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콜 도저 양

이것은 이제 원작 세계관 기반 자캐에 가까운

해킹 능력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 그리고 시대에 걸맞은 자유로운 성정. 그것이 지금의 그녀를 만든 두 가지 기둥이었다.

구세대형 강화인간의 가장 큰 단점인 동시에 도저들을 코랄에 대한 신봉으로 빠져들게 만든 주범, 간헐적으로 들리는 속삭임. 그녀는 그것을 쉽사리 이해하진 못했다. 그녀의 코랄은 조용한 편이었으므로.

기술에 능했고,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한층 더 편의성을 끌어올려주기 때문에.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을 개조하고 강화인간의 반열에 올린 그녀, 다만 그 전신은 도저였기에 구태여 뇌를 헤집을 필요는 없었다. 그런 편의주의적인 성격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그녀의 코랄은 그녀에게 친숙한 형태로 찾아왔다.

또 다른 자아의 탈을 쓰고서.

정보도체의 특성을 띄는 코랄은 인간에게 흡수되었을 때 시냅스와 접촉, 대상의 뇌와 집적적인 동기화를 거치며 숙주의 뇌에 저장된 모든 기억을 읽어낸다. 그와 동시에 하나의 인격체로서 재구성되며, 재구성된 코랄 각 개체의 성격에 따라 다른 행동패턴을 보인다. 인간에게 흡수될 당시의 코랄은 극미량으로 본디 인격을 가질 정도의 군집을 갖추지 못한 부산물에 불과하나, 인간의 뇌와 직접적으로 접촉해 다량의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해당 정보를 토대로 인격체로서 개화하게 되는 것이다. 접촉 이전의 코랄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인간의 기억에 비하면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같은 동기화를 거쳤으나 인간은 코랄의 정보를 역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없는 것을 더한들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개화된 또다른 객체를 인간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들은 대개 흡수된 코랄을 이명, 환청, 환각 등의 부정적인 존재로 받아들이나, 역으로 이들에 대해 기적 또는 계시 즈음으로 받아들이고 코랄을 일종의 신앙으로서 숭상하는 이들도 생기고는 한다. 어디까지나 코랄 흡수에 의한 작용은 흡수자 개인에 대한 편차, 그리고 개화된 코랄 객체들 각각에 대한 편차가 존재하므로 특히 어떠한 형태로 기생, 또는 공생의 형태를 띈다는 확언은 불가능하다.

인격체로서 개화된 코랄이 그녀의 뇌에서 읽어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한 것은 이러했다. 그녀가 자신의 뇌를 건드리지 않은 것은 코랄의 장기간 복용으로 인한 침식으로 만들어진 원시형 코랄 디바이스가 이미 존재하기에 추가적으로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며, 지금 상태에서 이명과 환청 등에 대한 부작용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코랄 중화 수술을 예약해버릴 위인이라는 것. 중화로 인한 소멸이든, 축출 이후 연소시켜버리든, 어떻게든 코랄 군집에 합류하든 개화된 코랄 개인의 인격에 대한 소멸이라는 결말은 같았기에, 코랄은 그녀에게 직접적인 교신을 취하는 것은 최대한 피했다. 그녀의 뇌 한구석에 셋방을 내어 웅크리고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으므로.

그녀와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함께 생각하고, 그녀가 보는 것을 보고 듣는다. 그녀가 아는 것을 코랄 또한 알기에, 그녀를 흉내내는 것은 쉬웠다. 인간의 내면은 복잡하기에 녹아들 수 있었고, 그녀는 스스로라기에는 이질적인 자신의 생각에게 물었다. 넌 뭐야?

“저는 당신의 양심이에요.”

둘의 첫 대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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