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교육
탈영-3
“마티스… 아니, 이젠 아무르라고 불린다고 했던가. 그동안의 산책은 즐거웠나?”
불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재교육 센터에 끌려온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손발목에 이어 목까지 채워진 구속구도, 인공 척추에 찔러넣어진 커넥터도 이미 이전에 겪은 것들이다. 다만 이번이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레드 건에서 겪은 일상들이 베스퍼에선 겪지 못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리라. 아무르는 유리창을 향해 침을 뱉었다. 매직 미러로 된 벽 너머에 있을 얼굴을 상상하며.
“하하, 대장… 내가 찾을 때는 안 도와줬잖아. 내가 기다리고 있을 땐, 내가, 내가 그 설원에서 버티고 있을 때, 내가 빌어먹을 벨리우스 한복판에서, 맨 몸으로 돌아다니며 지원 요청을 했을 때…!! 빌어먹을 통신 요청을 수십 번 수백 번을 했을 때!! 날 쳐 버려놓고 이제와서 주워오면 다인 줄 알아?! 이 개, 씨발 새끼야——!!”
아무르가 소리를 질렀다. 이 빌어먹을 구속구,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몸을 뒤튼다. 척추 뒷편에 박혀있는 입력 단자가 강제로 출력을 제한하여, 그녀가 평소에 낼 수 있던 완력이라고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린 아이보다 약한 힘으로는 구속구를 끊기는 커녕 제 몸에 생채기를 내는 것 조차 불가능했다.
“마티스, 너를 살려두는 이유는 단 하나. 아르카부스에 일손이 부족해서. 그것 뿐이라는 걸 기억해.”
아무르는 웃었다. 상관인 그는 그저 강화 인간의 무력을 필요로 할 뿐이었다. 그녀가 발람에서, 레드 건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도 신경쓰지 않았다. 어쩌면, 재교육 프로그램의 기본 과정으로 가짜 기억을 주입하거나, 그동안의 기억을 밀어버려 조난 이후의 일 따위 ‘없던 것’으로 만들어버릴 지도 몰랐다. 정보가 아닌 무력. 그게 아르카부스가 바라는 거라면야.
“잘 있어, 레드 건.”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기억을 포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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