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유이] 나의 것
[짧막한 연성 주제] http://me2.do/FxZxHgl5 진단 시리즈 - 엔라 아야유이 편 (2023-02-27)
당신은 엔라 아야유이(으)로 「날 향한 미소」(을/를) 주제로 한 420자의 글 or 1페이지의 그림을 연성합니다.
#shindan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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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다.
아야메는 너덜너덜해진 몰골로 제 집에 발을 들였다.
오면서 상처는 알아서 치유했고, 번개에 그을렸던 머리카락은 언제 탔냐는 듯 말끔한 자태와 윤기를 자랑했다. 남은 전투의 흔적이라곤 먼지가 묻고 볼품없이 찢어진 옷뿐.
가운을 바닥에 내팽개치듯 벗어둔 그는 곧장 한 방으로 향했다.
"아, 오셨나요. 아야메."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었음에도 방 안에 있던 남자는 전혀 불쾌해보이는 기색이 없었다. 지기 직전의 꽃처럼 짙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미남자가 내내 움터있다가 마침내 꽃망울을 터트린 듯한 화사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두 눈은 기이하게도 탁해 보였지만, 미소만큼은 무척 아름다웠다.
"많이 지쳐보여요. 무슨 일 있었습니까?"
"맞아, 나 지금 엄청 피곤해. 성가신 일이 있었거든."
아야메는 의자에 있던 유이토를 잡아 끌어 침대에 앉혔다. 그리고는 그의 허벅지 위에 걸터앉아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남자에게서 좋은 향기가 났다. 청명한 숲 한가운데에 피어난 붉디 붉은 꽃의 향기. 아야메가 좋아하는 향이였다. 그러니 남자도 이러한 향을 내고 있는 것이리라.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니 그 박자에 맞춰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느껴졌다. 슬쩍 눈을 떠 남자를 바라보면, 남자는 언제나 그렇듯 다정한 미소를 띤 채 눈을 맞춰왔다.
푸른 하늘과 여름의 숲 한가운데에 제비꽃이 핀다. 남자의 눈에 비치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오직, 아사히 아야메뿐. 모든 하늘이 그를 축복하고 온 숲이 그를 사랑하는 듯한 이 오롯한 감각은 쉬이 끊을 수 없는 중독과도 같았다.
요즘 이 남자를 노리고 들어오는 방해가 너무 많다.
처음 세뇌를 걸 때 좀 더 확실히 마무리 지었어야 했을까.
설마 충격에 세뇌가 약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분명 이 남자의 세상에서 오직 아사히 아야메만이, 그의 의지만이, 그가 주는 자극만이 그 어떤 것보다 우선되도록. 그렇게 시스템을 짜두었을 텐데. 어떻게, 정말 어떻게 번개 따위에 세뇌가 풀릴 수가 있는지.
이시바시 호타루라 했던가.
남자의 세뇌 사실을 알자마자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이를 악물고 덤벼드는데 성가시기 짝이 없었다.
그 날 이후 유이토는 정말 필요할 때를 빼면 데리고 나가지 않고 집안에 가둬만 두는데, 이게 맹점이 되어 이시바시 호타루와 시비가 붙을 때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풋내기로만 봤었는데 그 정도의 힘이라니. 아직 나이도 어린데 말이지. 끈기가 있다고 해야 할지, 그악스럽다고 해야 할지. 만나기만 하면 집요하게 들러붙는 게 귀찮은 것도 귀찮은 거지만 짜증이 났다.
네가 뭔데?
남자와 함께 했던 시간은 자신이 더 길었다.
남자를 원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자신.
남자가 필요한 것도 자신.
아야메에게 온전한 자신의 것이란 이 츠카사 유이토라는 남자뿐이었다.
아사히 아야메라는 인간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남자.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남자.
그런데 왜 방해받는가.
왜 이 하나를 오롯이 가질 수 없는가.
이가 갈렸다. 아야메는 충동적으로 남자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두근, 두근. 일정하게 박동하는 심장 위에 아야메가 박아둔 특별한 선물이 있을 것이었다.
비록 자신은 이제 이것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지만. 이 남자의 숨이 멎을 때, 그의 온몸은 티끌이 되어 산산이 무너질 것이다. 바람 한 줌에 흩날려버릴 모래로 화하여 그 속에 품은 빈껍데기 보물을 드러내게 되겠지. 그것이 그가 살아 있었던 유일한, 물리적인 흔적이 될 터.
다른 누구도 아닌 아사히 아야메가 그렇게 만들었다. 츠카사 유이토의 죽음은, 끝은, 결말은. 아사히 아야메의 것이었다.
츠카사 유이토는 아사히 아야메의 것이었다.
"있지, 당신은 내 꺼지?"
"네, 아야메. 저는 당신의 것이죠."
"날 사랑해?"
"물론,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야메."
"다른 무엇보다도?"
"세상 어떤 것보다도."
아야메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누가 뭐라 해도 남자는 자신의 것이었다. 아야메만을 사랑하는, 아야메의 남자.
그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기묘한 충족감이 채워졌다. 이 남자의 모든 것을 자신이 가졌다는 것에 흥분이 인다. 자신이 이 남자의 전부라는 것에 기쁨이 차오른다.
빼앗기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니, 그런 가정을 하는 것조차 싫었다.
아야메는 남자의 볼을 가볍게 쓸었다. 남자가 눈가를 나른히 접으며 손에 얼굴을 기대오는 것이 좋았다. 남자의 반대쪽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 아야메가 단정하면서도 예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사랑해, 츠카사 유이토. 그러니까 당신도 나만을 사랑해야 해."
당신의 다정함도, 부드러운 목소리도, 아름다운 미소도 전부 나를 향한, 나만을 위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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