 나를 끌어내 준 것 처럼… 우쨩은 믿음직스러운 소꿉친구니까.
나의 마음을 들은 우-쨩이 언제나처럼 웃어주었다.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