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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소재짜집기아마도au?
용산서에서 파견 나온 한여진은 처음 혁신단 단장실에서 인사를 나누던 그 순간 최빛에게 첫눈에 반했고 같이 일을 시작하며 동경하고 사랑하게 됐다. 항상 먼저 눈치채고 배려하는 여진의 다정함에 빛은 점점 스며들었고 그러다 여진의 고백에 빛 또한 제 감정을 깨닫고 받아들였다. 사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최빛 단장은 한여진 주임을 끌어주고 싶었다. 능력 있는 제 후배는 저와 다른 더 평탄한 길을 걷기를. 고작 성별에 막혀 능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한편으론 제 후배가 궁금했다. 남재익 사건을 한주임이 알게 됐다.
- 한여진 주임, 넌 어떻게 할래?
예상대로 한주임은 잡아야 했다고 달려왔다. 예상대로 달려왔지만, 한주임은 돌아갔다. 내 다음은 너야 한주임.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한여진은 다시 제방 드나들듯 단장실을 드나들었고 사랑을 나누며 두 사람의 연애는 계속됐다.
박광수 사건을 파고들던 한주임이 그날의 진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우부장이 한주임을 협박했다. 그게 터지면 남재익 사건을 덮은 걸 터트릴 거라고 그렇게 경찰 인생을 비리 경찰로 끝나게 해주겠다 협박했다. 한주임과 황검사가 떠나고 우부장이 전화가 왔다. 한경감이 다 알게 됐으니, 단도리를 잘하라는 연락이었다. 황시목이는 내가 맡을 테니 한경감은 최빛 당신이 맡으라고 이게 터지면 우리 둘 다 끝이라고. 황검사가 찾아왔다. 우부장이 한주임을 협박했다 미리 전해들은 이야기를 꺼냈다. 너의 경찰 인생을, 누구보다 정의로웠던 너를 너의 인생을 무너뜨리겠다고 말했다. 한주임은 제 인생이 무너지더라도 밝힐 것이다. 그리고 우부장 또한 곱게 무너질 사람이 아니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황검사에게 뭐라 답할 수 없었다. 아니 사실 알고 있었다. 한주임이 터뜨리기 전 내가 먼저나서 인정하면 된다는 것을. 그렇지만 여진이 알게 해서는 안 됐다. 그래서 말했다. 내가 한주임 때문에 무너질 사람으로 보입니까? 황검사가 떠나고 한참을 주차장에서 머물다 집으로 향했다. 처음이었다. 여진이 집 앞에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건 그것도 술에 취해... 여진아, 누가 널 이렇게 취하게 했니. 나 때문에 네가 이러는 거로 생각해도 될까? 그 모든 사실을 알고 그런 상황에 처했음에도 아직 날 사랑한다고 그렇게 내 마음대로 생각해도 될까. 사랑하는 사람을 동경했고 존경했다고 처음이었다고 따르고 싶은 분은 그런데 그 사람을…. 떨어지는 눈물을 참느라 여진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여진을 보며 빛은 결심했다. 너는 나를 무너뜨릴 수 없어. 그리고 나 또한 너를 무너뜨릴 수 없어. 남재익 사건 때 그러면 안 됐다고 후회하는 여진을 보며 빛은 말했다.
- 한여진 주임, 네 손으로 날 끌어내리는 일은 없어.
점점 커지는 눈망울이 툭 하고 떨어지려 하자 여진은 지나가는 택시를 붙잡아 돌아섰다. 여진은 떠났고 여진이 떠난 자리엔 빈 맥주캔만 남았다. 다음날 기자들을 불러 모아 우부장이 나서기 전 한주임이 움직이기 전 진실을 드러냈다. 위에선 난리가 났으며 아무래도 청 내에서 최부장과 전 정보국장 두 사람을 꼬리 자르려 하는 것 같다며 신국장님이 일러줬다.
- 혁신단은...
- 경검이 다 휘말렸으니, 협의회도 다 끝났지. 뭐.
여진아 네 말대로 그때 남양주에서 그 전화를 무시했다면 아니면 그 별장에서 신고했더라면 긴 시간을 거쳐 올라올 수 있었을까?
밖에서 보면 어쩌려고 주임급 인사들이 경례했다. 너도 나를 보고 있을까? 꼿꼿이 서 울지 않으려 한 방울의 눈물도 떨어뜨리지 않으려 힘주고 있는 네가 있었다. 계속 시선을 나누다간 내가 먼저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아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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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유기와 방관죄가 성립됐으나 직접 신고한 점 등이 참작되어 경찰 내 징계로 길고 긴 박광수 사건이 끝났다. 내부 징계위에선 3개월 정직 후 총경으로 강등되어 지방 경찰서장으로 발령받았다. 사정을 알고 안타깝게 여긴 신국장님이 지방청으로 가있다 다시 불러주겠다 하셨지만, 기자회견과 징계위로 지친 마음에 괜찮다고 이왕 힘써주실 거 한적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쉴 수 있게 힘써달라 부탁했다. 그렇게 발령받은 곳은 남해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정직과 함께 아파트는 주말마다 서울로 오는 선영에게 내어줬다. 정직 기간 내내 여진이 떠올랐지만 차마 찾아갈 수 없었다. 혹시라도 여진이 저를 차갑게 내칠까 아니면 자신을 보며 죄책감을 느낄까 미안한 마음에 찾아가지 않았다. 차기 정보국장이 정해졌단 소문이 돌았다. 신국장님을 통해 연락처를 받았고 한주임에 대해 꺼냈다.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정보국 내 누구보다 성실하고 정의로운 이라고 같이 동석한 신국장님도 한주임 괜찮다며 맞장구치자 알겠다며 잘 지켜보겠다는 정보국장에 안심했다. 발령지는 한적한 곳이다. 조용하고 고요해 잊고자 하는 한여진이 자꾸 생각나는…. 파도 소리에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여진이 떠난 그날을 생각하며 술을 기울였고 너무나 고요하고 조용한 동네에 일이 없어 또 여진이 생각나면 서장실을 나와 옥상 문을 열고 담배를 피웠다. 그렇게 끊으라 했는데도 끊지 못해서일까 사랑하는 제 연인에게 상처를 주어 벌을 받은 걸까 발령받은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빛은 경찰서 내에서 쓰러졌다. 암이었다. 손도 쓸 수 없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말기 암. 길면 삼 개월 그보다 더 짧을 수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 길어봤자 삼 개월 남은 시한부. 그날 밤 사무치듯 여진이 그리웠다. 추운게 싫어 조금만 싸늘해지면 두꺼운 옷을 꺼내면서도 날이 추워지면 얼음장 같다며 제 손발을 꼭 잡아주던 여진이 너무 그리웠다. 그렇게 그리움에 사무쳐 울다 지쳐 잠들기가 일쑤였다. 그럼에도 혹시라도 여진이 알게 되면 아직 감정이 남아있든 아니든 한걸음에 달려와 희생할 사람임을 알기에 혹시라도 귀에 들어갈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상처를 인지하면 통증이 시작된다고 병을 알았기 때문일까 극심한 통증에 자주 서에서 쓰러지기 일쑤였고 걱정하던 직원들의 연락에 소식을 들은 은주와 선영이 급히 내려왔다. 괜찮다고 숨길 새도 없이 쓰러진 사이 의사라도 만난 건지 눈을 떠 보니 병원 천장이었고 한참을 울어 눈이 빨개진 은주가 괜찮은지 물어왔다. 이렇게 따스하게 물어오는 사람이 너무 오랜만이라 눈시울이 붉어져 겨우 괜찮다 답했다.
- 한주임은, 한주임은 알아?
선영이 물었다.
- 아니, 말하지 마. 너희까지만 알고 있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 야 한주임 아직.
- 듣기 싫어 돌아가.
사실 알고 있었다. 한여진의 마음속 한구석엔 아직 내가 있다는걸.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한여진은 용산 집으로 가 한참을 있다 떠난다고 한다. 이젠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것처럼. 그런 한여진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달려오겠지. 이제 겨우 정보국에서 자리 잡고 있었을 텐데 또 자신 때문에 한여진이 정보국 내에서 미운털 박히는 건 싫었다. 은주의 설득 끝에 경대 동기들과 친구 몇몇에게만 병환 사실을 알리고 지긋지긋한 제 인생의 전부였던 경찰 일을 그만뒀다. 서장을 그만두고 온종일 집에서 잠에서 깨면 일어났고 약을 먹고 잠에 취해있다 은주가 찾아오면 그제야 식사했다. 그리고 다시 약에 취해 잠들었다. 잠깐 정신이 깨어있을 때면 창 너머 일렁거리는 파도만 멍하니 쳐다봤다. 길면 석 달까지도 살 거라는 의사의 말 그대로 빛은 딱 석 달을 버티고 세상을 떠났다. 빛의 부탁대로 경찰 내 누구에게도 부고장을 돌리지 않았고 한여진에겐 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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