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드림. 급발진 키스함

레드 건의 영역, 그 막사 내부. 보급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땔감만큼은 충분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막사 안은 그럭저럭 살만하기에, 이구아수는 으슬거리는 공기 속에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찬 바람이 막사 입구로 들이닥쳤다.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들릴 듯 말 듯한 이명이 귓가에 울린다. 루비콘에선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조금 더 가까웠다.

“나 왔어— 어라, 웬 일로 여기 있담? 자기야, 혹시 나 기다렸어?”

아무르다. 그녀가 넉살 좋게 헛소리를 하며 씩 웃는다. 그리고, 이명은 그녀에게서 들려왔다. 이구아수는 손을 꽉 쥔다. 손바닥에 땀이 차는 것이 느껴진다. 이곳은 괜히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따뜻하지 않다. 그녀가 이구아수에게 다가온다. 이명이 가깝다.

“야… 너—”

윽, 머리가 아파온다. 이구아수가 머리를 감싸쥔다.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고서, 숨을 들이마신다. 매캐한 향이 콧속으로 스며들어온다.

“…씨발, 미쳤냐?”

참은 것이 의미가 없게 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담배도 아니다. 저 멍청한 자식은 코랄을 피우고 들어왔다.

“왜 갑자기 욕이야?”

상대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그래, 대부분의 녀석들은 모르시겠지. 코랄이 어떤 존재인지.

“너는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기어이 코랄을 처, 피우고…!!”

쪽.

아무르의 입술이 이구아수의 뺨에 닿았다. 훅 끼치는 코랄 향에 머리가 어지럽다. 그는 잠시 멈춰 서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 그녀를 밀어 떼어냈다.

“…매번 이런 식이지, 미친 년… 지가 뭘 한지도 모르고, 어물쩍 넘어갈 줄 알았으면—”

“네가 매번 그렇게 말하잖아.”

“너는 매번 선을 긋잖아. 구세대형 강화 인간인 자기랑 남들은 다르다고. 코랄이니 뭐니,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자기가 보는 세상이 다르다고. 씨발, 같은 강화 인간인 나도, 너랑은 다르다고…!!”

아무르가 그의 멱살을 잡아 쥔다. 두 눈에서 불꽃이 튄다. 신세대의 강화 인간 수술이란 건 코랄 기술 세대보다 과격한 것이어서, 그녀는 두 안구도 모조리 강화 인간 특유의 의체였다. 그녀 본인이 가지고 태어났을 때의 것이 남아 있기는 한지조차 의문이다.

“씨발, 네 뇌엔 코랄이 들어 있어서 보고 느끼는 게 다르다잖아. 우리는 대가리가 깨끗하게 비어서 너랑 사는 세상이 다르다잖아…!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겠어…!!”

어느새 아무르의 코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이구아수는 저도 모르게 그것을 닦아내려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의 멱살을 당겨오는 게 더 빨랐다. 입술과 입술이 서로 맞닿았다.

“잠깐…”

그런 말은 무의미했다. 혀가 서로 얽어들고, 입 안에선 혈향이 끼쳐왔다. 비릿한 냄새, 희미하게 섞여 드는 코랄 특유의 향, 머리에서 미친듯이 울리는 이명.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을 뒤흔들어 놓았다. 상대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코랄은 코랄끼리 모이고, 다시 섞여 큰 무리를 이룬다. 이 순간만은 그들 또한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너 같이 미친 애는 없을 거다.”

“나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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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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