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마이/히레이] 대화

lumination by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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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 회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스마트폰을 확인하자, '기다릴게요'라는 레이의 메시지가 와있었다. 그래, 오늘은 레이가 오는 날이었지. 피곤함을 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착한 집. 레이가 있을 방문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서, ...를..."

"......?"

누군가와 통화 중인 건가? 통화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작게 노크를 하고 방문을 살짝 열었지만,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녀는 듣지 못한 듯 누군가와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이대로 기다리는 것도 통화를 엿듣는 게 되니 먼저 씻고 오자. 그렇게 정하고 방문을 닫으려는 순간, 작지만 또렷한 단어가 귓가에 들어왔다.

"...좋아해"

――'좋아해.' 라니, 나를 제외한 누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레이의 사생활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지금 당장 묻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대로 묻는 것도 대화를 엿들었다는 게 아닌가. ...그런 고민도 잠깐, 나는 방문을 노크하자마자 '다녀왔어'라며 문을 벌컥 열었다.

"!...히야마씨! 수고하셨어요."

"아아, 아가씨도 수고했어."

문을 열자, 깜짝 놀란 모습의 레이가 곧장 달려와 나의 품 안에 안긴다. 그녀는 언제나 이렇게 나를 반겨주지만, 그때마다 늘 행복한 기분이 든다. 언제까지나, 질리지 않고... 레이의 몸에서 희미하게 나는 달콤한 향기에 안심하며,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아...! 피곤할텐데, 얼른 씻고 오세요."

"피곤이라면 널 본 순간 전부 날아갔으니 괜찮아."

"...히야마씨, 원래도 그랬지만 요즘은 뭔가 더...말이..."

"? 내 말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아니...... 좋아서요."

작게 중얼거린 레이의 '좋아'라는 말에, 속이 울렁거린다. 이런 느낌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아서, 나는 레이를 안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결국 궁금했던 것을 내뱉었다.

"그런데...누구와 얘기하고 있었지?"

"네? 저, 무슨 얘기인지...?"

"...사실은, 문을 열기 전에 아가씨가 누군가와 얘기하는 걸 들었어."

"...!"

알기 쉬울 정도로 깜짝 놀란 레이가, 나의 시선을 피한다. 하지만 이미 내 품에 있는 그녀가 도망갈 곳은 없다. 말 없이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자, 레이는 결국 '사실은...'하고 말을 꺼낸다.

"대화, 하고 있었어요."

"...누구와?"

"그게......"

말끝을 흐리는 레이의 시선이,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향한다. 그 시선을 따라가 보자... 그 끝은, 테이블 위의 화분이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다시 레이를 바라보자, 그녀의 얼굴이 단번에 붉어진다.

"히, 히야마씨가 식물에도 애정을 주는 게 좋다고 한 게 생각나서...!"

"......"

"...이, 이번이 처음이에요. 정말로."

그 상대를 몰랐다고 해도 그녀가 애정을 준 식물에까지 질투해 버린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다. 하,...레이는 어째서 이렇게 귀여운 걸까. 역시 이건 모두, 그녀가 귀여운 탓이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은 나는, 사랑스러운 마음을 가득 담아 품 안의 그녀에게 입 맞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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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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