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스튜디오 잘때 키스하기
아주 가끔, 메르가 취미로 만든 스튜디오에 아코락이 오기 시
작했다. 원래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트고 나면 이후는 물 흐르
듯 자연스럽다. 문제는 스튜디오에 놀러 오면 사진 찍는 걸 잠시 구경한다 싶
더니 자연스럽게 입술을 겹치고, 몸을 겹쳤다. 그러라고 산 소파가 아니었는데, 어느새 섹스 장소로 전락해
버렸다. 싫냐고 물으면 또 싫기만 한 건 아니라서. 그게 문제였다. 소파 위에서, 두툼한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역시 혼자가 아닌
둘이. 알몸 상태로, 피부에 닿는 담요가 부들부들했다. 이번에는 기절하기 전에 끝나서 다행히 정신이 남아있는 상태
였다. 하지만 기운을 죽죽 빼고 난 후 몽롱해진 상태에서, 옆에 있는
아코락의 어깨에 얼굴을 툭 떨군 상태였다. 밖은 눈도 오고 쌀쌀한 날씨였다. 조명을 다 끈 스튜디오는 어
두웠다. 어두운 내부에 대비되어 창밖은 밝았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며 쌓이니 빛을 감싸 안고 은은하게 밝은 빛을 내비쳤다. 평온했고, 편안했다. 얼굴에 손이 올라왔다. “더 못해.”
“아니거든.”
검지가 아랫입술을 지긋하게 눌렀다. 아랫잇몸이 다 보일 정도
로 누르고, 문지르더니 잇몸까지 다정하게 쓸었다. “그거 알아?”
검지가 위로 이동해서 윗잇몸까지 긁으며 돌아다녔다. “잇몸도 성감대라는거?”
“쓸모없는 정보네.”
잇몸이 눌려 말도 눌렸지만, 내용 전달은 정확하게 된 듯싶었
다.잇몸을 긁고 조금 더 안으로 넣어 혀를 꾹 눌렀다. 불법 침입
한 주제에 당돌하게 돌아다녔다. 중지도 들어섰다. 손가락 두 개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아래를 벌릴 때처럼 교
차하며 입도 벌렸다. 타액이 질척거렸다. 손가락이 물려서 입이 벌어지니 침이 주룩주룩 흘러 떨어져
내렸다. 졸려서 몽롱한 상황에, 입에도 몸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듯, 잡아 잡수라는 듯 몸을 맡겼
다.타액으로 잔뜩 젖은 손가락을 빼내고 메르의 턱을 가볍게 잡
으며 옆으로 돌렸다. 대각선으로 살짝 돌려진 얼굴에 입술을 내렸다. 이마에 입을 맞추고 그대로 눈에 입을 맞췄다. 콧등에 키스하
고 볼에 키스했다. 입술을 제외한 얼굴 이곳저곳에 제 흔적을 남
기려는 듯 무아지경이었다. 쪽, 쪽, 쪽, 입 맞추는 소리가 작은 스튜디오를 가득 메웠다. “으응.”
괜히 간지럽기도 하고 졸리기도 해서 앙탈 부리듯 작은 소리
를 냈다. 아랫배에 절정의 여운이 아직 묵직하게 남아있는 상태에서, 달
달하기 그지없는 행위에 노곤노곤 몸이 풀리는 것 같았다. 담요 안에서, 몸을 꼼지락거렸다. 아코락의 손이 부드럽게 메르의 뺨을 어루만졌다. 속눈썹이 파
르르 떨리는 것을 보며, 최후의 보루처럼 아껴두었던 입술에 닿
았다. 타액으로 젖어 있던 입술을 혀로 한 번 더 쓸고, 천천히 삼켰
다.차가웠던 입술이 점점 달아올라 뜨거워졌다. 질척거리는 소리
와 함께, 다정하게 시작된 입맞춤이 점점 게걸스러워졌다. 점점 숨을 잡아먹고, 격해지는 키스 탓에 메르의 가슴이 숨 가
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부드럽고 달콤하더니 입술을 갈고 혀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추잡스러워졌다. 추잡하면 어떠한가, 빠른 혀 놀림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뜨겁게 얽히던 입술이 잠시 떼지면 차가운 공기가 닿아 부르
르 떨렸다. 뻐끔뻐끔, 번들거리는 입술이 작게 움직였다. 원하면 다가오면 될 텐데, 많이 지쳤는지 오늘따라 다가오길
바라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빨려서 살짝 부어오른 입술이 붉게 물들어 있어서, 다시 살포시 부딪쳤다.
다시금 안으로 들어선 혀가 치열을 부드럽게 훑고 지나갔다. 여린 볼살을 살짝 긁고 가만히 있는 혀를 톡톡톡 건드렸다. 하지만 혀는 움직이지 않았다. 알아서 하라는 듯 얌전할 뿐이었다. 어쩔 수 있나, 던전을 탐하는 모험가도 아니고 좁은 입이라는
던전을 샅샅이 탐색했다. 떨어지는 동안 차가운 기운이 스미는가 싶더니 끊임없이 입술
을 겹치는 통에 다시 뜨거운 온기가 입술에 머물렀다. 입안에서, 입술에서, 타액이 이리 섞이고 저기 섞였다. 타액이 섞인다는 것이 더럽다기보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중증이군. 며칠 굶은 사람에게 주어진 음식처럼, 입술을 먹고 먹고 또 먹
다가 뗐다. 찬 공기를 한 번 들이쉬자 다시 입술을 겹쳤고, 혀를 겹쳤다. 입에서 빠져나온 타액이 떨어져 목과 가슴에 흘렀고, 담요도
적셨다. 끔뻑끔뻑, 격렬한 키스 중에도 눈이 계속 감겼다 떠졌다. 점점 몽롱해지는 정신, 흐려지는 시야. 어차피 이대로 정신을 잃어도, 알아서 챙겨주겠지. 그렇게 메르는 아코락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입술을 붙인
채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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