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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휴일이 맞아떨어지더라도 각자 약속이 있으면 개별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가물에 콩 나듯 있는 일로, 오늘은 아코락이 그랬다.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들어오지 않는 걸로 봐서는 꽤 신나게 노는가 싶었다. 거실에 은은한 조명만 켜놓고 소파에 앉아, 핸드폰으로 쇼핑앱을 보며 촬영 장비를 보다가 지름을 고민할 때였다. 비밀번호
자동차 극장이 생겼다. 최근, 대부분 없어진 것 같았는데, 새롭게 생긴 자동차 극장은 예상외로 문전성시였다. 옛날 감성이 진했고, 주변에 가벼운 간 식이나 식삿거리를 파는 푸드 트럭도 여럿 있었다. 커플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는 그곳에, 어쩌다 보니 아코 락과 메르가 가게 되었다. 뭔가 하려고 간 건 아니었고, 그저 어쩌다 보니 1인 동반 무료 이벤
아침에 퇴근할 때부터 날이 흐렸었다. 피곤이 찌들어 골골거리는 몸을 이끌고 집에 와 씻은 후 제 방이 아닌 아코락의 방에, 항상 하는 진득하고 집요하며, 조급한 행위 끝에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깊은 잠에 빠져 잘 깨지 않는 몸이었는데, 툭툭거리는 빗방울 소리 끝에 쏴아- 엄청난 소리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래도 좀 자기는 했다. 핸드폰 시계가 오후
아코락은 확신했다. 메르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엇을 잘못했는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잘못한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진득한 섹스? 그건 이제 숨 쉬듯 하는 거라 잘못으로 치기엔 좀 그랬다. 잠을 안 재운 것? 그것도 섹스 때문이었고, 결국 메르도 즐겼으니 딱히 문젯거리로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루 이틀이면 그럴 수 있다 치부하겠지
사람들이 영화관을 잘 찾지 않게 되었다. 솔직히 OTT가 워낙에 잘 만들어졌고, 굳이 비싼 돈 주고 영화관을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연인 사이에 데이트라는 명목으로 다녔던 것도 확실히 줄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통신사나 영화관에서 이벤트성으로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영화티켓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심야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더더욱 무료
늦가을 아니 이제는 초겨울. 해가 떨어지는 시간이 빨라졌고 동시에 기온도 떨어졌다. 찬바람이 불고 밤에는 입김까지 나오는 낮은 기온. 덩달아 사람들의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두꺼워진 옷을 입고 따뜻한 집으로 가기 위하여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직 눈은 오지 않으려나, 뜨겁고 하얀 입김을 흘리며 시계를 봤다. 7시 35분. 정말 늦는군.
연차란 무엇인가. 보편적으로 휴가 기간 동안 일을 한 것으로 취급하는 유급 휴 가를 말하지만, 그냥 결과적으로 돈은 돈대로 받지만 공식적으로 주어진 휴가다. 쉬고 싶을 때, 여행 가고 싶을 때, 여름휴가를 위하여 그리고 가끔은 아플 때. 아코락이 연차를 썼다. 아침에 퇴근해서 집에 온 메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나른한 표정에 붉어진 얼굴. 어디서 딴
“으그윽, 읏!” 싱크대,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공간인가 묻는다면 요리하고 설거지 등 부엌일을 하는 공간이라고 말하겠지. “하, 읏! 그, 그만 벌려. 아!” 싱크대 빈 곳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내벽을 파고드는 두툼한 성기에 신음하는 메르. 그리고 그런 메르의 양쪽 발목을 잡아 활짝 벌리며 허리 짓을 하는 아코락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었다. 한
해가 퇴근했다. 무슨 소리냐면 밤이 오고 있다는 소리다. 이미 창밖은 어두컴컴한데 돌아와야 할 사람이 오지 않는다. 아침 댓바람부터 메르는 나갔다. 본인 취미활동을 하겠다는데 잡을 수 없었다. 따라가려고 했더니 이번에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조금 심술 나서 연락을 안 했더니 메르도 연락이 없었다. 아니 그런데 늦은 시간까지 들어오지 않는 건 좀
아주 가끔, 메르가 취미로 만든 스튜디오에 아코락이 오기 시 작했다. 원래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트고 나면 이후는 물 흐르 듯 자연스럽다. 문제는 스튜디오에 놀러 오면 사진 찍는 걸 잠시 구경한다 싶 더니 자연스럽게 입술을 겹치고, 몸을 겹쳤다. 그러라고 산 소파가 아니었는데, 어느새 섹스 장소로 전락해 버렸다. 싫냐고 물으면 또 싫기만 한 건
단순하게 잠시 외출했을 뿐인데. 쉬는 날이었다. 아코락은 약속이 있다고 나간 날이었고, 메르 역시 모처럼 볼일이 있어 외출했었다. 이것저것, 몰아서 처리하고 날이 저물어 어둑해진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상점가도 있었고, 술집도 있었다. 특정 건물을 경계로 집 주변은 조용해졌다. 술집이라, 최근 술은 집에서만 마셨고
밤에 일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아침에 잠을 자게 된다.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아침에 자는 것이 쉽지 않다. 몸의 사이클이 바뀌는 것도 바뀌는 거지만, 문제는 아침해다. 당연히 아침이니까 해가 뜨고, 날이 밝다. 밝은 날에 잠을 자려니 창문을 향해 들어오는 햇볕이 너무나 뜨겁다 못해 짜증을 낼 때가 있다. 그래서 최대한 찾은 방법은 커튼과 안
일이 늘었다. 그만큼 시간도 늘었고, 피로도 늘었다. 돈도 많이 늘면 좋겠는데 피로 대비 콩알만큼 늘었다. 손해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만 어쩔 수 있나 하고 일했다. 그러다 보니 퇴근은 늦었고, 집에 도착하면 이미 아코락은 출근해서 텅 빈 집이었다. 대충 씻고, 옷도 대충 갈아입고, 대충 침대에 늘어져 자고. 일어나면 출근하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휴일이었다. 으레 그렇듯, 휴일에 둘이 같이 있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항상 그랬고, 언제나 그랬고, 계속 그랬다. 따로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새벽까지 섹스했다. 하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섹스 중이었다. 자다 깨 눈이 마주쳤는데 또 그렇게 되었다. 말은 하지 않았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코락과 메르의 낮과 밤은 항상 상반되었다. 해가 출근 친구인 아코락과 달이 출근 친구인 메르는 어쩌다 , 맞는 휴일 어쩌다 맞추는 휴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로 출퇴 , 근을 스위칭하는 상태였다. 아침 해를 보며 퇴근한 메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집, 은 매우 고요했다. 이 시간이면 분명 일어나서 씻고 출근 준비를 할 시간인데 하, 고 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