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아래 누드비치 2화
갑자기 정적이 흐르는 옥상.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는 남자들.
이혜리 : 잠깐, 잠깐, 이 남자들이 날 왜 아는지 모르겠고 나는 그냥 응? 웹소설 좀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그러니까 얘들아, 안녕.
랩을 하듯 후다닥 내 말을 끝내고 짐을 챙겨서 옥상 문으로 후다닥 뛰어가.. 뛰는데 왜 그대로지???
뒤를 슬쩍 쳐다보는데... 어느 새 내 가방을 붙잡은 나현서. 생글생글 예쁘게도 웃으면서 나를 내려다본다.
나현서 : (웃으며) 누나~
이혜리 : (당황하며) 으응..? 이거 좀 놔주지 않을래? 너 되게 빠르다.. 하하..
나현서 : (멀뚱하게 앉아있는 로아를 가리키며) 누나 휴대폰?은 챙겨야지. 이름 아는 것도 누나 밖에 없는데.
로아 : (환하게 웃으며) 휴대폰이 뭔가? 내 이름은 로아인데
권정우 : (로아를 째려보며) 가만히 좀 있어요...
나현서 : (어느새 로아에게 다가가 치근덕거린다.) 와 그런데 몸 진짜 좋다. 거기도 헬스장이 있나? 3대 몇인지 모르지?
아웅다웅거리는 멍하니 바라보는 이혜리.
이혜리 : 세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니.. 엄마가 보고싶네... 엄마 우리 세남매는 어떻게 키우셨어요...
그때, 덜컹!! 옥상문이 흔들린다.
그 너머로 들리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
놀라서 서로 눈이 마주치는 이혜리, 권정우, 나현서
엑스트라1 : 야, 옥상 문 잠겼는데?
엑스트라2 : 아 벌써 잠겼나. 야 그냥 짐 다 챙겨서 1층으로 가자.
엑스트라1 : 아~ 아직 도서관 닫을 시간도 아니면서 옥상을 벌써 잠그네.
엑스트라2 : 자기들 편하게 일하려고 하는거지 뭐.
점점 멀어지는 목소리.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혜리.
왜인지 한껏 작아진 목소리.
이혜리 : (두 사람을 바라보며) 여기 더 있을수는 없겠는데. 너네 혹시 집.
권정우 : (단호하게) 멀어요. 가족들도 다 있고.
나현서 : (잠시 고민하다) 음~~ 놀랍게
잔뜩 기대를 하고 나현서 를 바라보는 이혜리
나현서 : (웃으며) 안돼~ 지금 집에 손님 와있는걸~ 그 사람이 봐도 상관없으면 뭐.
이혜리 : (한숨을 내쉬며) 그럼.. 어쩔 수가 없네... 가자, 우리집으로.
이혜리의 원룸
어쩌다 이 세 사람이 내 집에 와있는거지. 나 혼자 살기에는 나름 넓은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셋이 있으니까 집이 되게 좁네.
도서실에 더 있을 수가 없어서 제일 가까운 내 자취방으로 다 끌고 와버렸잖아.
이혜리 : 휴... 우리 학과 후배인지 몰랐네. 모임을 안 가니까.
권정우 : 과잠 입으신거 보고 알았어요..
나현서 : 얘가 눈썰미가 좋아요~
로아 : (세 사람의 중심에 앉아 웃고 있다.) 과잠이 뭔가? 학과는 뭐고?
이혜리 : 아, 지금 급한 건 이쪽이지
아직도 해맑은 로아를 동시에 쳐다보는 우리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지.. 아니 설명하고 자시고 나도 모르겠는데!!!
로아 : 그렇게 찐하게 쳐다보다니. 부끄럽군.
권정우 : 선배, 도대체 무슨 소설을 보신..?
그런 일러스트를 이미 봐버린 권정우는 나를 경멸하듯 쳐다본다.
아니야!! 이상한 소설 아니라고!!!
이혜리 : 흠흠, 그쪽이 베로니아 제국 첫 번째 왕자로 계승을 앞두고 있었던 로아 맞지? 특기는 검술 몸쓰는 건 다 잘하고, 취미는 나무 그림자 아래에서 낮잠자기. 달콤한 간식을 좋아하고 항상 상냥한 웃음을 잃지 않아 시종들 사이 햇살님으로 불리며, 정식 계승을 받기 위한 왕세자비 후보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권정우 : 그런 내용이구나.
로아 : 아주 정확한 설명이네! 시종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는지는 몰랐는데. 충분히 그럴만 하지.
나현서 : 저게 바로 왕자의 자신감이구나. 멋진데?
권정우 : 에휴
로아 : (이혜리를 빤히 쳐다보며) 그나저나 역시 내가 본게 그냥 꿈이 아니었군.
이혜리 : (나레이션) 왜 저렇게 빤히보는거야..
이혜리 : 꿈이라니?
권정우 : 소설 캐릭터가 꿈?
로아 : 그래, 모험을 떠나고 지도에 있는 수많은 왕국을 돌다가 어느 날부터 꿈에서 어떤 여자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더군.
이혜리 : 목소리? 그런 설정의 내용은 없는데?
로아 : 기...
나현서 : 기?
로아 : 기가 막혀. 흉부가.
.......
이혜리 : 뭐?
권정우 : .....아
나현서 : 응? 그게 뭐야??
로아 : 그러다 갑자기 본국에서 신탁이 내려왔다고 연락이 왔지. 이혜리의 인정을 받으라고.
이혜리 : 왜?!!!!
로아 : 자고 일어나니 여기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하하.
로아 : 여기 오자마자 내 가슴에 관심을 많이 보인게 그대 뿐이라 바로 알았지. 이혜리라는 것을.
이혜리 : 앗.. 그 그건..
권정우 : 그래서 어떻게 다시 돌아갈 수 있는데요? 평생 여기 있을 거에요?
나현서 : 말만 통하는 것 같은데 대한민국에선 불법 체류자 외국인이 살기 힘들거에요.
로아 : 여기는 정말 신기해. 모든 게 낯설어. 아주 즐겁다고! 심지어 사람들조차 내가 본 적 없는 외향이야. 아주 매력적으로 말이지.
나현서 : 흠.. 그리고 보니까 그럼 누나 휴대폰이 변한거야?
이혜리 : 맞아!! 내 휴대폰!!!!! 내 계정이!!! 사이버 가족들이!!!
내가 절규를 하든 말든 처음보는 방이 신기한지 두리번거리며 자리에서 한참 구경을 하는 로아.
책에는 없는 신탁이라니. 내가 정주행을 얼마나 했는데 모를 리가 없어. 어떻게 된거지....
로아 : 아, 혹시 이 ‘햇살아래 누드비치’가 이혜리 그대가 말한.. 내 이야기가 적힌 소설인가?
책장 앞에서 유심히 보던 로아는 정확히 자신이 나온 소설책을 골랐다.
책 제목을 듣자 질색하며 쳐다보는 권정우와 놀리듯 웃는 나현서.
아니 진짜 이상한 소설 아니라고.. 그냥 응? 적당히 작가의 욕망이 담긴..
권정우 : 햇살 아래
나현서 : (음흉하게 웃으며) 누드 비치? 흠~ 누나는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이혜리 : (나레이션) 으악!! 저건 작가님 초회 한정판!!!! 잠깐만, 저긴 내가 소장하는 19 단행본들이!!
이혜리 : 우선 내 휴대폰이라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권정우와 나현서를 다급하게 잡아 밖으로 내보내려는데 문 앞에서 버티는 권정우와 나현서.
문틀을 잡고 버티는데 현관이 꽉 찬다.
아 드럽게 힘 쎄네!!!
이혜리 : 내가 괜찮다는데 너희가 왜!! 얼른! 나가!!!
있는 힘껏 밖으로 밀어버리고 문을 쾅 닫았다.
하.. 이제 어떡하지..
-빌라 복도
가방을 대충 품에 안고 덩그라니 복도에 남겨진 권정우와 나현서.
권정우 : (다급하게 문을 두드린다.) 선배, 잠시만요! 너무 위험해요!!
나현서 : 그러게 아무리 그래도 처음 보는 남자랑 둘이라니.
권정우 : 매번 저런 식이야!!
나현서 : 어쩔 수 없지. 그래봤자. 소설 캐릭터잖아. 우선 누나 생각 정리할 시간은 있어야지.
쿨하게 뒤로 돌아 나가는 나현서와 신경이 쓰이는지 계속 뒤를 돌아보는 권정우
이혜리의 원룸.
집에 나와 단 둘이 남은 로아.
이혜리 : 북적북적하던 공간에 우리 둘이 남으니까 갑자기 너무 조용하네.
이혜리 : (나레이션) 그래도 왕자라고 좋은 냄새가 나네. 살도 보들보들..
슬쩍 눈을 돌리다 머리에 가려 미쳐 빛나지 못한 싱그러운 녹색 눈과 마주쳤다.
이혜리 : 왜.... 왜요?
로아 : 그대도 알겠지만, 나는 빨리 왕세자비를 찾아야하는 상황인데 어떡하면 좋겠나?
이혜리 : 그 방법이라고 하면...
이혜리 : (나레이션) 가슴..!!! 가슴이!!! 내 눈앞에!! 근데 저 옷 되게 신축성 좋네.. 가슴말고 저기도... 팽팽...
로아 : 지금 어딜 보는거지?
내 시선을 알아채고는 환하게 웃는 로아.
이혜리 : (나레이션) 아, 햇살남캐는 역시 다르구나. 내가 이상한 생각을 한거지 암. 번뇌를 버리자. 가나다라마바사 가..가슴?!
갑자기 내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린 로아.
이혜리 : 오.. 말랑.. 아니 지금 뭐하는 거야?
로아 : 우리 왕국에도 동화는 많지. 키스를 하면 저주가 풀리고 진정한 사랑을 하면 엔딩이 나기 마련이니까. 더군다나 그대의 인정이라면 역시 아까부터 그렇게 탐욕스럽게 쳐다보는 이유가 뭐겠나?
이혜리 : 아니, 잠깐만.
로아 : 어떤가. 그대가 말해준 것처럼 몸 쓰는 건 다 잘하거든.
이혜리 : (나레이션) 가슴이 너무 말랑해서 아무 생각도.. 안 들어.
손 끝에서 느껴지는 말랑이는 감촉에 집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혜리 : 흡!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다렸다는 듯 내 턱을 잡아 그대로 빨아들이듯 입술을 먹는 로아.
턱을 잡은 손끝은 내 턱을 타고 목을 휘어잡는다.
뒷덜미에 느껴지는 손이 너무 단단해서 나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옅은 숨이 새어나갔다. 하지만 그 숨마저 다 먹어버리는 로아의 입술.
이혜리 : (나레이션) 원래 혀가 이렇게 단단했었나...
내 혀끝과 입천장을 훑어내려가는데 뜨거운 입김이 뒤섞여 단단했던 혀가 이제는 내 혀와 녹아내리듯 얽힌다.
나를 계속 탐하며 먹어 치우는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내 허리를 한 손에 쥐어 잡고 자신의 품에 가둬 마지막까지 입술을 탐한다.
이혜리 : 하아... 숨막혀.. 잠깐...
내가 애원하듯 말하자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는 로아.
언제나 반달로 휘어 빛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녹색 눈은 싱그러움은 어디로 가고 짙은 새벽 숲을 담아 나를 비추고 있었다.
로아 : 나는 아직 더 먹고 싶은데..
이혜리 : 더?
로아 : 한 입만 더.
홀리듯 고개를 끄덕이는 날 보더니 다시 날 향해 다가오는 로아.
아, 내가 밀리지 않게 단단히 받쳐주는 두 손. 그 너머로 느껴지는 심장박동이 짙은 혈관을 타고 느껴진다. 근데 왜 입술이 아니지?
그 한 입이 입술이 아니었다. 로아의 입은 어느새 늘어진 내 옷을 타고 목을 천천히 맛보고 있다. 전혀 숨을 섞지 않은 지금이지만 나도 로아도 아까보다 숨이 부족한 듯 헐떡인다. 나를 지탱하던 두 손은 조금씩 허리를 타고 움직인다.
로아 : 하.... 이 천. 되게 거슬리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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