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LO
"감사합니다." 청년이 늙은 청과점 주인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품 안에는 서비스로 한 개의 사과가 더해진 봉투가 들려 있었다. 거리 대부분의 점원은 인심이 좋았다. 정확히는 클리브에게 그랬다. 성격이 명랑하고 말재간이 좋아, 몇십 년째 가게를 지켜 잔뼈가 굵은 상인들조차 어김없이 정이 뚝뚝 묻어나는 웃음으로 그를 맞이하고 또 배웅하곤 했다. 그리
눈을 뜨기도 전에 속절없이 쏟아지는 우성이 귓전을 때렸다. 소리는 결코 작지 않았지만 짜증스레 느껴지진 않았다. 외출할 필요가 없는 날의 장대비는 마냥 감성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흐린 눈가를 부비며 거실로 나오자, 전등도 켜지 않아 컴컴한 가운데 그의 실루엣이 뚜렷이 보였다. 그나마 흰빛이 뿌옇게 스며드는 창가 테이블에 자릴 잡고 앉아 있었다. 한
“항법의 원칙을 잊지 마, 요한.” 선상은 결코 고요할 수 없다. 뱃머리에 부딪혀 흩어지는 파도 소리, 물길과 기후의 변화에 관하여 나누는 항해사들의 회담, 바다 한가운데서 헤매는 이들의 고독을 달래기 위한 노랫말. 시끌벅적한 소란은 곧 그들 삶의 증명이다. 그러나 지금 요한의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헤집어 놓는 건 소리가 아닌 냄새였다. 결코 바다 위
거리의 암야. 줄 선 가로등이 희끗희끗 두 사람을 내려다보지만 관리가 신통치 않아 어느 것은 깜빡거리고, 어느 것은 아예 눈꺼풀을 닫고 있다. 세나는 드물게 기분이 좋아 갈지자로 휘청대며 콧노래를 흥얼댄다. 특별히 길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단순히 알코올의 화학 작용이다. 도파민은 현대인의 가장 가깝고도 익숙한 친구니까. 마츠노스케는 한 손을 주머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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