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죠우타 - 추월 (上)

우타히메는 고죠 사토루를 이해할 수 없었다. 좋은 것만 먹고, 입고, 보며 자랐을 텐데, 겨우 코코아 한 잔에 티나게 좋아하는 모습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고죠의 방엔 지금 마시고 있는 코코아보다 고급 브랜드의 코코아 가루가 있단 것을 우타히메는 알고 있었다.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를 깜빡하고 임무를 나가버린 고죠를 대신해 고죠의 방에서 보고서를 챙겨줬을 때 언뜻 보았었다. 쇼핑하다 종종 눈에 스쳤던 그 제품. 학생인 동시에 주술사로서 급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는 가격의 제품이었다. 그렇지만 학생이기 때문에 그런 사치를 부리는 것엔 아직 손이 떨린달까, 사실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달까. 그에 앞서 우타히메는 단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방에 구비해둔 코코아 분말은 손님 대접용으로 구색만 맞춰둔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굳이 비싼 제품이 아니고 적당히 맛만 좋으면 그만이었다. 

물론 그 손님이 고죠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타히메는 단 한 번도 고죠를 기숙사로 초대한 적이 없었다. 늘 고죠가 멋대로 굴러들어왔다. 그리고 우타히메는 멋대로 거실에 다리를 뻗고 앉아 뻔뻔하게 우타히메, 나 코코아, 라고, 맡겨둔 듯이 요구하는 고죠에게 성을 내면서도, 인상을 잔뜩 꾸긴 채 코코아를 건네버리는 것이었다. 

이오리 우타히메는 눈치가 빨랐다. 눈치만큼은 고죠보다도 뛰어났다. 그것은 타고난 재능이기도 했고, 살아온 세월에 비례하여 느는 눈치의 특성상 고죠보다 3년가량을 더 산 우타히메의 눈치가 빠를 수 밖에 없었다. 고죠는 아무 이유 없이 찾아왔다곤 했지만,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찾아오는 사람은 있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연상, 이성이다. 

아무래도 고죠는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본인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이 우타히메가 찾은 고죠의 비상식적인 행태에 대한 답이었다. 단순히 방에 하릴없이 찾아온다는 것만이 근거는 아니었다. 장막도 치지 않고 구하러 왔으면서 약하다고 놀린다거나, 우타히메가 아무리 멀리 있어도 금방 알아보고 골려 먹으려 히죽거리며 온다거나, 남의 기분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제멋대로인 남자인 주제에 때때로 우타히메의 기분을 살피고 입을 다문다거나, 제멋대로라서 본인의 감정과 이성마저 따로 놀아 본인의 행동 이유를 알지 못한다거나, 같은 여타 근거들로 내린 상당히 논리적인 추론이었다. 

하지만 우타히메의 답은 어디까지나 추론에 의한 '답'일 뿐이었다. 하지만 우타히메는 답을 확인받을 생각이 없다. 

애초에 우타히메는 고죠를 좋아할 수 없었다. 우선, 고죠는 미성년자였다. 미성년과 성인의 교제는 교사를 목표로 하는 우타히메로선 당최 용서치 못할 행위였다. 다음, 우타히메는 버릇없는 후배가 비교적 싫었다. 첫만남부터 이름을 부르질 않나, 반말을 하질 않나. 몇 번이나 호칭을 고쳐줘도 들은 체도 하지 않는 고죠가 우타히메의 스트레스 원인이었다. 

또 다음, 우타히메는 고죠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고죠는 고전에 입학하기 전까지 외부와 단절되어 살았다. 고전에 오기 전까진 친구라 부를 상대도 없었고, 이성이라 해봤자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뿐이었을 테였다. 그런 무자극 상태에서 자기와 만났으니 고죠에겐 당연한 처사가 아니겠는가. 

우타히메는 곧 교토로 떠난다. 교토에서 교원 자격증도 따고 교사로 근무할 예정이었다. 우타히메와 고죠는 같은 고전 출신이란 연결고리가 있지만, 함께 보낸 시간은 고작 1년이고, 1년은 얼마든지 상쇄될 수 있는 기간이었다. 앞으로 고죠에겐 수많은 인연이 생길 것이고, 그에 따라 자기는 얼마든지 잊힐 거라고 생각했다. 

"다 마셨으면 빨리 사라져!"

"우타히메, 성격 나쁜 사람은 인기가 없어."

"난 너한테만 이러거든?" 

우타히메는 나가지 않으려 버티는 고죠를 꾹꾹 밀어 문밖으로 내쫓았다. 이것이 고죠의 기습 방문의 끝이었다. 막무가내로 들어왔으면서 나가는 것만큼은 방 주인의 뜻에 따르는 고죠를 우타히메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그런 일들이 몇 번이나 더 반복된 이후에, 우타히메는 졸업을 맞이하게 되었다.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우타히메는 교토로 가는 신칸센을 타기 위해 차에 올랐다. 

"핸드폰 있으니까 계속 연락할 수 있어. 가끔 놀러 올 테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 쇼코."

"무슨 일 생기면 반드시 연락하세요. 곧바로 갈게요." 

우타히메는 자기의 손을 꽉 잡는 쇼코의 손을 덩달아 따뜻하게 감쌌다. 쇼코는 단독행동이 사실상 불가하기 때문에 쇼쿄는 본인이 말한 대로 할 수 없겠지만, 말만이라도 고마웠다. 

우타히메는 고죠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기를 놀려올 거라 생각했다. 마지막이니 기쁘게 받아주자는 다짐도 해둔 상태였다. 틀림없이 약한 우타히메, 힘들다고 울면 안 돼. 그런 말을 할 것 같았던 고죠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우타히메를 노려보듯 하다가 차가 출발하기 직전에야 입을 열었다. 

"우타히메, 또 봐." 

우타히메는 고죠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고죠의 눈을 피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고죠는 한쪽 입꼬리를 포물선을 그리듯 올려 웃더니 차 문을 닫았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이오리씨."

"네, 부탁합니다." 

우타히메는 백미러로 흘끔 시선을 돌렸다.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차가 점점 속도를 내자 하나둘씩 발걸음을 돌렸다. 다만, 고죠만이 아주 작은 점이 되어 더이상 그곳에 서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을 때까지 흔들림없이 서있었다. 결국 우타히메는 본인의 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고죠는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본인도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고죠를 좋아한다. 

또 봐. 그 말을 하는 고죠의 눈은 우타히메가 평소에 볼 수 있는 고죠의 눈이 아니었다. 우타히메는 순간 공포를 느꼈다. 반드시 자기 말에 응하라는 압박, 혹은 그렇게 만들겠다는 각오, 그리고 본인 안에 존재하던 혼란을 잠재운 데에서 온 개운함도 느껴졌다. 

우타히메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린 기분이 들었다. 남의 입을 통해 종종 소식을 전해 듣는다거나, 고등학생 시절을 회상할 때 그런 사람도 있었지, 라는 감상의 주인공이 된다거나, 또는 그 따위의 관계가 우타히메가 꿈꾸는 고죠와의 미래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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