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르데쁘lede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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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그대를 부수고 짓밟고 디뎌 : 전쟁의 파편 1. 빌어처먹을 전쟁은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고, 공포의 종식을 기원하던 사람들은 너나없이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모든 것이 원래를 찾아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상이 하도 깊어 한없는 거북이 같았지만, 어쨌거나 본디를 향하여 더듬더듬 나아갔다. 이윽고 도래한 평화였다. 봄 같은 따사로
인사의 방법 : 바네사 테레즈 왕녀에게 부치는 마지막 편지 그리운 바네사에게. 바네사. 올가 파블리첸코 입니다. 잘 계시는지. 이렇게 적고 보니 지나치게 경직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저는 본디 그런 성질이지만, 편지에서까지 딱딱하게 굴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서 인사말을 다시 적습니다. 친애하는 나의 바네사, 당신의
안녕히 주무세요 : 올가 파블리첸코를 위한 소小왈츠 “임무 종료.” 어차피 제 말을 들을 자는 없었다. 해서 일부러 크게 중얼거린 올가는, 그러나 온종일 뭉개고 있던 자리를 터는 대신 옥상의 허름한 난간 벽으로 아무렇게나 등을 묻었다. 뭐, 말이 좋아 난간 벽이다. 크고 작은 포탄의 흔적들과 한데로는 와르르 무너져 내린 잔해들. 대충
침묵마저도 공유하는 바네사, 그런 말 있지?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대. 언젠가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오라비가 해주었던 말이다. 그날처럼 바네사는 고개를 한껏 젖혀보았다. 깊은 밤하늘은 바라보는 눈조차 시리도록 차갑다. 어둠 속을 유영하는 건 엘펜하임에서 공수해 온 정찰 드론의 인공조명이어서 바네사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리 없잖
행복한 종말 파블리첸코 중령이 사망했다. 파블리첸코 중령은 늘 그랬다. 두 눈은 열정으로 빛났고, 거친 손끝은 강인했으며, 제국군들에게는 커다란 공포였다. 태생적 기질부터가 출중한 군인이었던 그녀는 많은 이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 크나큰 기대와 무거운 사명에 썩 어긋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오롯이 냉혈한만은 아니었다. 건조함과 냉정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