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마이/이쿠레이] 노래방

lumination by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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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일하다 말도 안 되는 트집이 잡혀 저녁 시간도 놓치고, 터벅터벅이라는 말 그대로 힘없이 역을 향해 걷는다. 거리의 화려한 입간판들을 볼 기력도 없어 전부 지나치다 문득, 한 곳에 발을 멈췄다. 지금, 쌓여있는 피곤을 덜어내고 싶은 나에게 필요한 건 이거다! 싶어서 나는 남은 힘을 끌어 목적의 가게를 향했다.

"윽..."

"마치 벌레라도 본 듯한 소리군"

내가 향한 곳은 바로―― 노래방. 하지만 안에 들어서자마자 사오토메씨와 마주쳤다. 저도 모르게 나온 소리에 사과하자 그는 '실례인 건 아는 건가?'라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그냥 얌전히 집에 갈걸, 하고 후회하고 있을 때 희미한 알코올 향이 느껴졌다.

"어라... 술 드셨나요?"

"일이다 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사오토메씨의 인상은 더욱 구겨진다. 혹시 잘못 건드린 건가? 그러고 보니, 셔츠가 젖어있네... 더 깊이 묻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슬쩍 지나가며 '그럼 수고하세요...' 라는 말로 지나치려 하자, 어깨를 붙잡혔다.

"안내해"

"네?"

"피곤한 내가 특별히 함께 해줄 테니, 방으로 안내하란 말이다."

'왜?' 물음표로 머리가 가득 찬다. 결국 사오토메씨의 압박에 따지지 못하고 함께 방에 들어왔지만,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그는 아까보다 심기가 더 나빠 보인다. 난 분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온 건데 왜 이런 일이... 아! 사오토메씨도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걸지 몰라. 하고 스스로 납득한 나는 고민 끝에 그에게 말을 걸었다.

"사오토메씨. 조수전대 팔콘 파이브 오프닝 같이 부르실래요?"

"초등학생도 아니고, 내가 그런 걸 부를 것 같냐. 멍청아. "

"네,네. 그러시겠죠..."

아니. 이 사람은 평소에도 스트레스가 많다. 세오연에 방문할 때 마다 들었던 전투적인 키보드 소리를 생각하면, 고작 이런 걸로 해소 될 리 없겠지. 제안은 즉각 거절 당했지만, 그리운 마음에 선곡을 넣었는데.... 힘찬 전주가 시작되어도 흥이 날 뿐,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하이라이트는 부르고 싶으니까 대충 넘기자며 리모컨에 손을 뻗었을 때. '쯧' 소리와 함께 커다란 손에 제지 당했다.

"?"

"스스로 선곡 한 주제에 모르는 거냐."

"그게 아니라 기억이 안 나서...!"

"그럼 네 기억력이 거기까지라는 거다, 이 단세포 녀. 이 내가 시범을 보여줄테니 온 힘을 다해 들어라."

그 말에 욱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이크를 잡은 사오토메씨가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에 나도 열심히 따라 부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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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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