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마이/히레이] 팬케이크

lumination by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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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에요!"

내 목소리에 휙. 하고 공중에 던져진 팬케이크가 빙글빙글 돌아 정확히 팬 위로 착지한다. 놀라움에 자신도 모르게 박수 치며 '대단해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히야마씨, 대체로 모든 걸 잘 하는 편이었지만 이런 것 까지 잘 할 줄이야. 적당한 갈색으로 노릇하게 구워진 팬케이크가 겹겹이 쌓여 무너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가 되었다.

"...? 벌써 끝인가."

"아하하, 이제 먹어요"

평소에 아껴두느라 잘 먹지 않던 홍차를 내리자, 집 안에 은은한 오렌지 페코의 향이 퍼져나간다. 테이블 위에는 히야마씨와 함께 만든 팬케이크 탑과 홍차 두 잔. 히야마씨의 생일 전날인 오늘은 원래, 히야마씨와 함께 그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 예정이었는데――

"...아직 밤인가?"

어두운 방안에서 초인종 소리에 눈을 뜨고 멍해 있길 잠깐, 다시 한번 울리는 딩동 소리에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지금 몇시야? 산발이 된 머리를 신경 쓸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가 방문자를 확인하면, 아니나 다를까 히야마씨였다. 어쩌지, 히야마씨는 약속 시간대로 와준 것 뿐인데 늦잠 자버렸어!

"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서둘러 사람의 몰골이 되어 현관문을 열고 곧장 사과하자 히야마씨는 웃으며 넘어가 주었다. 하지만 곧바로 어제는 늦게 귀가, 휴가인 오늘은 여태 자느라 장 볼 시간이 없었던 걸 깨달았다. '몸만 오세요!'라고 초대한 집주인으로서 염치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장을 보러 가자고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히야마씨가 발견한 것이――

"히야마씨, 정말 팬케이크로 괜찮아요?"

"아아, 여태까지 먹은 것 중 제일 맛있어."

"정말... 역시 나중에 제대로 케이크 먹기에요!"

"그럼 두 번 축하해주는 건가?"

"두 번이고 뭐고, 히야마씨라면 몇번이라도 해드릴 테니까요"

예정이 많이 엇나갔는데도 밝게 웃어주는 히야마씨의 표정에, 마음속에 고마움과 뿌듯함이 가득 차오른다. 그런 히야마씨를 바라보고 있자 차분하게 팬케이크를 나이프로 써는 그의 동작은, 평소에 있던 저택이 아닌 우리 집을 배경으로 있어도 고급스럽게 보였다. 이런 건,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겠지...

"...자"

"네?"

"먹고 싶어서 보고 있던 게 아닌가?"

멍하니 있던 초점을 되돌리자 눈앞에는 방금 막 자른 그 팬케이크가 내밀어져 있었다. 딱히 팬케이크를 보고 있던 건 아닌데... 그렇다고 히야마씨를 보고 있었다고 말할 수도 없어서 나는 부끄러움에 시선을 돌린 채 받아 먹었다.

"어때?"

"...맛있어요."

달콤한 시럽에 촉촉이 적셔진 부드러운 팬케이크의 맛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방금전의 부끄러움도 잊고 행복감에 젖은 채 다 먹어 갈 때, 이번에도 눈앞에 팬케이크가 내밀어져 왔다.

"저... 스스로 먹을 수 있는데요."

"내가 주는 건 불편한가? 받아 먹는 네가 귀여워서 그만..."

말하면서 시무룩해지는 히야마 씨의 모습에, 나는 '괜찮아요!'라며 다급히 그의 손을 잡아 팬케이크를 받아 먹었다. 조금 넘어간 기분이지만, 나는 눈부실 정도로 밝은 미소를 보여주는 그의 모습에 안도했다.

"히야마씨는 안 드세요? 혹시 질렸거나..."

"...그런 건 아냐. 레이는 원하는 만큼 먹으면 된다."

"아니, 이거 히야마씨 생일을 위한 건데 저만 먹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

팬케이크를 잘라주려 나이프에 손을 뻗자, 히야마씨의 손가락이 나의 볼에 톡.하고 닿는다. 응? 자신의 볼보다 차가운 피부의 감촉에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면, 나의 볼은 완전히 히야마씨의 손바닥에 감싸져서... 눈앞에는 어느 새 가까워진 그의 얼굴이.

"―― 읏"

"......"

입술이 겹칠 거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마치 뭔가를 맛보듯, 입꼬리를 따라 몇 번이고 할짝이는 혀의 움직임에 입가가 간지럽다. 반사적으로 감기려는 눈꺼풀을 희미하게 뜨면,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히야마씨의 시선에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아...아직 안돼! 나이프를 집으려던 손이 허공을 헤매다, 이내 히야마씨의 어깨를 붙잡았다.

"자, 잠깐만요!"

"...?"

"그, 저기, 저! 이번에는 제가, 먹여드릴게요!"

"......후"

소리내어 웃음을 터트리는 히야마씨의 모습에 쿵쾅거리던 심장은 가라앉기 시작했지만 얼굴의 열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으으... 무드를 깨긴 했지만 이대로는 팬케이크가 아깝잖아! 나는 몰려오는 민망함에 남아있는 팬케이크를 모조리 썰어버린 후에, 이대로는 촛불을 꽂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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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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